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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아재비

창비시선-506이동
박경희 | 창비 | 2024년 07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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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34g | 125*200*8mm
ISBN13 978893642506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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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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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수술로 한 계절 병원 신세 지고 온
석남이네 할머니
산이 있던 자리 멍하니 보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산이 사라졌다
여주댁 이사 가고 산 팔았다더니
그새 사라지고 없다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들었다
고사리 끊으러 다녔던
산이 사라졌다
산벚나무가 유난히 많던 산이
호랑지빠귀가 울던 산이
기둥에 걸어놓은 거울 속
산이 사라졌다
당신도 곧 사라질 것처럼 여러날째
빈 하늘만 보고 있다
--- 「산이 사라졌다」 전문

나가 구십 하고도 거시기 두살인가 세살인가 헌디도 까막눈 아녀, 젓가락을 요로코롬 놔도 뭔 자인지 모른당께, 그냥 작대기여 헌디, 할멈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 수술받는다고 병달이 놈 손 잡고 올라갔잖여, 병달이가 무신 일 있으믄 편지 쓰라고 봉투에다가 주소는 적어두고 갔는디, 나가 글씨가 뭔지 오치게 알어, 기냥 알았어,라고만 혔지, 그때는 산 넘어가야 전화가 있을랑 말랑 혔어 암만,

어찌어찌 보름이 지났는디 이 할멈이 오지를 않는겨, 저짝에서 소쩍새가 소쩌럭 소쩌 소쩌 여러날 우는디 환장허겄데, 혼자 사는 노인네들은 어찌 사나 몰러, 그나저나 수술받다 죽었으믄 연락이라도 올 텐디 꿩 궈 먹은 소식이더라고, 병달이가 써준 봉투 생각이 나서 종이 꺼내놓고 뭐라 쓰야겄는디, 뭐라 쓰야 헐지 몰라서 고민허다가 에라 모르겄다, 허고는 소 다섯마리 그려 보냈당께, 근디 할멈이 용케 알아보고 열흘 만에 왔더만, 나가 글씨보단 그림에 소질이 있는 걸 그때 알았당께
--- 「오소」 전문

빈 절간을 지키는 개 반달이의 느린 걸음이고 싶어졌고 슬쩍 날아와 털신의 털을 뽑아 가는 박새 부리이고 싶어졌고 무너진 축대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목련나무를 스쳐 가는 바람이고 싶어졌고 극락전 앞 뒹구는 매미 허물이고 싶어졌다 바랜 단청 흐린 색으로 머물다 지워지고 싶었고 문살 나간 창호지 구멍이고 싶었고 그늘도 없는 폐사지에 머물다 간 구름이고 싶었다 요사채에서 병든 사내가 밟은 절 마당이고 싶었고 승복 말리는 빨랫줄이고 싶었다 그렇게 여러달 서성이는 발자국으로

머리 긴 비구니가 되어 그늘 많은
도시로 돌아왔다
--- 「폐사지를 걷다가」 중에서

아부지는 농부다 말하자면 남의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고
밤하늘의 별을 빌려 씨를 뿌리는 사람

(…)
평생 당신 논은 한뼘도 갖지 못했다 늘어가는 건 조합 빚
같은 주름살에 낡은 경운기 바퀴 사이에 낀 흙덩이 같은 빚,
막장꾼에서 농부로 넝쿨로 기어오른 생

빌려 쓰는 생이니 이리 살지,
내 것만 있으면 게을러서 못 산다는
목소리가 커서 허물도 컸다
--- 「매미」 중에서

장을 담그려고 살아 있는 꽃게를 사 왔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섭게 파닥거렸다
바다가 그리 먼 곳이다

아무리 파닥거려도 갈 수 없는 곳
필사적으로도 갈 수 없는 곳

나는 절실하지 않았기에
아직도 여기에 있다

꽃게의 바다도 멀고
나의 바다도 멀다

바다는 그리 먼 곳이다
--- 「나의 바다」 전문

할머니 저승 가시고 집이 돌아가셨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그곳으로
집도 따라갔다

온양댁 할머니가 우물우물하다가 툭, 뱉어놓은 탱자꽃
피기도 전에 저승 가시자 어찌 알았는지
탱자나무가 한달 만에 죽었다

전봇대 공사 도맡아 하던 진숙이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자
그 집 마루 밑에 살던 개 동식이도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보름 만에 죽었다

정성을 들였던 것들은
아픔도 죽음도 함께한다

아버지 돌아가시자 살던 개도 죽고
밭 귀퉁이 낡은 경운기도 사라졌다
--- 「집이 돌아가셨다」 전문

어린 시절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던 수탉의 울음소리가 감나무에 서려 있는 옛집에 들었다 귀퉁이 떨어진 항아리가 있었던가 개망초가 기웃거리는 구름을 쓸어냈다 눈 끝으로 어린 시절을 만지작거리다가 광에서 만났다 큰 몸집이 무너지는 걸 안간힘으로 받쳐 든 벽에 선명하게 찍힌 손자국
--- 「손자국」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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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걷다가 자주 멈칫거리며 뒤를 돌아본다. 흠칫 놀라 풀밭 사이로 풍덩 들어가는 무수한 마음들이 있다. 주머니 속을 헤집어 무엇이라도 주려는 사람을 나는 안다. 시인이 붙잡고 싶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는 안다. 문득 등을 보이며 삐걱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다정히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나는 안다. “모르는 말들”이 사라지기 전에 발자국을 남기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시인을 나는 안다. 이제 와 고백하지만, 박경희 시인이 부르는 내 이름을 듣고 “쪼그려 앉아 한참”을 울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시집을 읽는 당신도 당신의 이야기를 붙잡을 수 있기를. 그러하기를.
- 유현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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