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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

: 팔도 최고의 족집게 선생부터 기상천외한 커닝 수법까지, 처음 읽는 조선의 입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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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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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92g | 140*210*20mm
ISBN13 9791171712410
ISBN10 117171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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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천태만상, 조선의 입시 전쟁] 흥미로운 시선으로 조선사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이한 저자의 신간. 500년 전 조선에서 만나는 공부에 미친 사람들과 과거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일타 강사, 사교육 시장, 컨닝 등 조선과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흥미로운 단어들로 '입시 왕국' 조선의 색다른 면모를 소개한다. - 안현재 역사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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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에 따르면 조선 사람들도 아이에게 힘든 공부를 시키며 “지금 고생하면 남은 인생은 편하게 살 수 있다”라고 속삭였다. 왜 공부하는가. 출세하기 위해서다! 과거에 급제해 높은 관직에 올라 부와 명예, 권력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다! 교육관이 이러하니, 누군가가 도덕이나 정의 같은 입바른 소리를 하면 잘난 척한다고 비웃어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이다.
---「1장-01 정약용, 입시에 미치다」중에서

《한국의 과거제도》를 쓴 이성무 교수에 따르면, 생원과 진사 중에서 고작 6.4퍼센트만이 문과에 급제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생원 1만 9675명, 진사 2만 974명 중 문과에 급제한 이는 7438명뿐이었다. 그 외의 경우(가령 임금이 꼼수를 부려 자기 측근을 급제시킨 일)를 모두 합쳐도 조선 역사를 통틀어 문과 급제자는 1만 5000명 정도에 그쳤다.
---「1장-02 일곱 개의 관문과 어사화」중에서

정조는 정말로 못 쓴 글씨를 싫어했다. 같은 날의 기록에 그 이유가 나오는데, “문체는 갑자기 바꾸기 힘들지만 필체는 한 번 보면 그 사람이 진지한지 가벼운지 알 수 있으므로” 악필은 무조건 낙방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필체를 중요하게 따졌던 그해의 과거에서 장원 급제한 김명육(金命堉)은 “자체(字體)가 기울고 비뚤어져서 글씨가 괴이”하다는 이유로 결국 낙방 처리되었다.
---「1장-04 과거 공부의 삼박자: 읽기, 외우기, 쓰기」중에서

그런데 만약 어느 한 사람을 콕 집어 맞춤형 교육을 시킨다면 어떨까. 그에게만 특별한 선생과 특별한 교재를 허락한다면? 최고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요즘 학원가를 주름잡는 영재교육의 기본 콘셉트인데, 놀랍게도 조선 시대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500년 전의 사람들 또한 여력만 있다면 좋다는 선생은 다 부르고 좋다는 교재는 다 장만했다. 아직 어린 자식을 멀리 떨어진 학교로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극성스러운’ 교육에 가장 미쳐 있던 곳이 어디냐 하면, 바로 경복궁! 그러니까 조선의 왕실이었으며, 교육 대상은 다음 임금이 될 세자였다.
---「2장-01 조선의 사교육 1번지, 경복궁」중에서

비슷한 일이 정조 때의 무신 노상추(盧尙樞)에게도 벌어졌다. 사실 노상추는 상황이 더 안 좋았다. 그는 영조 때 과거에 도전했는데, 가뜩이나 여든 살이 넘어 노쇠한 임금이 얼마간 피가 나오도록 거칠게 기침하다가 덜컥 승하했다. 국상이 시작되는 마당에 과거가 치러질 리 없었다. 한마디로 기약이 없어진 것이었다. 그간 논밭을 판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과거를 준비하고, 또 기다렸는데, 이제는 모두 무의미해졌으니, 노상추는 결국 눈물을 삼키며 고향으로 내려갔다.
---「2장-03 입시의 한양 집중 현상」중에서

남이 어머니의 행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아들을 잘 키우기보다는,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데 집착했던 것처럼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역적 남이’의 수상하기 짝이 없는 집안 사정이 드문드문 기록되어 있는데, 어머니와 관련된 일화들이 참으로 파격적이다. 그에 따르면 며느리를 질투하고 쫓아냈다든지, 국상 중인데도 아들에게 쇠고기를 먹이려고 준비했다든지, 심지어 아들과 근친상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이 어머니의 무서움은 당대의 아들들 사이에서 늘 화젯거리였다.
---「3장-01 무서운 엄마들」중에서

별로 놀랍지는 않지만, 500년 전에도 이런 선생들이 많았다. 그들이 애용한 회초리인 초달(楚撻)은 보통 가시나무로 만들었다. (…) 이 가시나무로 회초리를 만드는 이유가 있었는데, 한의(韓醫)에 따르면 멍을 잘 풀어주고 기력을 북돋는 식물이어서, 이것에 맞아도 상처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나름대로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던 것이다.
---「3장-04 체벌, 그 지도편달의 명과 암」중에서

절도 중요한 사교육 기관이었다. 조선은 분명 유교의 나라였고, 불교를 배척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수많은 선비가 절에서 숙식하며 공부했다. 그렇다면 선생은 누구였을까. 바로 절의 승려들이었다. 승려가 선비를 가르치는 유교의 나라라니, 대단히 역설적이다. 하지만 조선 초기에는 세자를 절로 보내 공부시키자는 의견이 종종 나왔고, 정약용도 한강 이남의 봉은사(奉恩寺)에서 공부한 적이 있으며,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사람이 절에서 공부했다. 그러면서도 불교를 배척하는 꼴이 당시에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4장-01 명문가에서 유행한 입주 과외」중에서

이황도 아들에게 편지를 써 과거 일정을 알려줬다. 그리고 보통 이런 정보는 출제 예상 문제와 함께 전해졌다. (…) 이황이 관직에 있을 때 아들에게 쓴 편지를 보면, ‘최근 사회 이슈’나 ‘최신 출제 경향’이 잘 정리되어 있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임금이 어떤 문제를 낼지도 알려주었다. 아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다니! 바로 그 이황이? 공정함은 어디로 내팽개쳤는가. 이런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당시에는 꽤 흔한 일이었다.
---「4장-02 천민 선생과 양반 학생」중에서

이처럼 어른이 아랫사람의 답안지를 빼앗는 일이 또 있었다. 조선 후기의 문인 박사철(朴師喆)은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모두 잃고 어렵게 살았다. 그래도 소문날 정도로 박식하고 글을 잘 지었는데, 과거에는 번번이 낙방했다. 그랬던 박사철도 답안지를 빼앗기는 일을 경험했다. 그의 묘갈명에 따르면, 과거를 보는데, 어느 친척이 옆에 붙어 답안지를 그대로 베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참으로 기가 막혔다. “나는 나이가 많고 또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기에 어쩔 수 없이 자네가 지은 것을 베끼는 것일세. 자네는 내가 먼저 시권을 내도 용납할 수 있겠는가?”
---「4장-03 입시는 어떻게 문란해지는가」중에서

다만 이이도 그 나름대로 꽤 고생했다. 앞서 언급한 성균관에서의 왕따가 관직 생활을 시작한 후에도 이어졌던 것이다. 정확히 말해 왕따라기보다는 면신례(免新禮), 즉 신고식이 너무나 과했다. 면신례의 시초는 막 관직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선배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선배들의 후배 괴롭히기가 되어버렸다. 얼굴에 구정물을 칠하게 하거나, 미친 여자의 오줌을 받아먹게 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동물 흉내를 내게 하거나, 가산이 거덜 날 정도로 음식과 술을 차리게 하는 등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5장-01 천재는 태어날 뿐 만들어지지 않는다」중에서

허난설헌은 시대의 기린아였던 허균의 누이이자,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고했던 허성(許筬)과 뛰어난 문인이었던 허봉(許?)의 동생이었다. 딸의 재주를 아깝게 여긴 아버지 허엽(許曄)은 딸을 아들들과 똑같이 가르쳤고, 잘 알려진 대로 허난설헌의 시집은 중국에까지 소개되어 널리 명성을 떨쳤다. 허난설헌의 시집에 발문을 쓴 유성룡은 조선의 남성으로서 여성에게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찬사를 남겼다. “훌륭하도다, 부인의 말이 아니다.”
---「5장-03 길이 없은즉, 뚫어낸 여성들」중에서

이 외에도 인상적인 개천 용이 여럿 있다. 나무하는 노비[초부(樵夫)]였지만 시인으로 이름을 날린 정초부(鄭樵夫), 역시 노비 출신 시인으로 자기 자신을 ‘진짜 종놈[단전(亶佃)]’으로 소개할 만큼 반골 기질이 강했던 이단전(李亶佃) 등이 대표적이다. (…) 많은 사람이 이들 개천 용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러한 설움을 겪으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더욱 갈고닦았다. 그리고 끝내 대단한 명성을 누렸다.
---「6장-01 개천의 용은 승천을 꿈꾸는가」중에서

이보다 한심한 일로는 ‘덕방암(德方庵) 습격 사건’이 있었다. 1442년(세종 24년) 성균관과 사학(四學)의 유생 26명이 북한산의 유명 사찰인 덕방암으로 몰려갔다. 조용한 곳에서 공부하기 위함도 아니었고, 템플스테이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도 아니었다. 이단을 척결한다며 절을 때려 부수고, 승려들을 두들겨 패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조선의 미래를 책임질 예비 엘리트들이 깡패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6장-02 그 많은 낙방생은 어떻게 되었을까」중에서

정약용은 〈여름날 술을 마시며(夏日對酒)〉라는 기나긴 시에서 이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지체가 낮으면 자질이 빼어나 문과에 급제해도 출세할 수 없고, 무예가 뛰어나 무과에 급제해도 군의 대장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좌절한 이들은 세상에 분노하며 공부를 때려치우고 도박과 놀이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명문가 출신들은 자신이 어떤 기회를 누리고 있는지 잘 알고 겸허한 마음으로 공부했을까. 전혀 그러지 않았으니, 그들은 자신이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출세할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에, 마찬가지로 도박과 놀이에 빠져들었다.
---「6장-03 장원급제자의 최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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