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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78g | 140*210*15mm
ISBN13 9791141600709
ISBN10 11416007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렇게 햇살 가득한 오전 시간인데도 아버지의 방이 어찌나 어두운지 게오르크는 깜짝 놀랐다. 좁은 안마당 건너편에 우뚝 솟은 높은 담벼락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여러 물건으로 꾸며진 한구석의 창가에 앉아 약한 시력을 보완하려고 신문을 눈앞에서 약간 옆으로 비켜 든 채 보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아침식사를 하고 남은 음식이 놓여 있었는데 별로 먹은 것 같지 않았다.
--- pp.14~15 「선고」중에서

그는 아버지를 안아서 침대로 데려갔다. 그쪽으로 몇 걸음 옮기다가 아버지가 자신의 가슴께에 늘어진 시곗줄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시곗줄을 어찌나 꽉 붙잡던지 아버지를 곧바로 침대에 눕힐 수 없을 정도였다.
--- p.19 「선고」중에서

‘아버지는 속옷에도 주머니가 있구나!’ 게오르크는 속으로 말하며 이 말로 아버지를 온 세상에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도 한순간뿐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자꾸만 잊어버렸다.
--- p.23 「선고」중에서

“그러니까 이제는 너 말고도 무엇이 있었는지 알겠지! 지금까지는 너 자신밖에 몰랐었지만! 너는 본래 순진무구한 아이였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악마 같은 인간이었어! ?그러니 들어라, 이제 나는 너에게 익사형을 선고하노라!”
--- p.24 「선고」중에서

“그건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카를이 흥분해서 말했다. 그는 자신이 미지의 대륙 연안에 정박한 어느 배의 꺼림칙한 밑바닥에 있다는 느낌도 거의 잊고 있었다. 그만큼 여기 화부의 침대 속은 고향처럼 아늑하게 느껴졌다.
--- p.15 「화부」중에서

이미 속력을 늦춘 배가 뉴욕항에 들어서자, 열여섯 살의 카를 로스만은 진작부터 지켜보던 자유의 여신상이 갑자기 더 강렬해진 햇빛을 받은 듯 그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하녀의 유혹에 넘어가 임신을 시킨 일로 그의 가난한 부모가 그를 미국으로 보낸 길이었다. 칼을 든 여신의 팔은 마치 새로 돋아난 것처럼 우뚝 솟아 있었고 여신의 형상 주위로는 싱그러운 바람이 불었다.
--- p.29 「화부」중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해요. ‘예’와 ‘아니요’를 분명히 말해야 하고요. 안 그러면 사람들이 진실을 전혀 알 수 없어요. 내 말대로 하겠다고 약속해야 돼요.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더이상 당신을 전혀 도울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그렇게 말하더니 카를은 눈물을 흘리며 화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갈라 터지고 시들시들한 그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갖다대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포기해야 하는 어떤 보물을 대하는 듯했다.
--- p.45 「화부」중에서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 있었다. 머리를 약간 쳐들었더니 불룩하게 솟은 갈색 배가 보였고 그 배는 다시 활 모양으로 휜 각질의 칸들로 나뉘어 있었다. 둥그런 언덕 같은 배 위에는 이불이 금방이라도 주르륵 미끄러져내릴 듯 가까스로 덮여 있었다.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가 애처롭게 버둥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 p.71 「변신」중에서

여동생이 연주를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자 제 위치에서 딸의 손놀림을 주의깊게 지켜보았다. 그레고르는 바이올린 소리에 마음이 끌려서 겁도 없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어느새 머리를 거실 쪽으로 내밀고 있었다.
--- pp.129~130 「변신」중에서

“죽었다고요?” 잠자 부인은 의심스러운 듯 할멈 쪽을 쳐다보았다. 물론 그녀가 직접 확인해볼 수도 있었고, 또 굳이 그러지 않아도 척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제 생각엔 그런 것 같은데요.” 할멈은 그렇게 말하며 빗자루로 그레고르의 사체를 옆으로 한참 쭉 밀어 보였다. 잠자 부인은 빗자루를 제지하려는 듯한 동작을 취했지만 실제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자아”, 잠자 씨가 말했다. “이제 하느님께 감사드려야겠다.” 그가 성호를 긋자 세 여자도 따라 했다. 사체에서 눈을 떼지 않던 그레테가 입을 열었다. “다들 좀 보세요. 어쩜 저렇게 말랐을까요. 하긴 그토록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를 않았으니. 음식은 들여다놓은 그대로 다시 나오곤 했지요.” 사실 그레고르의 몸은 완전히 납작한 모양으로 말라붙어 있었다.
--- p.139 「변신」중에서

공중그네 곡예사는?잘 알려진 대로 거대한 버라이어티쇼 무대의 둥근 천장 아래 높은 곳에서 행해지는 이 곡예는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처음에는 단지 기예를 완벽하게 다듬고자 하는 열망에서, 나중에는 폭군처럼 되어버린 습관의 힘까지 더해져서, 같은 공연단에서 일하는 동안은 밤이고 낮이고 공중그네를 떠나지 않고 지낼 수 있도록 자신의 생활을 꾸려나갔다.
--- p.147 「최초의 고뇌」중에서

이 작은 여자는 나를 몹시 못마땅해한다. 늘 내게서 트집거리를 찾아내는데, 그녀의 일이 잘못되는 것은 늘 나 때문이고, 그녀를 번번이 화나게 하는 것도 나다... 내 모든 게 그녀의 미적 감각, 정의감, 습관, 관습, 희망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처럼 서로 맞지 않는 기질이 있는 법이지만, 어째서 그녀는 그런 것으로 그렇게 괴로워할까?
--- p.153 「작은 여자」중에서

“나는 줄곧 당신들이 나의 단식에 경탄하기를 바랐소.” 단식 광대가 말했다. “물론 경탄하고 있지.” 감독관은 호의적으로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경탄하지 않는 게 좋겠소.” 단식 광대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경탄하지 않겠네.” 감독관이 말했다. “그런데 왜 경탄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왜냐하면 단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오, 달리 어쩔 수가 없소.” 단식 광대가 말했다. “허, 이것 좀 보게.” 감독관이 말했다. “왜 달리 어쩔 수가 없다는 거요?” “왜냐하면”, 단식 광대는 입을 열었고, 그 조그만 머리를 약간 쳐들어 한마디도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키스할 때처럼 뾰족하게 내민 입술을 감독관의 귀에 바싹 갖다대고 말했다. “내 입에 맞는 음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오. 만일 그런 음식을 찾아냈다면, 내 말 믿으시오, 괜히 떠들썩한 일을 벌이지 않았을 테고 당신이나 다른 모든 사람처럼 배불리 먹었을 것이오.”
--- pp.175~176 「단식 광대」중에서

우리 가수의 이름은 요제피네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지 못한 자는 그 노래의 힘을 모른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자가 없으니, 이는 우리 종種이 전체적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기에 더욱더 높이 평가될 만한 일이다. 조용한 평화야말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다. 우리 삶은 고달프다.
--- p.178 「가수 요제피네 또는 쥐 종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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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모방할 수 없다. 그는 영원한 유혹이 되어 지평선에 남을 것이다. 그의 세계는 환상적인 동시에, 엄밀한 진실이기도 하다.
- 장 폴 사르트르 (작가, 사상가)
카프카는 하나의 거대한 미적 혁명 자체, 예술적 기적 그 자체다.
- 밀란 쿤데라 (소설가)
내게 다르게 글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준 사람이 바로 카프카였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가)
카프카는 새로운 불안에 빠진 수백만을 대변하는 작가였다. 최후의 성스러운 작가이자, 현대인의 우주적 곤경을 그려낸 최고의 우화 작가.
- 존 업다이크 (소설가, 평론가)
카프카의 모든 문장이 ‘나를 해석해보라’고 하면서, 어떤 문장도 그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
- 테오도어 아도르노 (사회학자,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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