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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시대

계몽의 시대

: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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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10g | 145*210*20mm
ISBN13 9788997969319
ISBN10 8997969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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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주의, 민족, 그리고 계몽적 지식과 교육 등등. 이 항목들은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자본의 고도화와 더불어 조금씩 얼굴과 몸매를 바꿔 가면서. 이 지배를 수락하는 한 새로운 가치의 생성은 불가능하다. 계보학적 탐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원의 장’으로 돌아가 그 기호들이 탄생하는 현장을 포착하는 것, 하여 그 기호들이 결코 자명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돌출한 것임을 목격하는 것, 그것이 이 계보학이 겨냥하는 지점이다.
《설국열차》의 옆문을 열고 나오면 설원이 펼쳐진다. 생존자인 ‘꼬마’는 북극곰과 마주친다. 눈앞에 생명과 야생의 대지가 펼쳐진 것. 그렇다! 근대성 안에서는 근대를 벗어날 길이 없다. 옆문을 박차고 나올 때, 즉 그 중심에서 ‘외부’를 사유할 때 그때 비로소 출구가 열릴 것이다. 이 책 또한 ‘출구찾기’의 일환이 되기를 희망한다.” (「책머리에」 중에서)

“근대적 시공간의 표상에는 정확하게 이런 특이성이 결락되었다. 인간은 더 이상 우주와 공명하지 못한다. 별의 운동과 위치를 정확히 꿰뚫고, 심지어 그것을 정복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주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은 모조리 차단되었다. 이젠 어떤 학자도, 심지어 천체 물리학자라 해도 우주와 공명하는 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우주는 우주고, 나는 나일 뿐이다. 시간 표상 또한 지극히 협소해졌다. 천 년은 고사하고, 백 년의 시간조차 한 번에 조망하지 못한다.
‘사이성’이 사라진다는 건 이것과 저것 사이에 확연한 위계가 설정됨과 동시에 주인과 노예의 권력관계가 구성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관계 안에선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예는 물론 주인조차도. 인간과 우주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소유할 수는 있되, 결코 그것과 공감할 수는 없는 것, 그것이 바로 근대인의 우주다.” (본문 1장 「속도의 경이, 시공간의 재배치」 중에서)

“수학이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자연의 소외, 곧 인간중심주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모든 이질성이 제거되고, 모든 것이 숫자들로 환원된다는 것은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로 우뚝 선다는 사항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므로 근대의 인문학은 철저히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학문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인간은 보편적 인류가 아니다. 민족과 국가라는 범위 안에, 곧 국경의 울타리 안에 갇힌 특수한 인간, 곧 ‘근대인’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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