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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08g | 128*188*20mm
ISBN13 9791141600952
ISBN10 11416009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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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 살도 나의 열한 살도 이렇게 무대인지 벼랑인지 모를 어떤 모서리에 선 체험이었으리라. 새로운 끝 아니면 시작이었으리라. 둘을 적당히 곱하고 더해 가까스로 도달한 서른 살의 봄 지금처럼.
--- pp.12~13

‘자기소개’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암시했다. 다들 자연스럽게 나를 알고 있으려니 하는 유년의 수동성을 넘어 당당히 내가 바로 아무개라고 자기를 주장해야 하는 세계, 서로의 존재를 매번 정겨운 방식으로 일깨우는 공동체가 아니라 각지고 독립된 개체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 그런 어른들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자기소개라는 절차는 일종의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소개자는 자기 이름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명료히 발음해야 했고, 청중은 소개자가 임의로 요약한 그 혹은 그녀의 존재성을 강제로 받아들여야 했다. 자기소개는 소극적인 자들이 도태되고 적극적이고 용감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세계로의 입사식이었다. 불리기를 기다려서는 안 되고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부르심을 유도하는 방식,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한시바삐 소비하도록 이름을 세일하는 방식이었다.
--- pp.24~25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와 무섭게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꿈의 순간에도 나는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고, 내 귓가에 흐느끼듯 부서지는 그 목소리가 있는 한 언제든 우아하고 아름답게 죽어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6

나는 모든 우연을 필연화했다. 내가 채집한 어떤 정보도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는 징조였다. 나는 이런 표시와 저런 표시의 차이를 몰랐고 이렇게든 저렇게든 호감으로 치장한 이미지, 나를 인정해준다는 것이 명백하게 조합되어 나타나는 그 이미지를 향해 질주했다.
수많은 디테일이 차곡차곡 쌓여 오로지 하나의 대상에 집중되고 종합되는 열정적 사랑이 아니라, 그것과 정반대로, 그렇게 표나는 유일무이성을 참을 수 없어하는 내 마음의 알리바바는 만나는 사람에게서 무엇인가를 건네받는 족족 그 정표에 동일한 표시를 하여 사랑이란 보물을 갈구하는 내 마음의 도적떼를 혼란시켰다.
--- pp.56~57

각성이 항상 인생에 바람직한 건 아니다. 그것은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 온다.
--- p.59

모든 달콤한 매혹 속에는 그렇듯 파렴치한, 스스로 외면하고 싶은 죄스런 욕망이 씨앗처럼 단단히 박혀 있는 걸까.
--- p.79

대문 밖에서 나는 눈이 빠질 듯 대문 안쪽을 노려보았다. 나는 절대로 착한 딸이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윤아와 어울리면서 해수와 멀어지게 된 것이나 내게 도벽이 생긴 것이나 다 이즈음의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나쁜 것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독한 앙심을 품는 버릇이 생긴 것이었다.
--- pp.106~107

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왜 불행은 가장 사심 없고 순결한 순간에 나를 습격하는가?
--- p.115

어느 날엔가 나는 꽃무늬 커튼을 친 어두운 방에서 가구에 둘러싸인 채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움직일 수 있다고, 내부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믿음과는 달리 습기를 잔뜩 머금은 젖은 나무토막처럼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이렇게 서서히 젖어가고 싶다는 축축한 욕망이 혈관을 타고 번졌다. 먼 훗날 누군가 이 방에 들어와 내겐 전혀 개의치 않고 이 방의 가구들과 함께 나를 들어내어서 어디론가 싣고 가 낱낱이 부수어주기를, 그렇게 해체된 채로 햇볕 받으며 말라가기를, 골수부터 관절까지, 마디마디까지 곰팡이로 뒤덮였던 몸이 콱콱 쪼개지고 틀어지며 버쩍버쩍 말라가기를 나는 꿈꾸었다.
--- pp.168~169

나는 풍비박산 난 내 젊은 날의 신념을 약하고 게으른 내 육체의 탓으로 돌렸다. 정신력과 의지의 결핍을 문제삼기보다 순수히 육체의 결함과 한계를 원망하는 것은 얼마나 더 불가항력적인 듯이 보이는가.
--- p.181

상처가 없다면 샤푸리야르왕이 어떻게 잠들지 않고 셰에라자드의 길고 지루한 이야기들을 들어낼 수 있겠는가? 셰에라자드의 무한한 이야기의 미로가 없다면 어찌 샤푸리야르왕을 벼락처럼 내려찍은 상처의 모서리가 찬란히 빛날 수 있겠는가? 낮과 밤이 교차하는 짧은 순간, 상처의 빛이 어둠 속에 잠긴 삶의 아픈 단면을 드러낸다.
--- p.218

당시에 내가 품고 있던 사랑에 대한 결론은 매우 단호한 것으로, 존재를 걸고 사랑을 요구할 수 없다면 존재를 걸고 잊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어정쩡한 존재의 걸쳐놓기는 차마 추악해서 견딜 수 없다고 나는 과감히 단언하고 있었다.
--- p.241

헛된 위로의 힘은 바로 그 헛됨에서 나왔다. 이따위 망상이라니, 부질없다, 부질없다, 하는 생각이 내 마음의 저변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가능에 대한 열망은 격렬했고 이성을 완전히 제압했다. 내 열망이 헛되다는 걸 알면서, 아니 바로 그 헛됨 때문에 나는 그것의 실현에 목숨을 걸었다. 확률이 낮을수록,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장기까지 팔아 올인하는 비운의 도박사처럼.
--- p.251

설령 모든 것이 한층 더 나빠진다 하더라도 나는 말을 믿고, 기억을 믿고, 그 밖의 다른 것들을 믿을 것이다. 닫히지 않은 이야기, 닫히지 않은 믿음, 닫히지 않은 시간은 아름답다. (.…) 상처로 열린 우리의 몸처럼, 기억의 빛살이 그 틈새, 그 푸르른 틈새를 비출 때 비로소 의미의 날개를 달고 찬란히 비상하는 우리의 현재처럼……
--- p.309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을 통해 나는 잃어버린지도 모른 채 살았던 내 과거와 만나며,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의 후미진 과거를 남몰래 애도한다. 책갈피를 서너 장만 넘기면, 나는 어느새 스무 살 풋내기 시절로 돌아가 있다. 그녀의 문장 속에서는 예리한 지성과 따스한 멜랑콜리가 불안하게 공존한다. 권여선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내게는 그저 작가 한 사람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직 완전히 떠나오지 못한 나의 이십대, 내 소중한 벗들의 이십대가 동시에 덮쳐오곤 한다.
- 정여울 (작가,문학평론가)
『푸르른 틈새』가 세상으로 나온 이후 삼십 년 가까이 권여선의 소설을 따라 읽어온 우리가 모를 수 없는 것은, 과거로부터 쏟아지는 기억의 빛은 끊임없이 흘러나와 새로운 이야기로 살아난다는 사실이다. (…) 틈새는 갈라져 있는 좁은 간격이지만, 그 자체의 면적을 지닌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날의 상처가 찢어버린 흔적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기억이 비쳐 들어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우습고 어설프고 어정쩡한 자세로 청춘을 보내왔다고 생각한 이, 이유를 알 수 없이 슬프고 아팠던 청춘을 보낸 이가 영원히 빛을 바라볼 수 있는. 그래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날개를 달아 날아갈 수 있는.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틈새는 장소다. 푸르기에 더욱 슬프고 아름다운.
- 인아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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