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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슴을 적시는 그 말씀대로 살겠네

언제나 가슴을 적시는 그 말씀대로 살겠네

법성스님 | 지혜의나무 | 2000년 05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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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148*210*30mm
ISBN13 9788989182009
ISBN10 89891820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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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법성스님
1914년 출생. 수도승이었던 어머니의 유지를 따라 마흔 여덟에 불문에 귀의하였으며, 여류 문필가 일엽스님의 제자로 수덕사에서 득도하였다. 크고 작은 풍상을 몸소 겪으며 일구어온 도량 성라암을, 1990년 사회복지법인 성라원으로 환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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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을 내기로 결심한 때문이었는지 무섭지는 않았다. 나는 부처님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대하는 것이엇다. 지그시 반쯤 감은 눈, 척 늘어진 두툼한 귓밥을 골똘히 살폈다. 구리로 만든 조각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따. 생명이 깃들여 있을 것 같지 않은 구리 조각품에게 끝장을 내게 해 달라고 빈다고 해서 정말로 끝장이 나게 될까? 아무튼 우선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부처님께 물었다. 정말 부처님이 계시는 겁니까? 계시다면 나를 얼른 죽게 하든지 병이 나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끝장을 내지 않고 이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부처님을 보았다. 부처님은 빙그레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무심중에 염주를 한알 돌리며 나직히 관세음보살 하고 내뱉었다. 그것은 어색하고 낯선 음성이 되어 내 귀에 들려왔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 였다. 세, 넷, 다섯번째로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관세음보살 소리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천념을 했다. 두벌째 기도 때부터는 방에서 나가는 것부터 나 혼자 하라고 덕준 스님이 말했다. 나는 스스로 걸어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에, 흙이 묻지 않도록 땅에다가 포대기 자루를 깔고 뭉기적거리며 기어서 개울가로 갔다. 뭉기적여서 조금씩 움직이는 방법은 처절한 사투였다. 다기물을 떠 법당까지 가지고 오는 동안 절반이 엎질러지는 것이었다.
(중략)
나는 울었다. 물그릇을 땅에 내려놓으면 안 된다고 하여 그것을 들고 가면서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그리고 내 신세가 스스로 생각해도 불쌍하여 소리 없이 울기도 하고, 때로는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했다. 여러번의 울음 중에서 이틀째 되던 날 부처님 앞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주룩주룩 흘린 뜨거운 눈물은 내가 생각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울음이었다. 그동안 나는 어느 순간부터 부처님께 하소연하는 심정이 되어 있었다.
(중략)
회향을 마친 날 저녁이었다. 나는 나즈막한 잔디밭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중년 부인과 딱 맞닥뜨렸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부인은 기품이 있었다. 부인이 나에게 작은 주전자를 내주며 위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것을 가지고 가서 물 좀 떠 오거라.''
부인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는 번듯한 기와집이 한 채 있었다. 나는 부인으로부터 주전자를 받아들고 그 기와집으로 향했다.
(중략)
나는 연못가의 바위에 올라가 엎드려서 주전자로 가득 물을 떴다. 이때 내가 올라서 있던 바위가 갑자기 흔들 했다. 나는 펄쩍 뛰어내리면서 주전자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갈증을 말끔히 씻어주는 감로수와도 같았다. 물을 실컷 마시고 난 나는 뒤늦게 깜짝 놀라 소리쳤다.''아이쿠, 떠오라고 했는데...'' 소리를 치다가 번쩍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어머니 스님과 덕준스님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물었다. ''떠오라고 했는데.... 라고 소리를 치던데 무슨 말이니?''
''꿈에 어떤 부인을 만났어요. 그 부인이 물을 떠다 달라고 했는데 그만 내가 그 물을 마셔버렸지 뭐에요.'' 덕준스님의 얼굴에 회색이 만면했다. ''그 물을 마셨단 말이지?'' ''네'' ''아이구 이제 우리 갑순이 병은 다 나았다. 관세음 보살이 약수를 먹게 해주셨으니 병 다 나았어요.!''
--- pp.5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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