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산산조각이 난 예측과 실패한 실험으로 점철된 고된 과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운명의 달은 이따금 우리가 예상도 의도도 하지 않은 승리의 길로 서서히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 종족이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생각하면 진정 무섭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생명을 구하는 소중한 발명품과 우주에서 발견한 심오한 사실들 일부는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잘못된 덕분에 겨우 우리 손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뜻밖의 운 좋은 발견이 과학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 세상이 변화하고 어디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될지 예측할 수 없다. 때로는 올바른 시점의 적절한 장소가 아니라, 잘못된 시점의 그릇된 장소에서 혁명이 시작된다.
--- 「머리말」 중에서
1845년 어느 날 오후, 쇤바인은 아내가 외출한 사이 자신만의 공간이 확보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만한 일을 했다. 부엌으로 슬그머니 들어가 비밀리에 화학 실험을 한 것이다! 쇤바인이 어떤 실험을 할 계획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실험을 준비하는 동안 커다란 비커 두 개에 각각 담긴 질산과 황산을 탁자에 엎질렀기 때문이다.
위험한 상황(그리고 산성 물질이 닿아 부식된 물건에 관하여 아내에게 설명해야 할 가능성)에 당황한 쇤바인은 아내의 앞치마를 급히 움켜잡고 부식성 혼합액을 가능한 한 빠르게 흡수시켰다. 혼합액 대부분을 닦아낸 뒤에는 젖은 앞치마를 말리기 위해 난로 가까이에 두었다. 그런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앞치마가 폭발했다. 당시 쇤바인은 무슨 반응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를 설명할 수 있다.
--- p.19
1939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수학과 학생인 25세의 조지 댄치그는 지도교수 예지 네이만의 강의 시간에 늦게 도착했다. 댄치그는 칠판에 적힌 과제 문제를 노트에 베끼고, 며칠 뒤 문제의 답을 제출한 뒤 여느 때처럼 일상을 보냈다. 댄치그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칠판에 적힌 문제가 실은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것은 너무도 어려운 나머지 역사상 한 번도 풀린 적 없는 난제였고, 댄치그가 이제 그 문제를 해결해버렸다. 강의 시간에 늦지 않았다면, 그는 문제 풀이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벨과 댄치그의 이야기에 교훈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일의 어려움을 미리 알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려움에 관한 예언은 그러한 예언의 실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일이 이미 해결되었다고 단순히 가정하는
것이다.
--- p.44
실제로, 여러분도 아마 접한 적이 있을 최초의 영상(무명의 기수가 말을 타는 영상)은 머이브리지가 자신의 영상 기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촬영한 결과물이다. 머이브리지가 역마차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영화가 탄생했을까?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 p.72
1959년 폴란드계 미국인 심리학자 밀턴 로키치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는 사람들을 같은 방에 몰아넣으면 어떻게 될까?
--- p.107
1945년 미국 물리학자 퍼시 스펜서는 군용 마이크로파 방출기로 적군의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퍼시는 마이크로파 방출기로 실험하는 도중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으며, 그 발견 내용은 이야기 출처에 따라 다르다. 첫 번째 출처에 따르면, 퍼시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바(미스터 굿바로 추정된다)가 녹는 것을 발견했다. 두 번째 출처에 따르면, 그는 마이크로파 방출기 근처에서 자기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감지했다.
어느 이야기가 진실이든, 퍼시는 방출기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가 주위의 모든 물과 지방 분자를 진동시켜 온도를 상승시키며, 물질을 안팎으로 익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퍼시는 팝콘 한 그릇과 달걀을 방출기에 대고 가열해 보았고(달걀은 그의 조수 얼굴 앞에서 폭발했다), 물이나 지방을 함유한 모든 물질, 즉 거의 모든 음식물을 가열하는 방법을 발견했음을 깨달았다. 전쟁이 끝난 뒤 퍼시는 자신이 연구하던 마이크로파 방출기의 용도를 변경해 최초의 전자레인지로 판매했다.
--- p.150
이는 동네 고양이를 관찰하려고 뒷마당에 동작 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우연히 검치호랑이의 모습을 포착한 것과 같다. 앤더슨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다섯 번째 입자를 목격했다. 뮤온이라고 명명된 이 새로운 입자는 당황스럽게도 원자 내에서 발견되지 않고, 방사성 붕괴에 관여하지 않으며, 양자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도 필요하지 않았다. 뮤온은 아무런 목적 없이 존재했다.
--- p.163~164
픽업은 사업을 시작했고, 석회질 제거 분말을 하픽이라는 상품명(그의 이름 해리 픽업에서 유래했다)으로 시판했다. 앞서 언급한 아인슈타인에 비견할 유레카의 순간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만약 내가 폭탄용 화학 물질을 변기에 넣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고 생각한 남자를 우리는 존경해야 한다.
--- p.193
태양은 녹색이고 하늘은 보라색이다. 우리는 그저 멍텅구리 뇌를 지녔을 뿐이다.
---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