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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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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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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7403453
ISBN10 893740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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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 김정희 candy@yes24.com
'결혼은, 미친 짓이다?' 다소 뜬금 없는 제목의 소설이 나왔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닉네임이 없었더라면 얼핏 결혼이데올로기와 가족주의, 페미니즘을 상투적으로 들먹거리는 소설쯤으로 여겨질 만하다. 어쩌면 무겁고도 질퍽거리는, 그런 아우라가 버티고 있을 거라는 선입견으로 겉장만 훑고 지날 법한 제목. 그러나 '규진이 봉투를 꺼내 내게로 던졌다. 속에는 청첩장이 들어 있었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이 소설의 이야기들은 경쾌할 만큼 산뜻하고 기분 좋을 만큼 가볍게 흐른다.

이에 이만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각자의 결혼 생활을 거짓으로라도 미화시키거나 편협한 도덕론으로 묶어놓기에 바쁘다. 특히, 경제적 손익계산표를 바탕으로 한 거래이면서도 마치 순수하게 사랑하는 척하는 위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연되고 있다. 그런데도 결혼이 아주 성스러운 것인 양 치장된다"며 창작 동기를 밝힌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결혼의 이중성'이다. TV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결혼이 마치 사랑의 완성품인 것처럼 포장되지만 이런 예쁜 그림을 순진하게 믿어버리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이 책이 문제작이 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조크와 해학, 유머를 살린 대화체 문법' 때문이다.

... '넥타이 하나 멋진 걸로 선물해 줄게.' '넥타이는 많으니까 유리 씨 친구 중에 괜찮은 여자나 있으면 소개시켜 줘.' '만나는 여자 있잖아?' '넥타이 수만큼은 안 돼.' ... '전철 끊겼죠?' '심야 버스도 끊겼을 거 같군요.' '어떡하죠?' '필름이나 끊기지 않기를 바래야죠.' '총알 택시를 타면 되지만 그거보단 여관비가 쌀 거예요.' '곯아떨어질 게 뻔하니까, 택시를 타나 여관으로 가나 마찬가지일 거 같긴 하네요.'

무겁고 집요한 심리묘사나 배경묘사 같은 것은 없다. 모든 상황은 인물들의 길지 않은 경쾌한 대사로 이해된다. 텔레비전은 '장동건', '황신혜 팔찌', '최진실 머리띠'와 같은 몇몇 아이템으로 요약되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모즈룩>풍의 밝은 베이지색 재킷과 짧은 V네크라인으로 패인 베네통의 흰색 티셔츠'로 묘사 끝이다.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자연히 TV드라마가 연상된다. 물론 온 가족이 시청하는 주말연속극이나 묵직한 대하드라마가 아니다. 쌈박한 베스트극장이나 깔끔한 미니시리즈와 같은 트렌디 드라마 정도 될까?

가볍다. 물론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다. 속도의 완급을 알고 있는 것일까? 속도의 변화 없이 계속 빨리 달리는 차안에 있으면 이 차가 느린지 빠른지 알 수 없다. 속도를 줄이기도 하고, 도중에 멈추기도 해야 속도의 빠른 맛을 아는 법이다. 이만교는 이 맛을 안다. 빠른 대화 속에서도 간간이 일상의 틈새를 엿보는 시니컬한 시선을 배치해, 독자로 하여금 한 호흡 쉬어가게 만든다. 또한 광고학, 여성학, 사회학 등 문화의 각 코드를 넘나들며 이 사회를 읽어낸다.

"내 생각에 한 사람의 개성이란, 각각의 사소한 차이점들의 조합일 것 같아. 그러니까 A라는 사람은 단발머리+커다란 엉덩이+란제리 팬티+은희경 소설+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들+중앙일보 사설+위장병... 등이라면, B라는 사람은 염색한 갈색의 긴 머리+유난히 작은 유방+컬러 팬티+신경숙 소설+왕가위의 영화들+동아일보 사설+근육질... 등인 거지. 이러한 조합은 거의 무한에 가까우므로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미세하게나마 서로 다른 사람인 거야."

짧은 잽으로 토닥토닥 거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치고 빠지는 순발력은 다른 작가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이만교만의 탁월한 장기이다. 이를 문학평론가 김화영은 "리모컨을 장착한 새로운 작가의 출현"이라고 평한다. 벌써부터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텔레비전의 일세대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극중인물과 실제인물을 곧잘 혼동했지만, 그래서 텔레비전과의 거리를 상실해 버리기 일쑤였지만, 그러나 우리 세대는 다르다. 우리 세대는 가자의 내면이 아예 텔레비전처럼 구조화 되어 있다. 우리는 텔레비전으로 세계를 인식하며, 따라서 세게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들에 대해서만 논평한다. 그나마 귀찮으면 우리는 텔레비전을 끄듯이 신경을 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지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듯 전화를 걸어보거나 각양각색의 공간들을 조금씩 기웃겨려본다.

심지어 우리 모두는 탤런트가 되어버렸다. 탤런트의 배역과 역할을 좌우하는 것은 탤런트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광고주와 시청자들의 반응과 방송국 소유주이듯, 타인의 시선에 의해 조절당하고, 우리의 물질적 소유주인 직장 상사나 부모로부터 간섭을 받는 세대다. 내 안에,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결혼과 직장생활은 정해진 대본처럼 상투화되어 가고 있다.
--- pp. 279-280
텔레비전 프로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볼 욕심으로 텔레비전을 미리부터 켜놓고 기다렸던 건데. 나중엔 아니었어. 화면 조정 시간에 흘러나오는 모차르트 파아노 소나타가 너무 좋아서 틀었던 거야. 정말 경쾌한 멜로디었거든. 나중에 혼자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그멜로디가 입에서 흥얼흥얼 흘러나오는 거야. 화면 조정 시간의 그 둥글고 네모난 기하힉 도형을 보면서 모차르트를 알게 된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 p.232
작가의 말 '나는 모든 독점적인 것, 권위적인 것, 성스러운 척하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어느 계층이든, 웃음과 농담의 대상으로 삼아보고 싶다. 나는 그들을 웃기거나 비웃어주고 싶다. 일테면 이번 소설에서 다룬 이야기도 그러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각자의 결혼생활을 거짓으로라도 미화시키거나 편협한 도덕론으로 묶어놓기에 바쁘다. 특히, 경제적 손익계산표를 바탕으로 한 거래이면서도 마치 순수하게 사랑하는 척하는 위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연되고 있다. 그런데도 결혼이 아주 성스러운 것인 양 치장된다. 결혼에 대한 이러한 환상은 우리를, 도리어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유행이나 결혼을 통해 우리는 다량으로 속화되고 복제되는 게 아닐까.'
--- p.
'우주선?' 누군가 물었다.

탁자 위에 두 개의 포크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놓고 말했다.

'망망대해의 우주속을 끝없이 표류하고있는 두 개의 고장난 우주선이 그야말로 우연히 탁자 하나가 놓일 만큼의 가까운 거리를 두고 천천히 스쳐 지나가는 거지.'

나는 두개의 포크를 공중에서 평행으로 교차시켜 보이며 말했다.

'그것으로 디 엔드, 끝이지' 그리곤 물었다.

'종교있어요? 이런 ,저도 무신론자니까 우리는 죽은 뒤까지도 다시 만날 루트가 없는 셈이군요. 그런데도 한 잔 안할 거예요?'
--- p.146
우리 회사 사람들이 결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인데, 사람들이 하필 그전에 사랑한 사람이나 그후에 사랑할 사람이 아닌, 바로 지금의 그 사람이랑 결혼하게 되는 건 단지, 그 사람을 결혼 적령기에 만났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누구를 만나 사랑해도 상관없는데 단지 순서가 문제인 거지. 그중에서 제일 괜찮은 남자를 바로 결혼 적령기 때 만나야 행복해질 수 있는 거니까.
말과 설거지를 동시에 끝낸 여동생이, 손의 물기를 바지 엉덩이에 닦으며 나왔다.
--- p.133
세상에 제일 가는 보물을 얻었으니 어디에 방 하나 있었으면, 열려라 참깨 같은 동화 속 나라의 풍요는 없지만 두 번 짧게, 한 번은 길게 고양이 울음 울면은 그녀가 살금살금 나와서 키 작은 대문을 따준다면, 샘터를 돌아 뒤란을 지나 불빛 한 점 보이지 않으나 정숙한 그녀같이 속으로 더욱 따뜻한 온돌방이었으면....

방 한 칸이 비좁아 제 가슴에 굴을 파고 묻어버렸던 옛사랑은 어디를 가든 쥐똥나무 빽빽한 산울타리로 막아서고 먼 한 촉 전구 불빛이 가장 큰 그리움으로 자랄 때까지 나는 길 위에 갇혀 있었습니다. 세월의 홀로 주인이신 하느님, 이 땅은 언제나 세월의 것이고 거기 세들어 사는 한 뼘 세월은 영원히, 우리의 몫입니다. 다만 닦고 닦지 않는다면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램프의 요정 같은 깨달음을 이제금 얻었으니...... 작은 방 한 칸이어도 좋겠어요. 독수공방 하느님께 폐 끼치지 않도록 늘 웃음도 깨물어 조용히 삼키는 행복을 누리고 싶어요. 욕심은 작을수록 당당하며 사람의 몸과 마음은 열릴수록 신기하여 얼마나 많은 보물로 가득한지, 하느님 아주 작은 방 한 칸이어도 좋겠어요
사람들이 하필 그전에 사랑한 사람이나 그후에 사랑할 사람이 아닌, 바로 지금의 그 사람이랑 결혼하게 되는 건 단지, 그 사람을 결혼 적령기에 만났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누구를 만나 사랑해도 상관없는데 단지 순서가 문제인 거지. 그중에서 제일 괜찮은 남자를 바로 결혼 적령기 때 만나야 행복해질 수 있는 거니까
--- p.
'도시의 야경을 바라볼 때마다'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마시며 내가 말했다. '하느님은 구름 너머에 있지도 않고 인간의 마음 속에 양심의 형태로 존재 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것을 지금의 상태로 잡아두려는 사람처럼, 그녀는 포도주 잔을 두손으로 누르듯 감싸 쥐고는 다고곳이 듣기만 했다. '단지 스카이라운지의 높이 쯤에 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세상을 심판하지 않는 거 같아. 여기서는 세상이 그저 바라보기에 딱 알맞도록 정말 근사하게만 보이거든'
--- p.104
나는 모든 독점적인 것, 권위적인 것, 성스러운 척하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어느 계층이든, 웃음과 농담의 대상으로 삼아보고 싶다. 나는 그들을 웃기거나 비웃어주고 싶다. 일테면 이번 소설에서 다룬 이야기도 그러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각자의 결혼 생활을 거짓으로라도 미화시키거나 편협한 도덕론으로 묶어놓기에 바쁘다. 특히, 경제적 손익계산표를 바탕으로 한 거래이면서도 마치 순수하게 사랑하는 척하는 위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연되고 있다. 그런데도 결혼이 아주 성스러운 것인 양 치장된다.
--- p.282
그러고 보면 각자의 개성 차이도 아니다. 직장 상사의 성격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우연찮게 거머쥔 각자의 직업에 의해, 변해 갈 것이다. 농사 짓는 녀석은 농사꾼다운 차림과 생각으로, 직장인은 직장인다운 생활과 의식으로, 그 기미는 이미 미세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영표 녀석이 대기업을 비난하면, 규진이 입을 다물고, 규진이 저희 회사의 프로야구단을 편들면 성일이 제 고향에 배속된 야구단을 두둔했다. 그러면서도 성일의 시선은, 계속해서 건너편 테이블의 여자를 힐끔거렸다. 나는 나대로 서점에 새로 나와 있는 최근의 신간들에 대해 얘기했고, 그러면 그들은 건성으로 대꾸하거나, 아예 그 틈을 이용해 어딘가로 핸드폰을 때리는 녀석도 있었다. 심지어는 나를 포함한 네 녀석이 일제히 핸드폰 통화를 하느라 모처럼 행동 통일이 이루어지는 순간도 생겼다.
--- p. 49
'가령 부모님이 물으면, 좋은 사람 만나면 보름 내로 식 올릴 테니까 걱정말아요, 하지. 안 그러면 자꾸 재촉하실 테니까.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독신주의를 거의 죄악시 하거든. 그리고 형수가 물으면 괜챦은 사람 만나면 하는 거죠, 하지. 괜챦은 사람있으면 소개를 해 주던가 안 그러면 재촉하지 마십시오, 하는 뜻으로. 친구들이 물으면 미쳤다고 결혼해? 그러지. 친구들은 내 독신 생활을 부러워 하거든. 약 올리는 거지. 만약 여학생들이 물으면 나는 독신주의잡니다, 라고 대답하지. 흥미를 끌기 위해서지. 그리고 여러분과 자유 연애는 할 수 있지만 결혼이라는 단서를 다는 따위의 연애는 안합니다, 하고 방패막을 치는 거야. 그리고 교수님들이 물으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그러지. 혹시 정말 괜챦은 여자라도 만날수 있을 까 싶어서 말야'
'네가' 그녀가 물었다. '너 자신에게 물었을 때의 대답은 뭐야'
눈을 십여 차례 깜박여 본 다음에 내가 말했다.
'......NO야'
--- p.173-174
“뉴스조차도 우리의 일상 현실과는 너무 멀리 동떨어져 있는 얘기 같아. 라디오 뉴스가 처음 방송되던 때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먼저 보도하고 먼 지방의 소식을 제일 늦게 보도하는 게 순서였대. 그대만 해도 뉴스에 인간적 거리감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 내가 말했다. “그러나 이젠 뉴스도 꿈이나 연속극만큼 비현실적인 것들투성이야. 대개는 한번도 대면할 인연이 없는 정치인들과 외국의 전쟁 얘기들 뿐이잖아. 그 바람에 사람이 무수히 죽었다는 전쟁 소식이 연속극보다도 절실하게 느껴지지가 않고, 현실과 비현실이 점점 더 혼동 되어 가는 것 같아.” ---P.20-21

과연 그랬다. 대학 시절, 그때 우리는 함께 생각했고 서로 닮아 있었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여 합의점을 이끌어내고, 함께 데모를 하고, 방학 때면 함께 스터디를 하고 농활을 갔었다. 심지어는 대학 졸업 후의 문제에 대해 서로 막연하기만 했다는 점까지도, 우리는 서로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생각도 차림새에도 차이가 났다. 숨겨져 있던 미세한 개성의 차이가 이제야 드러나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각자의 개성 차이도 아니다. 직장 상사의 성격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우연찮게 거머쥔 각자의 직업에 의해, 변해 갈 것이다. 농사 짓는 녀석은 농사꾼다운 차림과 생각으로. 직장인은 직장인다운 생활과 의식으로. 그 기미는 이미 미세하게 드러나고 있었다.---P.48-49

서로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갑자기 어색해지면서 그녀와 나 사이에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소설의 빈 페이지 같은 공백이 가로놓였다. 그러자 그녀와 내가 마치 페이지의 모퉁이를 접어두고 어디론가 사라진 독자를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등장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P.57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사람과 사람 간의 구별점이 생겨나지가 않아. 어딘가에는 반드시 나와 같은 상표의 옷, 똑같은 헤어스타일, 혹은 똑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은 더 있을 거란 말야./더구나 사람들은 거의 같은 취향을 저마다 반복해. 가령 똑같은 뉴스, 연속극과 유머 시리즈, 엇비슷한 카페와 음악, 베스트셀러와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들을 동시에 보고 있지. 개성이란 결국 직장 상사의 취향이거나 리어카에서 구입한 귀고리에 불과한 거야.---P.90

사진 속에서만큼은, 그녀도 나도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약간의 부끄러움, 수줍음, 순간순간을 행복에 겨워 하는 눈빛이 그 속에는 보관되어 있다. 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사진 속의 삶은 그녀가 가보고 싶어했던 또 하나의 길이라기보다는, 그녀와 내가 갔어야 했던 길임을. 그러나, 우리에겐 그 길을 갈 용기가 없었다.---P.277
--- p.
“뉴스조차도 우리의 일상 현실과는 너무 멀리 동떨어져 있는 얘기 같아. 라디오 뉴스가 처음 방송되던 때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먼저 보도하고 먼 지방의 소식을 제일 늦게 보도하는 게 순서였대. 그대만 해도 뉴스에 인간적 거리감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 내가 말했다. “그러나 이젠 뉴스도 꿈이나 연속극만큼 비현실적인 것들투성이야. 대개는 한번도 대면할 인연이 없는 정치인들과 외국의 전쟁 얘기들 뿐이잖아. 그 바람에 사람이 무수히 죽었다는 전쟁 소식이 연속극보다도 절실하게 느껴지지가 않고, 현실과 비현실이 점점 더 혼동 되어 가는 것 같아.” ---P.20-21

과연 그랬다. 대학 시절, 그때 우리는 함께 생각했고 서로 닮아 있었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여 합의점을 이끌어내고, 함께 데모를 하고, 방학 때면 함께 스터디를 하고 농활을 갔었다. 심지어는 대학 졸업 후의 문제에 대해 서로 막연하기만 했다는 점까지도, 우리는 서로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생각도 차림새에도 차이가 났다. 숨겨져 있던 미세한 개성의 차이가 이제야 드러나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각자의 개성 차이도 아니다. 직장 상사의 성격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우연찮게 거머쥔 각자의 직업에 의해, 변해 갈 것이다. 농사 짓는 녀석은 농사꾼다운 차림과 생각으로. 직장인은 직장인다운 생활과 의식으로. 그 기미는 이미 미세하게 드러나고 있었다.---P.48-49

서로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갑자기 어색해지면서 그녀와 나 사이에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소설의 빈 페이지 같은 공백이 가로놓였다. 그러자 그녀와 내가 마치 페이지의 모퉁이를 접어두고 어디론가 사라진 독자를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등장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P.57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사람과 사람 간의 구별점이 생겨나지가 않아. 어딘가에는 반드시 나와 같은 상표의 옷, 똑같은 헤어스타일, 혹은 똑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은 더 있을 거란 말야./더구나 사람들은 거의 같은 취향을 저마다 반복해. 가령 똑같은 뉴스, 연속극과 유머 시리즈, 엇비슷한 카페와 음악, 베스트셀러와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들을 동시에 보고 있지. 개성이란 결국 직장 상사의 취향이거나 리어카에서 구입한 귀고리에 불과한 거야.---P.90

사진 속에서만큼은, 그녀도 나도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약간의 부끄러움, 수줍음, 순간순간을 행복에 겨워 하는 눈빛이 그 속에는 보관되어 있다. 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사진 속의 삶은 그녀가 가보고 싶어했던 또 하나의 길이라기보다는, 그녀와 내가 갔어야 했던 길임을. 그러나, 우리에겐 그 길을 갈 용기가 없었다.---P.277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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