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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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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18g | 125*188*20mm
ISBN13 9788954697798
ISBN10 8954697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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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에 단잔 가문의 여자가 죽는다.
너무 두려운 나머지, 저는 아가씨께 여쭈었습니다.
“아가씨. 대체 무슨 일일까요. 혹시 소타 님이 살아 계셔서, 단잔 가문 분들을 아직도 노리고 계시는 걸까요?”
--- p.41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중에서

그 순간에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첩의 자식이란 신분으로 애물단지가 될 각오를 하고 찾아온 무쓰나 가문. 하지만 무쓰나 가문에는, 북관에는 이미 애물단지가 있었습니다.
저는 북관의 하녀이자 간수가 된 것입니다.
검게 빛나는 열쇠가 제게 그 사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 p.69 「북관의 죄인」 중에서

눈보라 치는 나날이 지나고 얼어붙었던 실개천이 녹아들며 다시 4월이 돌아왔을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손님은 대체 어디에 계신 걸까요?
제가 관리하는 비계관은 일 년간 손님을 단 한 분도 맞이한 적이 없었습니다.
--- p.140 「산장비문」 중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한 번도 저항하려 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그저 복종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온갖 이유를 늘어놓으며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그녀는…… 다마노 이스즈는 그런 나를 도우려 했던 것일까.
이스즈에게 명예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 p.201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중에서

취미 클럽인 ‘바벨의 모임’은 독서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진정한 지성과 교양, 그리고 품격을 겸비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님 앞에서 이야기했던 지란지교가 머지않아 실제로 이루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이스즈는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는 ‘바벨의 모임’ 회원들 사이에서조차 그 빛을 잃지 않았다.
--- p.232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중에서

“자네가 요리해야 하는 건, 바로 아미르스탄 양 요리네.”
나쓰를 고용할 때, 중개업자는 기량뿐 아니라 교양까지 보증했다. 그런 그녀니까 당연히 아미르스탄 양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지.
“아미르스탄 양 말씀이십니까.”
“그래. 전에 또 이런 주문을 했던 사람이 있던가?”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아니요. 지금까지 모셨던 어떤 집안에서도, 불려 간 어떤 연회에서도, 아미르스탄 양을 주문하신 분은 없었습니다.”
--- p.320 「덧없는 양들의 만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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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모임'이라는 의뭉스러운 독서 모임과 연관된,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걸쳐 있는 다섯 몽상가의 이야기들을 담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연작소설집이다.

서구의 문물과 신분의 격차가 공존하는 시기의 일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명망 높은 가문의 구중심처 같은 고요한 광기와 섬뜩함을, 그러나 때때로 의외의 인간미를 선보인다.

그리고 그 사건들의 한복판에서, 이지러지고 기괴하지만 시종일관 태연한 다섯 화자는 각자 기저의 공포와 함께 검붉은 의도를 잠깐씩 내비치며 서서히 본색을, 그들의 환상을 드러낸다.

개인의 환상이 현실을 침범하고, 이윽고 몽상의 정수를 담은 한 문장이 눈앞에 등장하면 독자는 비로소 서늘하고 담담하게 쌓아 올린 단서들이 씁쓸하고 텁텁하게 붕괴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유서 깊은 단서와 추리의 문법은 적어도 이 소설집 안에서는 조연이며, 그들이 퇴장한 이후에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이야말로 요네자와 호노부가 전달하고 싶었던 순도 높은 공포일 것이다.
- 박상윤 (알라딘 MD)
이 책의 묘미는 ‘끔찍하면서도 묘하게 깜찍한’ 마지막 한 줄에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고풍스럽고 사근사근한 말투에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반전에 머리를 세게 한 방 맞게 되죠!

다섯 편의 이야기 곳곳에 이처럼 매혹적인 트릭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부럽기도 합니다. 요네자와 호노부가 선사하는 이 아찔한 반전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이제 이 책을 펼칠 독자분들이!
- 박지영 (밀리의 서재 콘텐츠사업본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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