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1장 9
2장 23 3장 41 4장 59 5장 85 6장 108 7장 132 8장 149 옮긴이의 말 169 |
저보후밀 흐라발
관심작가 알림신청보후밀 흐라발의 다른 상품
역이창실
관심작가 알림신청이창실의 다른 상품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내 손 밑에서, 내 압축기 안에서 희귀한 책들이 죽어가지만 그 흐름을 막을 길이 없다. 나는 상냥한 도살자에 불과하다. 책은 내게 파괴의 기쁨과 맛을 가르쳐주었다.
--- p.13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지. --- p.22 문설주에 등을 붙이고 책을 갖다대어 키를 잰 뒤 돌아서서 선을 그었다. 팔 년 새에 9센티미터가 줄었다는 걸 맨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침대 위로 솟은 책들의 천개를 올려다본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2톤짜리 닫집이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무게에 짓눌려 내 몸이 구부정해진 것이다. --- p.39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고통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인간을 덮친다. 이 모두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시끄러운 내 고독 속에서 이 모든 걸 온몸과 마음으로 보고 경험했는데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니, 문득 스스로가 대견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이 일을 하면서 전능의 무한한 영역에 내던져졌음을 깨닫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 p.93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 p.107 굴욕감에 잔뜩 긴장한 나는 뼛속 깊이 퍼뜩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새로운 삶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더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밝혀내자 대거 자살을 감행한 그 모든 수도사들처럼. 그때까지 삶을 지탱해준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그들은 상상할 수 없었던 거다. --- p.133 |
현대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 필생의 역작
시끄러운 세계의 고독 속에서 해방을 꿈꾼 몽상가의 불꽃같은 독백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은 프란츠 카프카 이후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해외 언론과 작가들에게서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프라하의 봄’ 이후 밀란 쿤데라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프랑스 등으로 망명해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데 반해 그는 체코에 남아 끝까지 체코어로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체코에서만 3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밀란 쿤데라는 흐라발을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체코 최고의 작가’라고 칭하며 그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았고, 줄리언 반스는 그를 ‘우리 시대에서 가장 세련된 작가’라고 언급했으며, 필립 로스는 그에 대해 ‘적어도 나에게 그는 현대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다’라고 극찬했다. 문학 전문 리뷰 잡지 「트위즈 매거진」은 ‘흐라발은 체코의 프루스트다. 아니, 차라리 프루스트가 프랑스의 흐라발이라 하는 게 옳을 것이다’라고 썼을 정도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흐라발 본인이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선언할 만큼 그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며, 필생의 역작이라 불릴 만한 강렬한 소설로 많은 독자와 평단의 사랑과 주목을 받았다.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압축한 책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소설의 화자인 한탸는 35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인물이다. 어두침침하고 더러운 지하실에서 맨손으로 압축기를 다루며 끊임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폐지를 압축한다. 천장에는 뚜껑문이 있고, 그곳에서는 매일 인류가 쌓은 지식과 교양이 가득 담긴 책들이 쏟아져내린다. 니체와 괴테, 실러와 횔덜린 등의 빛나는 문학작품은 물론, 미로슬라프 루테나 카렐 엥겔뮐러가 쓴 극평들이 실린 잡지들까지. 한탸의 임무는 그것들을 신속히 파쇄해서 압축하는 일이지만 그는 파괴될 운명인 폐지 더미의 매력에 이끌린다. 그는 쏟아지는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는다. 마치 알코올처럼 폐지 속에 담긴 지식들을 빨아들인다. 바퀴벌레와 쥐가 들끓는 더러운 환경에서 지내며, 소장에게는 끊임없이 독촉과 욕설을 듣지만 쏟아지는 책들을 생각하면 반복되는 노동도 견딜 만하다. 귀한 책들은 따로 모으다보니 그의 집은 수톤의 책으로 가득찼다. 여차하면 무너질 듯이 아슬아슬하게 쌓인 책들은 그의 고독한 삶에서 나름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이제는 노인이 된 그에게도 한때 함께했던 여자들이 있었다. 그와 오래도록 함께할 뻔했던 어린 시절의 연인 만차,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그와 함께 지내게 된 집시 여자. 그는 그런 추억들을 회상하며 마치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노동을 지속해나간다. 그 일을 견디려면 매일 수리터의 맥주를 마셔야 할 정도로 고되지만, 그는 35년간 그 일을 해왔으며, 퇴직하더라도 압축기를 구입해서 죽는 순간까지도 그 일을 하기를 꿈꾼다. 영원을 꿈꾼 한 사나이가 맞이한 한 세계의 종말 두 세계의 충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놓치지 않은 위트와 감동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서술되는 그의 불꽃같은 독백은 읽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주된 이야기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파쇄 작업을 통한 한탸의 사색이지만 중간중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끼어든다. 두 진영으로 나뉜 쥐떼들의 끝없는 전투, 죽음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드는 바퀴벌레에 대해 그가 느끼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연민, 그에게 귀한 책을 얻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한 위트 있는 묘사 등 흥미진진한 요소들도 풍부하다. 그리고 과거 그와 마음을 나눈 여인 만차와의 에피소드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 정도로 유머러스하다. 또한 그와 잠시 동안 같은 공간에 살았던 집시 여자와의 에피소드는 건조한 듯하면서도 정서적 울림을 주고, 끝내는 감동을 선사한다. 여덟 개인 각 장은 조금씩 변주될 뿐 사실상 같은 내용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그 일을 해왔고 죽는 순간까지 그 일을 하고 싶지만, 그런 그의 삶을 바꿀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어느 날 도시에 나갔다가 자신의 것보다 수십 배는 커다란 압축기와, 신식 시설에서 유니폼을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폐지를 압축하는 인부들을 목격한 것이다. 그들은 장갑을 낀 채 폐지를 다루며 휴식 시간에는 곧 떠날 그리스 휴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은 한탸의 세계를 완전히 뒤바꿀 만한 사건이 된다. 그는 그곳을 목격한 뒤 자신의 세계가 끝나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하는 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친듯이 폐지 압축 일에 빠져든다. 그토록 소중히 생각했던 귀중한 책들을 들추지도 않은 채 마치 유니폼을 입은 도시의 압축공들처럼 효율만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곧 깨닫는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세계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노동과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유럽 문학 거장이 던지는 시대에 대한 통렬한 풍자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채 200쪽이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보후밀 흐라발은 한탸라는 한 늙은 남자의 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인간, 그리고 노동자를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 이후 인간 삶의 방식의 변화, 인간성과 실존에 대한 고뇌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단지 철학적 담론으로서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서, 시대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서 소설 한 편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시시포스의 신화를 모티프로 사용하고 있는 이 소설은 영원한 노동과 인간 지성의 진정한 해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탸는 끝내 자신의 압축기 안으로 걸어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세계에 종말을 고한다. 이것은 단순히 근대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도 하지만, 방향 없이 진행되어가는 광기 어린 발전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도 있다. 무분별한 발전으로 인해 오히려 퇴보하는, 노예화되고 우둔해진 사회에 대한 정치적이며 철학적인 우화로도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한 세계의 종말을 목격하는 늙은 몽상가의 긴 명상에 가깝다. 흐라발은 책이 그저 종이쪼가리로 취급받게 된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정신 상태를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그의 사고는 때로 취기와 환각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시종일관 명징함을 잃지 않아서, 우리로 하여금 무리가 아닌 개인에 대해 생각하고 꿈꾸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일깨워준다. 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희망적인 부분은 한탸가 끝내 사랑과 연민을 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설 내에서 코러스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경구인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라는 구절은 종래에 다음과 같이 변주된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이것은 그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역설적인 따스함과 평화의 숨결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이유다. |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체코 최고의 작가. - 밀란 쿤데라 (소설가)
|
적어도 나에게 그는 현대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하나다. - 필립 로스 (소설가)
|
보후밀 흐라발은 폭발적인 유머와 고요하면서도 부드러운 디테일을 지닌, 가장 세련된 소설가다. 우리는 흐라발을 읽어야 한다. - 줄리언 반스 (소설가)
|
흐라발의 소설은 완벽하게 역설적이다. 무한한 욕망과 유한한 만족감 사이에서 탁월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그의 글은, 순리를 따르면서도 지극히 반항적이며, 지혜를 잃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고뇌한다. - 제임스 우드 (문학비평가)
|
보후밀 흐라발은 체코의 프루스트다. 아니, 차라리 프루스트가 프랑스의 흐라발이라 하는 게 옳을 것이다. - 트위즈 매거진 오브 리터러처 앤드 아트
|
독자를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한 편의 우화. - 퍼블리셔스 위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