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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안도현 | 창비 | 2004년 09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1 리뷰 9건 | 판매지수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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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30쪽 | 18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6422394
ISBN10 8936422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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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 시집인데, 과적의 중량이 버겁다. 생의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다가 또 등에 팔만 근의 짐이 하나 얹힌 꼴이다. 언제쯤 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시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시에 갇힌 나무와 꽃과 새를 풀어줄 수 있을까. 언제쯤이나 나를 정면에서 배반할 수 있을까.
여기 묶은 시편들은 참으로 게으르게, 그러나 실은 어떤 간절함의 심장에 슬쩍 가닿기를 속으로 바라면서 쓴 것들이다. 그러니 빈둥거리면서, 징징거리면서, 히득히득 웃으면서, 그냥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다가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자라고 가끔 생각한다. 그 일이 비록 헛것이라 해도 괜찮다. 소리로 그물을 짜는 이 작업이야말로 헛것에 복무하는 일이므로.

--- '시인의 말' 중에서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거나
눈이 환하게 밝아진다고 했거니와

이끼가 알고 있는 건
그늘이 허공의 전부라는 것

그늘은 그래서 자기 몸을 덮을 수 있는 데까지
다른 몸에다 덮어보았던 것이고
몇백 번이고 몇천 번이고 덮어보았던 것이고

그러니 사랑에 눈먼, 환한 저 이끼를
그늘의 육체라고 부르면 안되겠나
--- '이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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