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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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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30*190*30mm
ISBN13 9791198621429
ISBN10 11986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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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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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루츠 씨는 씩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카미오 씨는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네.”
카미오는 끄덕이던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러고는 물결이 흔들리는 머그잔 표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자신은 뭘 해도 잘 안 풀린다고. 뭔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생각으로 다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런 생각이 들면 세상일도, 사람들도 전부 싫어진다고.
부질없는 푸념이었다. 하물며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도서관 사서에겐 더할 수 없는 민폐이리라. 그러나 와루츠 씨는 조금도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카미오의 고민을 끝까지 듣고 나서는 위로도 비난도 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카미오가 머그잔에서 눈길을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특히 더 책이 좋거든요. 울적할 때도 좋고, 즐거울 때도 좋고. 책은 언제든 다 좋지만.”
그러고는 다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아무 문제 없다고, 그렇게 말했다.
--- 본문 중에서

입학 선물로 책이라니. 책은 최신 간행물이라 해도 상당히 고가이니 중학생이 되는 아이 선물로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옷이나 단말기를 사주는 게 훨씬 싸고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도 코토는 책을 주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딸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책이 좋아.”
“응?”
이번엔 코토가 놀라며 되물었고, 딸이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엄마가 쓴 책이면 좋겠어.”
코토가 눈을 깜빡거리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자신의 백과사전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랬다. 이 책과 만난 덕분에 자신은 지금 여기에 있다. 일이 무엇보다 소중해서 엄마 노릇은 잘 못 하지만, 그래도 이게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런 엄마가 딸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중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겠다고 코토도 생각했다.
“그럴게.”
전화를 끊은 뒤 코토는 일을 마무리하려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 본문 중에서

모리야가 도서관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 저녁이었다. 책을 반납할 때는 조금 긴장됐지만, 도서관 직원은 사무적인 인사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서관 사서와 마주치지도 않았고, 오늘은 그 성가신 오지라퍼 여자도 오지 않은 모양이다.
‘빨리 다른 책을 찾아서 대출하고 돌아가자.’
모리야는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했다.
동료에게 부탁해서 간신히 짬을 내긴 했지만, 어제는 철야 근무를 했다. 기차 안에서 정신없이 좀 자긴 했지만 서고에 들어가 안경을 쓰는 순간 현기증이 났다. 애초에 근시 안경을 쓰는 모리야에게 이 돋보기의 도수가 맞을 리가 없었다. 무리해가며 한 권 한 권 판권 페이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해 나갔지만, 졸음을 참을 수 없어 그는 발판에 앉은 채 무거운 눈꺼풀을 감아버렸다.
--- 본문 중에서

그날 밤, 와루츠는 꿈을 꾸었다. 이제는 좀처럼 꾸지 않게 된 오래된 방의 꿈이었다. 와루츠 교수의 서재를 사에즈리 도서관 지하에 그대로 옮겨놓았지만, 당시의 공기와 지금의 공기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이 방은 옛날의 그곳이라고 와루츠는 생각했다. 습도와 온도를 완벽히 조절해도 사라지지 않는 담배 냄새와 와루츠 교수의 기척이 느껴졌으니까.
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책을 읽던 와루츠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있었다.
“유이.”
와루츠는 얼굴을 들고 싶었다. 하지만 시선이 책에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얼굴을 들고 싶은데도. 아빠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잠깐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은데도.
그저 목소리만 들려왔다.
“이런 시대지만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니?”
와루츠는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책 속 글자를 눈으로 좇으며 미소짓듯 가늘게 뜬 눈으로 행복하게 대답했다.
“아빠 딸로 태어나길 잘했어.”
그건 꿈이었는지도 모르고, 기억 회로가 보여준 바람과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나이토는 손으로 벽을 짚으며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한없이 높은 탑의 벽은 책장으로 되어있고, 손으로 짚으면 책장이 살짝 아래로 내려앉았다. 벽 전체가 책장이니까 이 탑의 외벽도 책으로 되어있을지도 몰랐다. 나이토는 불안에 휩싸였다.
그 순간, 오른손으로 짚은 책장이 장난감 블록의 한 조각처럼 쑥 빠지면서 책들이 떨어졌다.
무너져 내렸다. 벽, 천장, 발밑, 하늘을 향해 뻗은 탑 전체가. 그리고 발밑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왜 위로 가려고 했더라? 분명 저 위에 누군가가….
계속 책이 쏟아져 떨어졌고, 몸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사에즈리 도서관의 카미오 씨] 회사원인 카미오는 오늘 하루 운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별자리 운세도 혈액형 운수도 꽝이더니, 애써 싸 둔 도시락은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퍽퍽한 빵을 대신 점심으로 먹어야 했다. 게다 하필 팀장도 기분이 엉망인 바람에 억울하게 화풀이 대상이 되질 않나, 저녁 먹으러 갔다가 주차장에 얌전하게 서 있는 차를 들이받지 않나, 구두 굽이 부러지지 않나.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그녀의 인생처럼.

[사에즈리 도서관의 코토 씨]
초등학교 교사 코토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어른들만의 사정으로 딸은 남편과 함께 사는데, 일이 어찌나 많은지 딸과 주말에 쇼핑을 가기로 한 약속을 벌써 3주째 미뤘다. 일을 하려고 도서관에 오니 사서가 데이터베이스를 한번 검색해보는 건 어떠냐고 한다. 데이터베이스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알고 싶어 하는 답은 금방 나오겠지만 내가 아는 것, 찾는 것, 내게 당장 필요한 것 말고 다른 것도 알고 싶어 하는 코토는 그리 내키지 않는다. 건강에 좋은 것만 먹고, 좋다는 것만 하고, 가성비만 따지고, 필요 없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런 인생이 과연 좋은 인생일까?

[사에즈리 도서관의 모리야 씨]
할아버지가 시를 남겼을 수도 있다고…? 뜬금없이 날아든 메일은 모리야의 일상을 뒤흔든다. 모리야는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사에즈리 도서관을 찾는다. 애써 찾아간 사에즈리 도서관에는 책이 어마하게 많았고, 도서관장인 와루츠 씨는 매우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모리야는 와루츠 씨도, 와루츠 씨의 아버지 즉 사에즈리 도서관의 설립자인 와루츠 교수도 사기꾼이라고 맹비난하는데…. 대체 왜 모리야는 사람들의 신망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와루츠 씨에게 이렇게 적대적인 것일까?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36시간의 전쟁, 제3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폐허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잃었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와루츠 유이는 애초에 잃을 것도 없었다. 육아에 익숙지 않은 와루츠 교수는 어린 와루츠 씨가 책을 읽으면 크게 기뻐했다. 와루츠는 아빠의 책을 읽는 게 좋았고, 책을 읽는 아빠가 좋았고, 책을 좋아하는 아빠가 좋았다. 즉 와루츠에게 아빠는 곧 책이고, 책은 곧 아빠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도서관의 책 한 권도 허투루 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관리했는데, 어느 날 책 한 권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한밤중, 도서관의 아이들]
코토 선생님이 말했다. 1박 2일 체험활동을 도서관으로 간다고. 아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도서관에 가는데, 선생님은 씨셀마저 압수해버린다.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된 아이들은 책 읽는 사람이 멋있다는 니지코의 말에 책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밤이 되자 책에 둘러싸여 잠드는데…. 하지만 책이 싫어서 몸까지 좋아지지 않아질 정도인 쥬리가 보이지 않는다. 책이 그렇게 싫다는 쥬리는, 게다가 말도 못 하고 씨셀까지 없는 쥬리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어떻게 하면 쥬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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