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이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듭니다. 열렬히 좋아하는 말투는 아니로군. 선생님의 질문에도 열의는 없었습니다. 그건 전술의 문제야. 작가는 아무리 커다란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겸손함을 보여주어야 하네. 교정자는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교정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겸손하지 못한 생각을 하는 순간 완벽한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 사람은 그 구절을 고치지 않았어. 같은 동사가 한 문장에 세 번이나 나오는데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 그렇지 않나. 교정자는 원래 문학과 삶의 경험이 많은 진지한 사람들입니다. 내 책이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게. 전통적인 장르 구분에 따르면, 그 책은 실제로 그렇게 분류되겠죠. 저의 겸손한 의견으로는 다른 부분의 모순들을 지적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 선생님. 문학이 아닌 모든 것이 삶입니다. 역사이기도 하지. 특히 역사죠. 선생님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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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것, 있을 법하지 않은 것, 신기한 것들의 사전』도 잊으면 안 된다. 놀라운 우연의 일치이지만, 이 사전은 이 모험적인 이야기와 완벽하게 들어맞으며, 실수의 사례로서 저 현명한 아리스토텔레스가 평범한 집파리의 다리가 네 개라고 선언했던 일을 들고 있다. 이 주장은 그후 수 세기 동안 여러 책에서 그대로 되풀이되었다. 아이들조차 잔인한 실험을 통해 파리의 다리가 여섯 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 이후로 아이들은 파리 다리를 잡아떼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개를 육감적으로 세었다. 하지만 바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저 그리스 현자의 책을 읽게 되면, 자기들끼리 있을 때 파리 다리가 네 개라고 말했다. 박식한 사람의 영향력이 그렇게나 크고, 우리가 배우는 것들이 명확히 밝혀주지 못하는 진리가 그렇게나 많다. 우리가 이렇게 뜻하지 않게 곤충학의 경계를 넘게 된 것은 교정자의 것으로 규정된 실수가 사실은 그의 것이 아니라,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아주 옛날 책들의 내용을 되풀이해 온 책들의 것임을 결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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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라이문두 실바는 집에 늦게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십중팔구 심야영화까지 볼 것이다. 별로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가 만약 코스타가 그의 속임수를 발견하더라도 금방 연락할 수 없는 곳에 있고 싶어 안달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는 그 속임수의 저자이자 공범이다. 저자로서 그는 잘못을 저질렀고, 교정자로서 그 실수를 바로잡지 못했다. 게다가 벌써 열시가 다 됐다. 인쇄소에서는 벌써 첫 번째 판을 짜고 있을 것이고, 인쇄 직공은 뛰어난 전문가답게 천천히 신중하게 움직이면서 페이지들을 모아 죔틀에 올린 다음에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손볼 것이다. 조금 있으면 가짜 『리스본 쟁탈전』이 적혀 있는 종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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