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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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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33*200*20mm
ISBN13 9788954643641
ISBN10 8954643647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는,” 한철이 말했다. “견디기 힘든 일이 있을 땐 저 자신을 우주의 먼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그랬어요. 지난번에 수업을 빠진 것도 사정이 좀 있었는데…… 아시다시피 우주는 아주 넓고 지구는 우주에 비하면 무척 작은데, 먼지는 더 사소하잖아요. 정말로 커다란 공간에 수많은 것들이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이상하게 마음이 진정이 돼요.”
--- pp.21-22 「우주의 먼지」중에서

대본을 읽다가 고개를 들자 구석에서 어떤 남자가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흘리며 한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라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는데, 그 순간 한철은 시선이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생물 앞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그게 뭔지 설명은 못하지만 그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한철은 들떴다.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른 채 줄곧 원하던 걸 방금 손에 넣은 것 같았다. 지금껏 답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흙에서 막 고개를 내민 새싹처럼 올라와 파릇하게 흔들렸다.
--- p.29 「우주의 먼지」중에서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그가 남긴 모든 것은 수수께끼가 된다. 그가 살아 있을 적에는 지극히 당연했던 것들,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던 것들 전부가 해명을 기다리는 것으로 변한다. 남은 사람들은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까지고 그 수수께끼를 붙든다.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의미가 되어버린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 단서도 남아 있지 않은 고대의 문자가 새겨진 비석 앞에서, 해독이 불가함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계속 비석을 쓰다듬는 사람처럼.
--- p.51 「보라색 사과의 마음」중에서

우리는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통해 타인을 추측할 뿐이다. 박쥐의 경험을 상상할 수 없듯 좀비의 내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집에 연금된 죄수인데, 이 집에는 문도 창도 없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당신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모른다. 우리는 오로지 언어라는 가느다란 실을 통해서만 연결되어 있는데 언어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다. 그러니 묻겠다. 당신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이는가? 당신은 어떻게 우울한가? 어떻게 즐거운가? 어떻게 슬픈가? 혹은 어떻게 슬프지 않은가? 당신이 감각하는 슬픔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혹시 나의 기쁨과 같은가? 아니면 나의 평정과 같은가? 우리는 어떻게 자아라는 껍데기를 부딪치는 것 이상으로 서로를 만날 수 있나?
--- p.52 「보라색 사과의 마음」중에서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제게도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요. 저는 침식을 잊고 슬픔에 빠져들었습니다. 마치 슬픔이라는 쇠사슬에 묶인 광인처럼 몸부림을 쳤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그렇게 정신없이 슬픔에 빠져들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것이 결국 어느 정도는 행운으로 작용했던 듯합니다. 저는 슬픔 속에 제 상실을 흘려보낼 수 있었지요. 흘려보내지 못했다면 슬픔은 결국 단단한 칼이 되어 저를 계속해서 찔렀거나, 혹은 갑옷이 되어 저를 세상으로부터 차단시켰을 것입니다. 당신의 경험과 현재의 처지를 함부로 재단할 수 없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저는 당신에게도 그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필요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책을 번역하는 것보다 그 일이 우선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제 책을 계속 번역해주었으면 합니다. 자신의 글에 공명하는 번역자를 만난다는 건 저자 입장에서 대단한 행운이니까요.
물론 인간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래전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설사 우리가 끝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아무리 희미할지언정 어떤 식으로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종이컵에 실을 이어 만든 장난감 전화로 속삭이는 어린아이들처럼.--- pp.58-59 「보라색 사과의 마음」중에서

“저는요, 사람들이 사과를 하지 않는 데 지쳤어요.”
윤미 선생이 말했다.
“아무도 사과를 하지 않아요, 아무도.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그건 변하지 않아요.”
상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윤미 선생이 콧등을 누르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그러니까 제 행동의 이유를 따지려 하지 마시고, 해결 방법만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p.88 「변함없는 기분」중에서

“네. 흔히들 그러잖아요.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한다고. 저는 긴쓰기가 그 생각에 기반을 둔 기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련의 흔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거죠. 하지만 도로 고친다 한들 더는 아무 쓸모 없어진 존재에게 시련이란 무얼까요? 더러워진 골판지 상자를 긴쓰기로 수선한다 해도 누가 거기에 물건을 넣을까요? 그럴 때도 시련이 가치를 갖는 걸까요? 어쩌면 시련을 극복할수록 더 엉망이 되지 않을까요?”
--- p.118 「가을의 곡선」중에서

“이제부터 할 얘기는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네.”
“다음에 전화가 걸려오면 꼭 받으세요. 제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전화를 하셨어요. 그 전화를 받지 않은 게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요. 후회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절대 잊을 수는 없을 거예요. 돌에 새겨진 글자처럼.”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 보이던데요.”
“제 문제가 뭔지 모르잖아요.”
“물론 저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에요.”
크리스티안이 이어서 덧붙였다.
“하지만 모른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네요.”
--- pp.125-126 「가을의 곡선」중에서

인터뷰는 오후 세시가 넘어 손님이 뜸해지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원조 막국수’의 주인은 수더분한 인상에 팔뚝이 유난히 굵은 중년 남자로, 연하씨의 페이스북 친구에 따르면 후처의 자식이었다. 대를 잇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아버지가 물려준 비법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내가 묻자 주인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아버지가 특별히 가르쳐준 비법은 없고 자기도 물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입맛이란 세월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라 계속 개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수받는 비법 같은 건 사람들의 생각만큼 중요하거나 본질적인 게 아니라면서. 그래도 자기가 아버지에게 배운 게 있다면 매일 아침마다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가게문을 여는 마음가짐이라고, 솔직히 말해 아버지가 인간적으로 존경할 만한 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마음가짐만큼은 확실한 사람이었다고, 사실 그 자세야말로 장사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본질적인 가르침이라 생각한다고 차분히 말했다.
--- pp.154-155 「보호색」중에서

일을 마친 뒤 컴퓨터와 전등을 끄고 방문을 닫으려는데 텔레비전에서 들었던 교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잔불처럼 깜박였다. 흡혈귀. 좀비. 수직과 수평. 설사 인간이 그런 괴물이 된다 한들 뭐가 문제일까? 어릴 때는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고 누군가 꾸며낸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들은 위안을 주려고 창조되었는지도 몰랐다. 여기 아닌 어딘가에 지금과 이어지는 다른 삶이 있을 거라는, 설사 험악하고 두렵고 컴컴해도 어쨌거나 삶이 있을 거라는 위안.
--- pp.175-176 「요시히로의 자리」중에서

상아씨는 끌려다니기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 상아씨에게 유학을 포기한다는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훨씬 뒤로 튕겨나간다는 것을 뜻했다. 왜냐하면 고무줄에는 탄성이 있으니까.
--- p.208 「힘내는 맛」중에서

상아씨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둘 다 분명히 알았다. 준비고 방법이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있어야 할 때 그 자리에 있는 것, 떠나야 할 때 그 자리를 떠나는 것, 때로는 그게 전부라는 것을.
--- p.209「힘내는 맛」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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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세상에는 두 가지 맛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맛있다’와 ‘맛없다’. 하지만 경험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그 ‘맛있다’와 ‘맛없다’ 사이에 존재하는 맛이 실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맛 역시 하나의 좌표계이자 스펙트럼이기 때문이다.
최민우 소설의 맛은 복합적이다. 소재와 관심사가 다양한데다 지적인가 하면 유머러스하고 사실적인가 하면 환상적이고 서사와 플롯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를 불쑥 깨뜨린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는 번번이 쓸쓸하면서 온기가 느껴지거나 애틋하면서 서늘하거나 울 수도 웃을 수도 그렇다고 고개를 돌릴 수도 없는 어떤 묘한 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하나로 축약할 수 없는 맛, 달고 짜고 쓰고 맵고 떫은 다양한 맛이 적절한 균형과 조화로 한꺼번에 느껴질 때 우리는 단순히 맛있다거나 맛없다는 납작한 말 대신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 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이건 깊은 맛이야.
- 문지혁 (소설가, 번역가)
우리가 각자의 수조에 갇혀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처럼, 아무리 구차하고 지질한 것이라 해도 각자의 인생은 모두 각자의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겪어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수인囚人으로서 견뎌야 한다는 ‘본질’을 공유하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또 하루를 맞이하는 것. 그것이 삶의 본질이라면, ‘견디는 삶’은 동어반복일지 모른다. 견딤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힘내는 맛』은 이 견딤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소를 과장 없이 거짓 없이 발견해내어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물론 웰컴 드링크는 준비되어 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게, 무심한 듯 다정하게, 그렇게 당신은 초대에 응하면 된다.
- 이지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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