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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 원더랜드

: 말라 죽은 나무와 그곳에 모여든 생물들의 다채로운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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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149*225*30mm
    ISBN13 9791188569755
    ISBN10 1188569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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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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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는 형태도 다양하다. 잎이 거의 없는 종류부터 고사리처럼 제대로 된 잎을 펼치는 종류, 고대 식물을 방불케 하는 종류도 있다.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미세 형태, 습도에 따라 펼쳤다 오므렸다 하는 포자체의 삭치(이끼류의 포자체가 홀씨를 뿜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치아 모양의 돌기)나 잎 모양은 아무리 봐도 싫증 나지 않는다. 뭐니 뭐니 해도 그 독특한 초록색과 복슬복슬한 느낌이 좋다. 수분을 머금은 이끼의 녹색은 정말이지 아름답고 청결한 느낌이다. 촘촘한 솔이끼과 군집을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을 묻고 싶어진다. 이끼 군집은 실제로도 깨끗해서 옛날 사람들은 흡수성이 높은 물이끼종을 상처 부위에 대고 탈지면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또 쓰러진 나무, 즉 도목을 뒤덮은 맑고 깨끗한 이끼 카펫은 숲에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27

    솔직히 무섭기는 했다. 겁을 먹으면서도 여러 차례 찾아가 자세히 조사한 결과 도목의 썩는 유형, 즉 부후형이 이끼의 종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후형에 관해서는 7장에서 자세히 설명할 텐데, 고목을 분해하는 균류의 종류에 따라 분해되는 나무의 성분이 달라지므로 이를 통해 나무의 성질 차이를 유형화한 것을 말한다. 부후형을 크게 나누면 고목이 갈색으로 썩으면서 산성화하는 갈색부후와 하얗게 썩는 백색부후가 있다. 갈색부후하는 나무가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는 분해하기 어려운 리그닌이라는 성분이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색부후하는 나무에는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칼륨이나 마그네슘, 인 등의 양분이 적다.
    --- p.34

    부후형의 차이는 왜 점균의 종 조성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점균의 변형체는 견고한 세포벽으로 보호받지 않고 세포막이 드러나 있어 주위 pH 등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쉽다. 갈색부후 도목은 pH가 낮으므로 pH가 종 조성에 영향을 주는지도 모른다. 또 pH는 점균의 먹이인 세균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H가 도목의 세균 군집에 영향을 주어 간접적으로 점균 군집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당시 조사 때는 욕심을 내 도목의 이끼도 채집했다. 이끼 데이터까지 해석해보니 이끼에도 갈색부후를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었다.
    --- p.60

    고목이 양분의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흙에서 고목으로 옮겨 정착한 균류의 균사체가 흙과 고목을 연결한 뒤 양분이 풍부한 흙으로부터 고목 쪽으로 양분을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균사는 세포가 연달아 이어진 긴 모양이다. 세포와 세포 사이에는 격벽이라는 세포벽이 있는데, 격벽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물이나 양분, 저분자량의 물질이 세포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균사라도 수만 개가 모이면 엄청난 힘으로 양분을 수송할 수 있을 터이다. 우선 1그램의 흙 속에는 수백 미터의 살아 있는 균사가 있다. 1그램의 흙은 대략 0.4세제곱센티미터이므로 손톱 끝 정도의 면적에 길이 2센티미터의 균사가 수만 개 있는 셈이다.
    --- p.86~87

    이렇게 보면 균사체도 뇌와 비슷하다. 컴퓨터상에서 인공적인 균사체를 움직이는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균사 끝에 성장 방향의 기억 등 단순한 성질을 부여하기만 해도 균사체가 미로를 푸는 시간이 빨라졌다고 한다. 균사체는 유연하게 변화하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끝부분이 뻗어나가는 균사의 집합체다. 그 무수한 균사의 끝부분에서는 다양한 외부 환경의 자극이 감지되고 네트워크 내부로부터 물질과 신호가 수송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균사체가 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 p.101

    으름난초는 목재부후균인 뽕나무버섯 균사에서 탄소를 얻는다. 뽕나무버섯은 살아 있는 나무를 죽이기도 하는 강력한 목재부후균으로, 근상균사다발이라는 굵은 끈 모양의 구조를 지표면에 펼친다. 그렇게 해서 고목이나 약한 나무를 탐색하고 매우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한다. 으름난초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줄기를 지상에 뻗는 천마의 공생 상대도 뽕나무버섯이다. 뽕나무버섯은 앞서 언급했듯이 공격적인 균이기도 하다. 천마는 씨앗 발아 단계에서는 애주름버섯속균으로부터 탄소를 받아 크게 성장한 뒤 뽕나무버섯으로 갈아탄다고 한다. 약한 녀석들이 순수한 애주름버섯속을 이용하다가 체력이 붙고 나면 뽕나무버섯의 막대한 에너지에 손을 뻗는 것인지도 모른다.
    --- p.122~124

    고목 속 흰개미와 균류는 또 다른 재미있는 관련성을 갖고 있다. 소나무 고목에 흔히 발생하는 목재부후균의 일종인 흰개미부후고약버섯은 작은 공 모양의 균사 덩어리(균핵)를 잔뜩 만든다. 그 모양이나 크기, 표면의 매끄러움이 흰개미알과 비슷하다. 흰개미는 감쪽 같은 그 모양에 속아서 균핵을 둥지 안으로 가져가서는 표면을 핥아 잡균이 달라붙지 않게 하고, 자기 알과 함께 정성껏 돌본다. 이를 발견한 교토대학교 마쓰우라 겐지 박사는 만화 《드래곤볼》의 제목을 따서 그 균핵을 터마이트 볼termite ball이라고 명명했다. 터마이트는 영어로 흰개미라는 뜻이다. 마쓰우라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송이 부후한 도목에 집을 지은 흰개미 집단에서는 거의 100퍼센트 확률로 터마이트 볼이 발견된다고 한다. 목재가 갈색부후인지 백색부후인지는 크게 관계없는 것 같다. 마쓰우라 연구실에서는 터마이트 볼을 발견한 사람에게 ‘마스터’라는 칭호를 준다고 한다.
    --- p.167

    스웨덴 북부 우메오 근교, 구주소나무와 독일가문비나무가 우점하는 삼림에서는 2001년에 화입이 이루어지기 전후로 고목에 발생한 구멍장이버섯과 그 종류를 비교했다. 화입한 삼림에서는 백색부후균의 비율이 60퍼센트에서 40퍼센트까지 감소한 반면 갈색부후균의 비율은 20퍼센트 전후로 변화가 없었다. 균류뿐 아니라 고목의 부후형 조사도 필요하다. 삼림 화재로 타다 남은 고목은 화재가 일어나지 않은 산림에 비해 갈색부후가 쉬울 수 있다. 삼림 화재가 일어나면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그러나 목탄은 쉽게 분해되지 않으며, 장기간 삼림 토양에 탄소로 저장되어 수목의 생육을 촉진함으로써 이산화탄소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또 타다 남은 고목이 갈색부후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면 그것도 유기물 축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삼림 화재는 매우 역동적인 사건인 만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미래의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 p.262

    지상에 여러 겹 포개진 고목은 자연 바리케이드가 되어서 수목의 실생이나 어린나무가 사슴 등에게 먹히지 않게 막아준다. 또 지표 환경이 고르지 않아서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다. 가령 그늘이 생기면 직사광선을 좋아하지 않는 식물도 생육할 수 있다. 한편 고목이 제거되어 깔끔해지면 단숨에 외래식물이 번식하기도 한다. 외래식물의 침입은 식생 변천 과정에 영향을 주어 삼림 회복이 늦춰질 수도 있다. 고목과 노목의 분포는 그 자리에 어떤 수목이 자랐었는가 하는 ‘숲의 기억’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침엽수 인공림이 펼쳐진 곳에 거대한 활엽수 노목이 있는 것을 보면 과거에는 훌륭한 활엽수림이 펼쳐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노목의 존재는 침엽수 인공림 속에서 과거의 생물상이 남아 있는, 생물다양성이 활발한 장소로서의 기능도 한다.
    --- p.285~286

    우드볼트wood vault(목재 저장고)는 죽은 나무의 분해를 빠르게 하는 산소와 물을 차단해 나무에서 온실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우드볼트를 시도할 때는 이러한 프로세스를 인공적·집약적으로 실시한다. 땅속, 수중, 사막, 극지 같은 분해가 어려운 장소에 둔덕을 만들어 통나무를 대량으로 저장한다. 둔덕은 점토로 밀폐하기 때문에 통나무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금방 산소 결핍 상태가 되어 분해를 멈춘다. 논문 저자들은 바로 이때 탄소가 저류되는 동시에 장래를 위한 목재 자원도 비축된다고 설명했다. 분명 통나무 벌채와 수송, 둔덕 조성 등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면 탄소저류에 도움이 될 것이다.
    --- p.326~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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