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일을 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접하는 일본의 광고 자료들은 좋은 학습 교재가 됐다. 사실 원래도 일본 광고 카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광고 회사에 입사해 처음 접한 일본의 광고 카피들은 멋진 광고를 만들겠다며 한껏 의욕에 넘치던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의 자료는 일본어 원문 없이 한글로 번역된 카피만 소개하는 것들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에 드는 일본 광고 카피들을 메모해 보관하기 시작했다.
--- p.4, 「프롤로그 ‘우연이 이끌어 준 150개의 인생 카피들’」 중에서
새로운 것이 처음 등장할 때 기존의 관념과 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 혁신적인 것일수록 기존 질서의 저항감은 더 크다. 바로 이 점을 상징적인 이미지로 보여 주는 광고가 있다. 1876년 설립된 인쇄 회사 DNP(大日本印刷, 다이닛폰인쇄)의 신문 광고다. 이 광고는 1896년 아테네 올림픽 육상 종목의 출발 직전 사진을 메인 이미지로 활용했다.
--- p.122, 「서태지, 286 컴퓨터 그리고 인공지능」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의 소중한 장면들을 음식점에서 남긴다. 음식을 먹으며 또 술을 마시며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산토리의 2021년 캠페인은 바로 그 공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인생에는 음식점이 필요하다(人生には、?食店がいる)’ 시리즈다. 한참 코로나 사태로 음식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의 음식점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다. 음식점이 단지 먹고 마시는 곳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 p.188, 「중요한 추억은 언제나 여기서 생긴다」 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연인의 애틋한 마음을 느껴 볼 수 있는 광고가 있다. 1992년에 방영된 JR東海의 신데렐라 익스프레스 TV 광고다. 광고에는 주말의 달콤한 데이트를 즐긴 후 일요일 밤에 아쉽게 헤어지는 커플의 모습이 그려진다. 플랫폼에서의 이별 장면. 기차에 탄 남자의 시점으로 열린 문밖에서 배웅을 하는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 무언가 남자를 향해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기차의 문이 닫히고 만다. 기차가 출발하자 여자는 기차를 따라 달리며 연인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어떤 말을 한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버보이스로 들려 오는 내레이션이 그녀의 마음을 알려 준다
--- p.218, 「로미오와 줄리엣 부모의 결정적 실수」 중에서
이승엽은 출중한 실력과 역대급 홈런 기록으로 소속팀이었던 삼성의 팬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사랑했던 스타 선수다. 특히, 국제 대회에서의 결정적 활약으로 ‘국민 타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 인기를 보여 주듯이 그의 좌우명도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으니 그것이 바로 광고 카피로 쓰인 바로 그 문구이다. 기사나 자료에 따라서는 “진정한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로 나오기도 한다. 그의 천재적 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 좌우명이 그대로 광고의 헤드라인이 되었다.
--- p.270, 「오마이걸 효정과 미미의 가치관이 부딪혔다」 중에서
이 카피는 세상과 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문장이 적혀 있는 배경에는 꾸깃한 종이 뭉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누군가가 무언가 적었다가 버린 것 같은 노트의 한 페이지다. 그 안에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아이디어나 이론이 적혀 있었을지 모른다. 이 카피는 이야기한다. 이렇게 꿈을 포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가지고 소중히 품고 있으라고. 한낱 몽상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 당신과 세상을 바꾸게 될지 모른다고.
--- p.308, 「꿈을 꾸는 것이 남는 장사다」 중에서
제12회 도련님(坊っちゃん) 문학상의 포스터 문구다. 이 문학상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의 배경으로 나온 마쓰야마(松山)시가 시 승격 100주년을 맞이하여 만든 것으로 도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 한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를 기념하는 문학상의 포스터답게, 횟수를 거치면서 멋진 카피들로 주목을 끌었다. 그중 12회 공모를 알리는 카피는 2011 도쿄 카피라이터스 클럽 카피 연감에 등재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카피라이터 반도 히데키는 그해 도쿄 카피라이터스 클럽 심사위원장 상을 받았다.
--- p.329, 「꼰대가 아니라고 믿는 꼰대를 위한 처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