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이만큼씩은 해야 한다며 왈가왈부하는 걸 듣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다. 운동이 당연히 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수많은 세월을 애쓰고도 왜 우리는 뿌리 깊은 자연적 본능, 즉 자발적으로는 힘을 쓰지 않으려는 본능을 더 많은 이들이 이겨내게 할 효과적인 방법을 아무도 찾아내지 못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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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촌수가 가장 가까운 이 유인원은 평생 끝나지 않는 안식일을 지내듯 하루 대부분을 빈둥거리면서 보낸다. 하드자족 같은 수렵채집인은 엄청나게 고된 일을 잘 하지 않는 데다 별다른 신체 활동을 하지 않고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는데도, 유인원에 비하면 일 중독자나 다름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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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이야기하지만 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은 근육에 거의 아무런 부담도 주지 않는다. 반면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고 앉으려면 근육이 얼마쯤은 힘을 써야 하며,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앉아 있을 때보다 시간당 8칼로리를 더 태우고, 빨래 개기 같은 가벼운 활동은 시간당 무려 100칼로리나 더 소모시킬 수 있다. 이들 칼로리는 차곡차곡 쌓인다. 저강도의 ‘운동 외’ 신체 활동을 하루에 5시간만 해도, 1시간을 달렸을 때와 맞먹는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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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는 중간중간 짬을 내어 몸을 움직이는 등 이따금 가벼운 활동이나, 쪼그려 앉기 또는 무릎 꿇고 앉기처럼 근육 힘을 필요로 하는 일조차도, 장시간 무력하고 수동적으로 앉아 있을 때에 비해서는 혈액 속 지방과 당 수치를 더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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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수면 시간은 오히려 산업사회 사람들보다 짧았다. 날씨가 따뜻한 철에 이들 야생채취인은 하루 평균 5.7~6.5시간을 자고, 날씨가 추워지는 철에는 밤에 평균 6.6~7.1시간 잔다. 그뿐인가, 이들은 낮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우리가 종종 듣는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비산업사회 사람들이 산업사회 및 탈산업사회 사람보다 잠을 더 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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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침팬지를 포함한 유인원 친척들보다는 잠을 덜 자도록 적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조상들은 얕게 잠들고 잠을 최소로 줄이고, 또 성원들이 번차례로 깊이 잠들며 집단 내 누구 하나는 반드시 깨어 위급할 때 경보를 울렸으니,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유달리 힘이 약한 우리 조상들은 진작에 멸종당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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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몸을 움직이거나 안 움직이는 행동에 대해 이런저런 판단을 내리려는 경향이 있다. 앉기는 나쁘고, 잠은 좋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식으로 말이다. 실상을 말하자면, 이 두 가지 휴식 방법들은 모두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변동성이 무척 심한 행동으로, 복잡한 비용과 이득을 동반하며 우리의 주변 환경 및 동시대의 문화 규범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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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은 생각보다 힘이 세지만, 그래도 가진 힘을 절대 총동원하지는 못한다. 이는 우리의 신경체계가 분별을 발휘해 우리가 온 힘을 쏟지 못하도록, 즉 그 바람에 근육이 찢기고, 뼈가 으스러지고, 자칫 자기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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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수렵채집인을 비롯해 평생을 활동적으로 보내는 이들이야말로 근육을 사용하면 노화에 따른 근육 손실이 억제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산증인인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노령에 접어든다고 해서 저항운동에 반응하는 근육의 능력이 종막을 맞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따금 느린 속도로 천천히 저항운동을 해주면, 나이와는 상관없이 근육 감소를 역으로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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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때 가장 부상을 많이 입는 곳은 바로 무릎이다. 달리기를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무릎이 나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을(의사를 포함해)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달리기는 정말 그토록 많은 부상을 일으킬까? 우리가 장거리를 달리도록 진화했다면, 왜 우리 몸은 달리기에 더 적응돼 있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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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이 지독히 유별나게 먼 거리를 달리는 데 그토록 많은 적응을 발달시킨 이유를 설명해보고자 나는 수십 년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심했다. 그런 내가 내놓을 만한 유일하게 그럴싸한 답은 다름 아닌 고기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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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거의 생각지 못하는 달리기와 춤의 유사점 하나는, 이 둘이 어떻게 우리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끄는가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격렬한 운동을 하면, 오피오이드, 엔도르핀, 그리고 무엇보다 마리화나에 들어 있는 활성화합물과 비슷한 엔도카나비노이드처럼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뇌 속의 화학물질이 자극을 받는다. 달리기를 하거나 춤을 추는 사람이 고조된 기분을 맛보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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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론에 따르면, 다른 이들을 보살피면서 복이 많게도 장수에 유리한 유전자까지 타고난 이들 부지런하고 기꺼이 도움을 주는 조부모는 더 많은 자식과 손주를 두게 되고,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유전자를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인간은 더 오래 살면서 더 아량을 베풀고 주변에 쓸모 있는 조부모가 되도록 선택되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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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이렇게나 몸을 망가뜨리는데 왜 건강에 좋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운동을 멈추고 난 뒤 아내의 몸이 나름의 반응을 일으켜 운동으로 일어난 그 모든 손상을 보수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과거에 운동하지 않을 때 생긴 일부 손상까지도 고쳤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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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시간에 쫓기는 경우라도 운동을 건너뛰는 게 때로 생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임의대조군 연구를 보면 우리가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 대부분 맞는다는 확신이 든다. 즉 중~고강도 운동을 잠깐 힘이 부치게 하는 것만으로도 기억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
--- p.455
결국 우리 각자는 배경이나 목표, 그리고 나이에 따라 선호하는 것이 저마다 다른 ‘하나의 실험’인 만큼, 최적의 운동량만큼이나 운동 종류의 최적 조합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운동이 현대의 다소 이상한 행동이긴 해도, 용어는 다를지언정 진화의 관점에서도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이 따라온 상식적인 수준의 신체 활동을 똑같이 추천한다. 즉 일주일에 몇 시간 운동을 하되, 유산소운동을 주로 하면서 웨이트운동을 약간 병행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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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힘을 쓸 때의 불편을 피하려는 먼 옛날의 그 뿌리 깊은 본능을 그냥 따르다 보면, 우리는 더 빨리 노화해 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 확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수많은 질병과 만성적이고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에도 더 취약해지게 된다. 이와 함께 몸과 정신 모두가 튼튼할 때 얻어지는 그 패기 넘치는 삶을 살아볼 기회도 영영 놓치게 된다. 우리가 걸어온 진화의 역사가 있는 이상, 평생의 신체 활동은 우리가 70년 이상 건강히 살다가 죽을 확률을 극적으로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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