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 7북관의 죄인 … 57산장비문 … 129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 199덧없는 양들의 만찬 …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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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네자와 호노부
관심작가 알림신청Honobu Yonezawa,よねざわ ほのぶ,米澤 穗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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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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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롭고도 잔혹한 블랙 미스터리요네자와 호노부의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명문가 출신의 아가씨들만이 속할 수 있는 독서회 ‘바벨의 모임’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엮인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작품이다. 오랫동안 곁에서 모셔온 아가씨에게 깊은 마음을 품은 몸종의 비밀(「집안에 변고가 있어서」), 전통 있는 집안의 유폐된 장남과 그와 함께 지내게 된 이복여동생의 이야기(「북관의 죄인」), 외딴 산속에서 홀로 지내며 별장을 관리하는 고용인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산장비문」), 충성스러운 여종과 아가씨가 나눈 돈독한 우정(「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바벨의 모임’이 몰락하고 다시 부활하게 된 사연(「덧없는 양들의 만찬」) 등 어둡고 비밀스러우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각각의 단편 작품은 ‘하나의 고풍스러운 단막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바벨의 모임이란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덧없는 자들의 성역입니다. 너무나 단순한, 혹은 너무나 복잡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우리 모임에 모여들지요.”(「덧없는 양들의 만찬」 중에서)작중 묘사되는 오래된 명가의 문화와 관습은 그 시대를 가늠할 수 없음에도 현실세계와 부쩍 떨어져 있어 독자에게 옛 이야기 또는 오래된 동화를 읽는 듯한 오묘한 거리감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거리감은 이야기의 기이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배가하며 작품에의 몰입감을 높인다. ‘블랙 미스터리’ 또는 ‘기담’으로 소개되기도 하는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독특한 매력을 드러내며 독자들마저 바벨의 모임 회원들처럼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게 만들고, 복잡한 현실을 잠시 잊고 어둑한 환상의 세계에 몰닉하도록 유혹한다.미스터리 애호가, 독서가들에게 보내는 도전장2001년 『빙과』로 제5회 가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 장려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청춘 미스터리의 기수’로 불리며 인기를 끌어온 요네자와 호노부는 세간의 평가에 안주하지 않고 미스터리 작가로서 끊임없이 장르를 연구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왔다. 그 결과, 장기인 ‘일상의 수수께끼’와 함께 애거사 크리스티나 아야쓰지 유키토를 연상케 하는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 『인사이트 밀』(2007), 다섯 가지의 리들 스토리로 엮은 암호 미스터리 『추상오단장』(2009), 판타지와 본격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부러진 용골』(2010) 등 고전 미스터리의 흔적이 농후한 작품을 차례차례 선보였다. 마찬가지로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도, 요네자와 호노부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깊숙이 탐닉해온 자취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요네자와 호노부는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서 자신이 의도한 공통적인 요소를 ‘마지막 일격(finishing stroke)’, ‘와이더닛(whydunit, 왜 그랬는가)’, 그리고 ‘오래된 명문가의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이 다섯 단편에서 또 주목해야 할 요소는 ‘독서가를 위해 마련된 예사롭지 않은 복선’이다.전작에서도 고전 명작들을 곳곳에 배치하며 작가 본인의 고전에의 애착과 어마어마한 독서량을 짐작케 했던 요네자와 호노부는, 본작이 ‘바벨의 모임’을 소재로 한 만큼 동서고금의 작품들을 원 없이 언급한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고전 명작은 물론이고, G. K. 체스터턴, 존 딕슨 카, 스탠리 엘린 등 서양의 고전 미스터리 작가, 또 일본의 고전 미스터리 및 환상문학 작가 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암호 같은 복선을 쌓아나간다. 미스터리를 오랫동안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어쩌면 작가가 배치한 복선으로부터 기묘한 진상을 짐작해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미스터리의 미학이란, 독자가 풀어낼 수 있도록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인터뷰에서)그러므로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 남겨둔 고전의 그림자는, ‘미스터리’라는 장르만이 아니라 책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안배이자,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도전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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