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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고은지 저 / 장한라 | 엘리 | 2024년 08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33건 | 판매지수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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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0g | 133*200*17mm
ISBN13 979119124749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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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실 한 가닥 때문에 비단 태피스트리가 우르르 풀려나가듯, 언젠가 어린 딸아이 위로 책장이 넘어졌던 일이 하필 지금 떠올랐다. 내가 막으러 나섰지만 묵직한 책들이 이미 쏟아지고 있었는데, 아내는 딸 위로 몸을 던졌다. 아내처럼 행동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게 우리 둘의 다른 점이었다. 어쩌면 아내와 함께 땅의 습성을 몸에 익혔어야 했으려나. 그녀가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고 나면 우리는 나눌 말이 전혀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우리가 등을 돌리고 서로를 적이라 불렀을 때, 마치 실 한 가닥 때문에 비단 태피스트리가 풀려나가듯 벌어진 일을 이야기하고는 했다. 무엇을 저버려가며 우리의 일부를 잃어버렸는지 말이다. 마치 사람이 더는 스스로를 혐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제 형제를 죽이는 식이었다. 둘로 쪼개진 나라가 아직도 나라라고 생각하는지 남조에게 묻고 싶었다.
--- p.21

교도관은 수갑을 풀고 검지로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 교도관은 남자가 시작한 것을 이어가며 죽음이라 적었다. / 교도관이 손바닥을 내어주었다. / 남자가 교도관의 손바닥에 삶이라 적었다. / 교도관이 인간을 적었다. / 남자가 삶을 적었다.
--- p.61

선수들은 성화대를 향해 성화를 들어 올렸다. 불은 무언가를 집어삼킨 만큼만 타올랐다. / 불이 성화대 가장자리에 이르러서는 제일 끝까지 퍼졌다. 우리는 숨을 삼키며 비둘기들이 날아올라 열기를 피하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비둘기들은 내려앉은 자리를 지켰다. 그림자가 칼날처럼 얇아졌다. 점점 사그라들고 지워지더니, 자취를 감췄다. (…) 불꽃 속에서 우리의 꿈은 다른 모양을 띠었다. 고통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 비둘기는 지워야 하는 기억이었다. 부드럽게 꼭 맞댄 손바닥 안에서 지워야 하는 기억. 올림픽 성화 점화 이야기를 할 때 비둘기들이 산 채로 불에 탄 일을 떠올리는 사람은 몇 없을 터였다.
--- pp.98~99

그림은 등 전체를 덮고 있었다. 선명한 붉은 선이 어깨 사이에서 시작해 오른쪽 옆구리로 뚝 떨어지며, 허리춤과 엉덩이를 감쌌다. 위엄을 입은 여자의 모습을 어깨 너머로 바라봤다. / “호랑이네요.” 내가 말했다. / 로버트가 고개를 저었다. “위쪽에는 산과 평원이 있고, 아래로는 물줄기와 항구가 있어요. 한국이에요.” / 숨이 턱 막혔다. “아름다워요.” / “남한은 북한을 재건할 생각이 없어요. 북한은 남한을 믿지 않고요. 그렇지만 둘 다 한때는 한 나라였죠.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사회였고, 그게 우리 사회였어요.” 그가 말했다. / “그러니까 이건 지도군요.” / 그가 내 턱을 건드리며 거울 더 가까이로 이끌었다. 내 숨결이 훤히 보였다. “아뇨, 깃발이에요.”
--- pp.122~123

바깥세상의 삶이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질수록, 나는 더더욱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갔다. 마치 지금처럼.
--- p.125

제니가 한반도를 확대했다. “너희 한국인들은 한국 사람을 한인이라고 부르지.” 그러고는 북쪽을 가리켰다. “그렇지만 나는 조선인으로 자랐어. 조선은 일본이 오기 전에 한반도에 있던 마지막 왕조야.” 제니는 두 한국 사이 가운데에 경계선을 놓았다. “이 아래쪽으로는 미국인들 때문에 영어에서 가져온 한국어를 쓰잖아. 우리는 그렇게 안 해. 북한은 우리 한국어를 지키고 있지. 그래서 북한 사람은 자기가 한국인인지 의문을 품는 법이 없는 거야.” / 헨리가 스스로를 가리켰다. “한인.” / “조선인.” / 한국어 글자는 이렇게 불렀다. “한글.” / “조선글.” / “멋있네.”
--- p.203

성급히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전부 헛수고가 될 터였다. “질문을 하나 던지겠습니다.” / 당혹스러운 웃음소리, 한 사람의 박수 소리. 로버트가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로버트의 주장이 그가 내세운 낯선 공간을 채워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무언가 만족스러워지는 면이 있었다. / 프로젝터가 깃발을 보여주었다. / “갈라진 나라도 여전히 나라라고 할 수 있는지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 로버트는 청중에게 등을 돌리고, 무대를 가로질러 뒤쪽으로 걸어갔다.
--- pp.241~242

우리는 저마다 답을 찾아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물속에서 아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었을까? 성호가 말했다.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을 때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다른 사람 말은 절대 듣지 마.” / 배의 한쪽부터 시작해 객실이 차례대로 가라앉는 모습은 나라가 가라앉는 모습 같았다. 구조를 하러 간 잠수부가 증언했다. “이제 어떤 재난이 닥쳐와도 국민의 도움을 구하지 말고 정부가 알아서 하십시오.” 헨리가 돌아왔고, 딱딱하게 굳은 채 위층 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나는 어느 자리에 있든, 설령 고통받고 죽는 상황에서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많은 것들에 관해 제니에게 이야기했다. 제니는 한숨을 쉬었다. 고개를 젖히고 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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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지의 『해방자들』은 정치적이고 정서적인 지성이 돋보이는 숭고한 성취 그 자체다. 이 글에는 분단된 나라가 여러 세대에 걸쳐 어떻게 삶을 분열시키는지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모든 위대한 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이 소설은 뿌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를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안내한다.”
- 폴 리시키 (소설가)
“과거가 어떻게 우리와 함께 길을 떠나는지, 우리가 어떻게 상실을 겪고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위안을 찾을 수 있는지 탐구하는 더없이 서정적이고 만화경 같은 작품.”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간이라는 존재와 함께 우리에게 다가오는, 더없이 생생한 체험과 감정이 안겨주는 충격을 선명히 포착했다.”
- 시애틀 타임스
“더없이 감동적인 한 편의 서정시 같은 데뷔작. 고은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언제나 그랬지만 고은지는 언어를 매우 잘 이해하는 작가다. 그리고 그 이해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글로 이어진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재외동포의 한을 글로 남기는 위대한 연대기 작가의 예리하고도 진득한 데뷔작. 결말에 그려진 완벽한 모습을 보기 전까지, 독자는 대체 어디에 충격을 받았는지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 에드 박 (저널리스트, 소설가)
“고은지의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 강렬함, 광대함은 계속해서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의 언어는 우리가 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생생하게 역사를 만들어간다. 여기, 삶으로 이루어진 화음과 평화를 담은 노래가 있다.”
- 한요셉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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