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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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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 창비 | 2004년 10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7 리뷰 13건 | 판매지수 324
베스트
일기/편지글 57위 | 일기/편지글 top20 7주
정가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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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0 (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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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658g | 153*224*30mm
ISBN13 9788936470975
ISBN10 893647097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부인에게 보낸 옥중편지를 통해 파란만장한 삶을 고백하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편지글을 엮어내며

제1부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올라라
40년 학문인생
학문의 초야를 일구어
무위의 낙과가 될 수 없다
겨레의 품으로
민족사의 복원을 위해
이방어의 여신에 사로잡히다
어머니와의 마지막 만남
너그럽고 검소하게
사형을 구형받고서
마의 2주
연마끝에 이룬 복이 오래 간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학문에서의 허와 실
스승과 제자가 한 포승에 묶여
눈밭에 그려본 인생의 파노라마
46년 만에 올린 감방의 설날차례
판결받은 ‘학문적 열정’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올라라
바른 길을 가르치는 글
인생은 갈아엎기
참된 나
민들레 송
두견주로 생일축배를
나를 뛰어넘을 후학이 되라
옥중 좌우명-수류화개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
바다 같은 너그러움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애정
배고프면 밥먹고, 곤하면 잠잔다
달에 관한 단상
우리만의 단풍
자유에의 사랑은 감옥의 꽃
유종의 미
지성인의 인생패턴
호랑이의 꾸짖음
인고 속의 ‘씰크로드학’ 구상
중국의 국비유학생 1호
위공
주어진 길을 걸어가리

제2부 새끼줄로 나무를 베다
새끼줄을 톱 삼아 나무를 베다
‘가죽코 짚신’에 깃든 자애
‘생의 시계’는 멈춰세울 수 없다
겨레의 꽃, 해당화
새하얀 눈밭에 찍는 발자국
뭇별 속의 보름달
피로 쓴 책만을 좋아한다
삶의 화두
시대의 소명
지성의 양식
겨레의 소중함
겨레에 대한 앎(1)
겨레에 대한 앎(2)
겨레에 헌신
‘글자전쟁’에 부쳐
언 붓을 입김으로 녹인 보람
겨울밤 무쇠같이 찬 이불 속에서
귀곡천계
늙지 않는 비결
외삼촌이 들려준 천금 같은 이야기
3·1독립가를 되뇌며

제3부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네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다
사제의 영원한 인연
법고창신
분발, 분발, 또 분발
‘학식있는 바보’
선과 악은 모두 나의 스승
서늘맞이
‘제2의 광복’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비명에 간 제자를 그리며
삼궤고를 덜다
단풍인생
참문화
서리 속의 호걸, 국화
인생에 만남은 단 한번
눈덮인 분단의 철책 걷히지 못한 채
달아나지 않고 남아 있는 과거
제구실을 못한 기성세대
얼과 넋이 살아숨쉬는 우리의 민속놀이
할 일에 날짜가 모자라는구나
겨레붙이를 중심에 놓고
나무의 참 테마
얼마간 부족한 것이 행복의 필수조건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네
수의환향
겨레의 다시 하나됨을 위해
내 고향 칠보산
양심을 가진 학문
죽부인
40년 만에 만난 동생
잉크 값어치나 했으면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러다가 북경대학에 들어가니 거기는 말 그대로 별천지였소. 볼거리, 읽을거리가 지천에 깔려 있어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소. 게다가 학생신분이지만 격변기의 여러가지 사회운동에도 몸을 담아 세상사도 읽기 시작했소. 특히 겨레 사랑에서 나와 뜻을 같이하는 지인학우들과의 인생담론은 서로의 눈을 크게 뜨게 했소. 기억하건데, 대학 3학년 때의 설날인 것 같소. 나는 그들에게 보내는 연하장에 '위국헌기위지고(爲國獻己爲至高)'라는 칠언구(七言句)를 적어보냈소. 뜻인즉 '나라를 위해 자기를 바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일이다'라는 것이오. 조금은 거창한 교설같았지만, 사실 이것은 당시 타향살이에서도 나라와 겨레를 잊지 않고 미래를 설계하던 우리 열혈청년들의 한결같은 지향이자 인생의 좌표였던 것이오. 그들 속에는 이러한 숭고한 이상을 몸으로 실천한 지사들이 적지않았소. 그후 우리는 늘 이 말을 주고받으면서 초지를 다져나갔소.

그때부터 '위국헌기위지고'는 나의 넋과 얼에 무쇠기둥으로 버텨선 인생관의 좌표였소.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으로 겨레를 위해 헌신한다'라는 내 삶의 화두도 결국은 이 좌표를 축으로 삼고 받침대로 하여 구사된 것이고, 지금의 옥살이에 '수류화개(水流花開)'란 좌우명을 붙인 것도 결국은 이 대좌표의 한낱 낱줄에 불과한 것이오. 예수가 십자가를 걸머지고 하늘로 올라갔다면 나는 이 좌표를 움켜잡고 땅속으로 들어갈 것이오.
---p. 183
바깥세상이라고 보이는 것은 뙤창에 비낀 조각하늘과 바둑판만한 뒤뜨락밖에 없소. 그것으로만 자연의 거창한 꿈틀거림을 어림잡아 더듬어야 하니 자못 야속하기만 하오. 그래서인지 절기에 대한 감각은 바깥세상보다 늘 한 템포 늦어지오. 내가 봄이 한창이라고 느끼는 지금, 아마 바깥의 봄은 저만치 무르익어 난숙해진 막바지가 아닐까 하오. 아무튼 아직 봄인 것만은 틀림없겠지. 봄에 살고픈 마음에서 자꾸 그렇게 믿고 싶소.

자고로 '봄은 시름의 계절이고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했소. 봄이 오면 한해의 농사일을 걱정해야 하니 시름이 생길 수밖에 없었겠지. 때마침 나도 근 두 해나 끌어오던 법정재판이 끝나서 앞으로의 일을 걱정해야 하니, 이 또한 '춘수'가 아니겠소? 그러나 이러한 시름이나 걱정은 어디까지나 새봄을 맞아 미래를 새로이 꿈꾸기 위함이므로 결코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걱정이고 시름인 걱이오. 그런가하면 가을은 또 가을대로의 상념이 있게 마련이오. 봄날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내 땀흘려 가꾼 보람으로 가을철에 넉넉한 결실을 거두어들일 때면 자연히 지내온 일들에 대한 술회의 사색에 잠기게 될 것이오. 또한 농한기인 겨울을 앞두고 보낼 일을 사색하게도 될 테지. 아무튼 봄과 가을은 할 일들을 두고 머리를 써야 하는 계절이오.
---pp. 185~186
오늘은 전번 편지에 이어 내가 지금 뜻을 세워 몰두하고 있는 '씰크로드학'의 학문적 정립에 관해 좀 덧붙이려고 하오. 주지하다시피 씰크로드는 자고로 문명을 소통해주는 동맥이고 교량이었소. 그것이 없었다면 인류는 오늘과 같이 서로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문명의 공유시대를 맞이하지 못했을 것이오. 그래서 이 길의 실체를 늦게나마 추인(追認)한 후 지난 한 세기 동안 동서양학계에서는 다양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왔소. 그동안 적어도 세 번의 연구붐이 일어났소.

이렇게 지난 한세기 동안 씰크로드에 관한 연구가 이어져왔지만, 아직까지 학문적 정립은 미완의 관제로 남아 있소. 그 주된 원인은 연구자들의 자질미흡이오. 외국연구자들과 담론해보면 모두가 이 학문의 중요성과 학문적 정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공감하지만, 이 학문 자체의 특성에서 오는 난점 앞에서는 저마다가 기죽은 빛을 감추지 못하오. 그 난점이란 우선 동서문헌을 섭렵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수단을 소유해야 하고, 동서양의 역사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오. 그런데 작금 이러한 자질을 겸비한 연구자들은 별로 많지 않소. 특히 동서양의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아랍 · 이슬람문명까지 파악해야 연구의 완결성을 기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동서양 어디에도 이러한 복합적 자질을 갖춘 연구자는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pp. 223~22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문명교류학에 대한 포부와 삶의 화두인 민족주의

그는 자신의 학문인생을 정리하는 것으로 편지를 시작한다. 40여년간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한 운명이었음에도 학문적 비전을 세우고 그를 위해 도전했다고 고백한다. ‘문명교류학’이란 학문적 열매를 키워가던 중 검거된 그는 감옥에서 문명교류학의 학문적 정립을 위해 몰두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에게 옥방은 또 하나의 연구실이며, 그 연구실에서 그는 목표를 구체화한다. 그 결과, 그는 옥중에서 약 2만 5000매나 되는 연구물을 생산해낸다. 우리 겨레의 대외교류사를 조명함으로써 한민족이 세계에서 어떤 위상을 지녔는지를 역사적으로 구명(究明)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명교류학의 핵심이자 이론적 기초인 ‘씰크로드학’을 구상하고 가다듬은 작업이나 문명교류사에 관한 개설서 집필작업 등은 그 맥락에 서 있다. 물론 그의 이 방대하고 치열한 작업은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良識)으로 겨레에 헌신한다’는 삶의 화두와 연관되어 있다. 편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민족주의자적 풍모는 그가 오랫동안 지녀온 화두의 발현이다. 그에게 민족주의는 삶의 화두 그 자체인 것이다.

그는 감옥 안에서 중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 조남기(趙南起)씨의 금의환향 기사를 접하고 여러 회상에 젖는다. 조남기씨는 충북 청원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때 중국으로 가 그곳에서 성장한 조선족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다. 그에 걸맞게 우리는 그를 ‘조선족의 영웅’으로 대접했다.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를 주었고, 연일 언론은 그에 관한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그 배면의 사정을 소개하는 편지는 묘한 울림을 준다. 정수일 역시 연변 출신의 전도유망한 엘리뜨였다. 변방인 연변 출신으로 북경대학 동방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카이로대학에 국비로 유학을 다녀온 후 중국 외교부에서 외교관으로 재직했으니 엘리뜨 중 엘리뜨라 할 만하다.

일제의 억압 때문에 이주한 유민의 후예인 젊은 조선족 엘리뜨들은 1950~1960년대에 ‘잔류파’와 ‘환국파’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벌였다. 환국파의 지향은 조국으로 돌아가 조국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었고, 잔류파는 이것저것 여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국을 거부했다. 결국 그는 환국했고(환국하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된 것은 물론 민족주의였다), 조남씨는 잔류했다. 그리고 40여년 후 남한에 온 두 사람의 모습은, 수의환향과 금의환향으로 판이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가 편지에서 들려주는 이 비사(秘史)는 두고두고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회원리뷰 (13건) 리뷰 총점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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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총림에서 무위의 낙과가 될 수 없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여* | 2004.10.17 | 추천12 | 댓글0 리뷰제목
무함마드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 교수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한동안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수일 교수는 이미 알려진 대로, 만주 북간도(현재의 옌볜(延邊)) 출신으로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평양외국어대학, 말레이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다 북한 공작원 신분이면서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아랍계;
리뷰제목
무함마드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 교수의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한동안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수일 교수는 이미 알려진 대로, 만주 북간도(현재의 옌볜(延邊)) 출신으로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평양외국어대학, 말레이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다 북한 공작원 신분이면서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아랍계 필리핀인으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와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1996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5년간 옥살이를 하고 2000년 광복절 특사로 세상에 다시 나왔습니다. 복역중에 <이븐 바투타 여행기1,2>, <중국으로 가는 길> 등을 완역했고, 출옥 후에도 <고대문명교류사>, <이슬람 문명>, <문명교류사 연구> 등의 저서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의 역주서를 펴냈습니다. 비록 간첩 혐의로 복역하고 나왔지만, 그 사상의 좌우를 떠나 ‘동서문명교류사’와 ‘아랍 이슬람학’의 개척자임은 누구나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가 5년간의 옥살이를 하는 동안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펴낸 것입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당국에 붙잡히는 그 순간까지도 그를 외국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5년 간의 옥중 편지 시작을 그의 소설같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엽니다. 그러나 5년 간의 지리한 옥살이임에도 그의 편지 어디에도 유약한 표현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40년을 학자로서 매진해온 그의 학문적 열정과 집념이 그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저에게 채찍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문명교류학을 통해 민족사를 복원하겠다는 '순수한' 그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게 되었습니다. 제 표현의 한계로 인해 그의 열정과 바람, 학문적 깊이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입발린 소리가 아니라 정말 '순수한' 민족에 대한 그의 애정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편지 곳곳에서 자신의 의지를 가다듬고, 옥중에서 그의 염원인 민족사 복원을 위한 문명교류학 관련 저술에 매진합니다. 그가 즐겨 쓰는 표현으로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고(牛步千里)', '소가 밟아도 깨지지 않게(牛踏不破)', '언 붓을 입김으로 녹이며', '새끼줄을 톱 삼아 나무를 베는' 과 같은 표현이 있는데, 한 번 눈으로 들어온 문장이 머릿속을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참으로 두고두고 나를 단련하기 위해 되새겨야 할 문장들입니다. 이 외에도 동서고금의 고전과 다양한 문헌들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편지를 보노라면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433일 동안 국어대사전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단어 한단어 빠짐없이 보고 익혔다는 그의 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참 많이 반성했고, 더불어 많은 어휘를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1996년 9월 14일자 편지를 시작으로 출옥하기 하루 전인 2000년 8월 14일자 편지로 끝이 납니다. 400 여 페이지의 짧지 않은 글을 읽으면서 저는 시종일관 그의 학문적 열정과 지식의 깊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국어를 포함해 동양어 7종과 서양어 5종, 모두 12종의 언어를 익힌 이야기, 때마다 반복되는 한·중간의 역사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민족사를 복원하겠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학문의 총림(叢林)에서 무위(無爲)의 낙과(落果)가 되지 않으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학문과 더불어 살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어줍잖게 책 좀 읽고 어룽더룽 아는 바를 글로 쓰는 제가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저 저의 게으름이나 느즈러짐을 새삼 경계하기 위해 천협(淺狹)하게 아는 바라도 애써 쓰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할 뿐입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가 5년의 옥살이를 우보천리(牛步千里)하면서 호보(虎步)로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결같이 그를 옥바라지한 그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인지, 아니 실정법상 간첩인지도 모르고 지냈던 그의 아내의 절대적인 뒷바라지가 없었던들 이 모든 것이 불가했을 것입니다. 그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인고의 쓰라림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나를 잊어주오'라고 단장(斷腸)의 절규를 한 바 있었지. 그러나 당신은 '기다림'으로 '잊음'을 멀리하겠다고, 정녕 기담(奇譚)같은 큰 사랑으로 화답해왔소." 가슴이 아프지 아니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0
분발하라 또 분발하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2004.10.14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정수일의 문체는 강건하다. 북방에서 자란 탓일까? 그 기세와 필력이 여타 사람들과 참 다르다. 아무래도 학자들의 문체는 아무래도 유약하고 섬세하다는 인상을 피할 수가 없는데 정수일의 문체는 호방하고, 강골의 기운의 넘친다. 그의 인생 굴곡이 그 기운을 더욱 강하고 깊게 한 탓이 크다고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그의 인생 굴곡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새삼 이해할 수 있다. 무하;
리뷰제목
정수일의 문체는 강건하다. 북방에서 자란 탓일까? 그 기세와 필력이 여타 사람들과 참 다르다. 아무래도 학자들의 문체는 아무래도 유약하고 섬세하다는 인상을 피할 수가 없는데 정수일의 문체는 호방하고, 강골의 기운의 넘친다. 그의 인생 굴곡이 그 기운을 더욱 강하고 깊게 한 탓이 크다고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그의 인생 굴곡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새삼 이해할 수 있다.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간첩 교수의 인생 굴곡은 인터넷으로 신문을 정리하면 잘 알 수 있기에 여기에서 별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출판 다음 날 읽게 된 것도 국가보안법이라는 사건의 사슬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명교류사라는 새학문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학자 정수일을 알기 위해서 이었다. 옥중에서 품어낸 25000매의 원고지와 12개 국어로 사고하고 글을 쓸 수 있는 학자. 그의 인생 역정을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내 속에서 부끄러움과 부러움, 찬사와 열정이 꿈틀댔다. 이런 나만의 소회가 쏟아지는 것은 비단 학자의 길을 열망하는 나만이 하는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수일의 탁월한 능력과 열정은 적어도 정수일과 반대의 위치에서 사유하는 이들도. 학자의 길을 걷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리뷰를 쓰면서 사람의 어느 이념에 서 있든지 설령 죄를 짓더라도 그 사람의 능력은 제대로 평가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끊임없이 걱정하고 토로하는 민족은 한반도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고민하는 문제가 아닌가? 단지 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방법이 달랐다고 나는 생각한다. 끝으로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려는 학자를 꿈꾸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세계를 무대로 자랑스럽게 살아가고 싶은 청소년에게, 시간의 낭비를 안타까워하고 하루하루 힘써 분발하는 모든 젊은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세계는 학문에 의해 지배되고,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학문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는 그 시절의 소박한 판단에서였지.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시대, 학문, 겨레에 바친 일생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i*****0 | 2005.07.25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단국대 사학과 아랍인 교수 '무함마드 깐수', 북한 공작원, 주 모로코 중국대사관 외교관, 12개 국어 구사...정수일씨의 이력을 살펴보면 흡사 첩보영화의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하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정수일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서 지낸 5년 동안 부인에게 띄운 옥중서신을 엮어낸 책이다. 시대, 학문, 겨레. 이 세 단어는 정씨가 스스로의 삶을 규정하는;
리뷰제목
단국대 사학과 아랍인 교수 '무함마드 깐수', 북한 공작원, 주 모로코 중국대사관 외교관, 12개 국어 구사...정수일씨의 이력을 살펴보면 흡사 첩보영화의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하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정수일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서 지낸 5년 동안 부인에게 띄운 옥중서신을 엮어낸 책이다. 시대, 학문, 겨레. 이 세 단어는 정씨가 스스로의 삶을 규정하는 단어들이다. 그는 '시대의 소명을 받들어 학문으로써 겨례에 봉사하는 것'이 분단시대 지성인으로서 자신이 존재하는 목적이라고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옥중서신의 미덕은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 외부와의 접촉없이 자신을 반추하고 사색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의 사상 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까지도 섬세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편지 곳곳에는 공안당국에게 체포되기 전까지도 자신의 정체를 몰랐던 부인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도 진하게 묻어난다. 아울러 자신을 따르던 제자들에 대해 스승으로서 미안한 심정도 절절히 느껴진다. 또한 '문명교류사'를 개척하는 학자가 감옥 창살을 통해 내다본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도 읽을 수 있다. 위장간첩이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쓰고 옥살이를 했지만, 정수일씨는 겨레를 사랑하는 학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그의 편지들은 보여준다. 북경대를 졸업하고 중국 외교부의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던 기회를 스스로 박차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스스로의 처지를 빗대어 '수의환향(囚衣還鄕)'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옥중서신집을 읽다보면 여러 번 놀라게 된다. 우선 12개 국어를 구사한다는 그의 놀라운 우리말 솜씨는 읽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다. 동서양 고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맛깔나는 우리말로 풀어놓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정씨는 그런 글솜씨에도 모자라 감옥에서 국어사전 하나를 통째로 독파했다고 하니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그 뿐 아니다. 정수일씨는 책상 하나 변변히 없는 감옥에서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를 국내 최초로 번역하고 '씰크로드학'을 집필하는 등 엄청난 지적활동을 쉬지 않고 계속했다. 학문에 대한 그의 그치지 않는 열정은 무릇 학문하는 사람들은 깊이 본받아 마땅한 모범을 보여준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세를 얻고, 서구의 것이면 언어든 문화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오늘의 세태에 정수일씨는 경종을 울린다. 문화의 미덕은 다양성에 있으며, 우리 겨레가 세계문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문화를 잃지 말고 잘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기에 우리 것을 지키자는 것이 수구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세계화를 위한 방법이란 것이다. 이 편지들을 통해 떠올려지는 정씨의 모습은 지조있는 선비의 모습이다. 평생을 통해 자신이 뜻한 학문을 강직하게 추진하는 그의 '우보천리(牛步千里)' 정신은 제대로 된 목표 하나 없이 방황하는 오늘날의 많은 젊은이들이 본보기로 삼기에 충분하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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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시대가 만든 사연 많고 노력하는 천재의 지난한 운명 속 성취를 옅보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조* | 2018.01.13
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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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a*****e | 2021.03.02
평점5점
교수님과 연을 갖고자 먼저 책으로 뵙습니다. 학문 이전에 당신의 정체성을 알고자 합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k******2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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