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리 안에는 다양한 오류가 숨쉬듯 살아있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없앨 수가 없다. 우리 몸 안에는 정상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고 하지만, 박테리아를 전부 없애 버리면 인간이 죽는다. 머릿속 오류도 마찬가지다. 오류가 일절 없는 참의 세계는 인간 머릿속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논리는 진실을 담듯 오류도 담는 그릇이지, 오류를 없애는 청정제가 아니다.
--- p.52
논리를 공부하면 내가 어디까지 주장하는 게 좋을지, 다른 사람들이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예상할 수 있다.
--- p.71
개념의 세 가지 특징이 있으니, 이것을 잘 기억해 두자. 첫째, 모든 개념은 크기가 있다. 알맞은 크기의 단어를 사용하자. 둘째, 모든 개념은 사람들 머릿속에서 저마다 선명함이 다르다. 가급적 더 선명한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자. 셋째, 모든 개념은 저마다 소속이 있다.
--- p.109
다시 말하면 우리가 어떻게 지식을 획득하고,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는지(혹은 소 통해야 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인간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때 나타나는 학문이 일반 논리학이며, 이때의 논리학이 바로 이 책이 다루는 논리학이다. 전통적으로 논리학은 형식만을 다루며, 이것은 일반 논리학이든 수리 논리학이든 차이가 없다.
--- p.118
토대 구조 모형은 벤다이어그램처럼 2차원이 아닌, 3차원 모델이다. 먼저 토대가 있고, 그 위에 판단이 놓인다. 보편적인 개념이나 원리가 토대를 차지하고, 이 토대 위에 개별적인 상황에서 생기는 구체적인 판단이 위치한다. 토대를 이루는 보편이 개별에 대해 우세력을 발휘한다.
--- p.169
대전제는 인간 머릿속에 무수히 많고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만일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불변의 대전제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때 논리학과 형이상학이 만난다.
--- p.191
생산적인 논쟁이 되려면 논쟁의 배후에서 주장을 지배하는 대전제를 인지해야 한다.
--- p.219
글의 주체는 ‘나’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혹은 선택해야 하는 페르소나Persona’이다. 페르소나란 가면을 뜻하며,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등장인물이 사용하던 가면에서 유래된 단어다. 심리학자 융은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를 지니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면Persona’이 글쓰기의 ‘인격Person’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으므로 글을 쓴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 맞는 페르소나를 선정해서, 그 페르소나 관점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 p.259
개념화는 타인이 정의한 의미를 그대로 내 머리 안으로 가져온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단순 암기에 불과하다. 우선 경험하면서 그 단어를 발견해야 한다. 앞의 사례처럼 주의력이 없으면 그 단어가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그다음 그 단어를 자기 머릿속으로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그 의미를 선명하게 만들어서 기억하는 것이다. 훈련이 필요하다.
--- p.297
요컨대 변증은 대전제끼리의 우선순위 다툼이다. 이 우선순위 다툼에서 무엇이 이기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져버리기 때문에 변증은 매우 중요하다.
--- p.365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생각의 집합을 줄여야 하며, 지나치게 좁은 관심사로 인생을 살거나 당면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쩔쩔매는 사람은 생각의 집합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생각의 집합 크기를 줄이거나 키우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달라진다.
--- p.434
그러므로 우리는 논리를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 논리적으로 잘 표현한다면 소통을 잘하는 것이고, 논리적이지 않으면 소통을 못한다는 것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타인의 공감을 얻고 능력을 인정받는다.
--- p.462
비교 논리는 내게 불리한 상대방의 편향을 자극할 수 있고, ‘~런 점에서 상황이 다르잖아?’라는 반론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교 논리를 잘못 사용하면, 상대방의 머릿속 논점은 내 주장의 타당성에서 비교 논리의 타당성으로 바뀐다.
--- p.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