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매'를 앞세운 훈육은 별 효과가 없다. 그것은 한창 민감한 나이의 소년들을 억압하고 더 큰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우리의 대안은 아들들의 내면 세계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내면 세계는 그 소년의 지난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거울이다. 부모가 어떻게 그를 대우했으며, 이웃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학교에서는 얼마만큼 좋은 교육을 받았으며, 친구들은 그를 어떻게 대했고, 그는 친구들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등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흔적들이 내면 세계의 크고 작은 부분을 이루고 있다. 내면 세계가 어떤정서적 경험들로 가득 채워져 있느냐에 따라 청소년기 소년들의 행동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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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의 정점에 있는 소년들은 무엇보다 자기가 속한 집단에 잘 맞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성공적인 '남성'이 되고자 하는 성정체감이 발달할 수록 소속 집단의 문화에 부합하려는 열망은 더욱 커진다. 파푸아 뉴기니의 동부 하이랜드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폭스인디언들은 남성을 '위대한 불가능'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이글거리는 불 앞에서 용맹성과 기개를 시험하는 의식을 치른 후에야 소년을 남성으로 인정한다. 폭스인디언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남자가 된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남성성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들은 소년이 남성으로서의 지위를 얻으려면 어려운 도전을 감내할 만큼 성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남성성을 '성취'라는 의미로 규저할 때, 남성성이란 다른 말로 '투쟁을 통해 획득한 상'이 된다. 또한 데이비드 길모어가 『미완이 남성성』에서 지적했듯이 남성성이란 '불안정하거나 부자연스럽고 거짓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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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조차 읽어내지 못한다면, 분노에 찬 소년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적인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다. 사실 그는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잘못된 정서 교육을 받아온 소년들의 내면에는 달의 어두운 표면처럼 자신조차 생소한 마음 속 풍경이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화를 내거나 우울해하거나 몹시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이 도대체 왜 그런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막연히 화가 나 있다는 느낌뿐, 그 뒤엉킨 감정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다. 그 감정의 진짜 원인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대개 직접적으로 보이는 주변 환경을 원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가슴 속에 맺힌 불만을 선생님이나 여동생, 운동부 코치, 여자친구에게 엉뚱하게 떠넘기는 식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쌓여 있을 때가 특히 위험하다. 소년들은 그 기분나쁜 심리 상태를 이기지 못해서 괜한 시비나 폭력으로 억눌린 감정을 지속적으로 터뜨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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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년들이 어린 나이에 이미 침묵, 고독 등 정서적 결핍을 겪다가 급기야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문제가 확대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소년들의 정서적 결핍이나 불신감이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소년들을 초첨으로 삼았다고 해서 결코 소녀들을 무시하거나 소년들에게만 일방적인 관심을 쏟자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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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정서를 묶어두는 고무줄은 강인한 남성상이다. 부모들은 남자는 모름지기 강해야 한다 또는 남자는 그런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라는 말들로 흔들리지 않는 남성, 냉정한 남성, 표현하지 않는 남성, 거친 남성, 잔인한 남성, 무조건 참아내는 남성 등의 강인한 이미지를 아들에게 주입해왔다. 그러나 소년들은 이런 강한 남성상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여리며 그런 남성상은 애초에 불가능한 표준이기도 하다. 소년들은 우리 사회, 우리 문화 우리들 어른이 만들어놓은 선입견과 편견에 억눌린 애꿎은 희생자이다.
--- p.446
소년들이 정서적으로 충만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단언하건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의 정서를 제대로 표현해주는 어휘력이다. 확장된 어휘력은 소년들이 분노나 공격성 들 때 갖가지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 소년들도 친밀한 인간관계를 통해 정서적인 지지와 격려를 받아야 한다. 특히 청소년기의 소년들은 감정으로 느끼되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부정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혼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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