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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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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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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4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766쪽 | 1025g | 148*210*40mm
ISBN13 9788958620174
ISBN10 89586201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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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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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티븐 컨
1943년 LA 출생. 오하이오 주립대학 역사학 교수. 1970년 콜롬비아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0년대 이래로 박물학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19세기 이후의 세계상을 정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저명한 학자다. 철학, 문학,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어린이, 정신분석, 현상학, 육체와 섹슈얼리티, 시간과 공간, 사랑, 시선, 인과성, 살인 등을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왜’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삼아 1830년부터 2000년까지를 그려낸 A Cultural History of Causality: Science, Murder Novels, and Systems of Thought(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를 출간했다. 이후에는 모더니즘, 모더니티, 그리고 내러티브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Anatomy and Destiny: A Cultural History of the Human Body(스티븐 컨, 이성동 역, 《육체의 문화사》, 의암출판, 1996), The Culture of Love: Victorians to Moderns(Harvard, 1992), Eyes of Love: The Gaze in English and French Paintings and Novels(Reaktion and NYU, 1996) 등의 매력적인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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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인터뷰
2004년 10월 25일 6시경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의 번역자 박성관 선생을 인터뷰했다. 3,000매 정도의 분량의 책을 번역하느라 4년이라는 시공간을 이 책에 담아낸 역자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정리―휴머니스트 인문편집장|선완규)

▶ 선생님, 정말 힘들었죠. 2001년부터 2004년 10월까지 이번 작품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4년 동안 옆에서 지켜본 저도 한편으론 안타까웠구요. 다른 한편으론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 선생님께, 그리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화사 서술 방법을 창안한 소중한 책을 한 권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예, 분량도 그렇지만 글이 전반적으로 꼼꼼하고도 섬세해서 정말 오래 걸렸죠. 독자들이 읽기에 어려운 글은 아닌데 번역할 때는 대충 지나갈 수 있는 대목이 거의 없는, 그런 단점(?)을 가진 책이죠. 번역을 하는 도중 좀더 확실한 느낌과 확인을 위해서 언급되는 작품들을 계속 읽어야 했습니다. 옮긴이의 글에도 좀 써놓았지만 그래서 새로 세미나를 만들어서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을 읽어나갔죠. 그러면서 번역도 좀 더 정확히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세기말과 세기초에 나온 고전들은 얼추 훑어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문화사 책을 제대로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3년도 넘게 걸리고 말았네요.

▶ 책 전체의 원고량이 3,000매 가량 되는데요.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어디였고, 저자의 사유의 흔적이 가장 많이 드러난 장은 어디였습니까?

이 책은 영화, 기계, 소설, 교통, 전쟁 등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사실들이 끊임없이, 적당한 분량으로 서술되어 나간다는 것, 그게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10장 〈7월 위기의 시간성〉은 정말 압권이에요.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치닫기 직전의 유럽 풍경이 말 그대로 숨 가쁘게 펼쳐집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앞에서 서술한 시간과 공간 감각의 변화가 이 한 장에 집약되는데, 정말이지 스티븐 컨의 문화사가로서의 역량이 참 대단하더군요.

▶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보죠.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떤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1880년부터 1918년까지 무척이나 많은 것이 변했는데, 특히 시간 및 공간과 관련해서 그 변화는 혁명적이었습니다. 저자는 그런 변화를 과학기술 결정론이나 사변적인 해석에 의존하는 기존 문화사와 전혀 다른 방법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즉 문화적 현상들을 그저 늘어놓고 그 현상들끼리 부딪치게 한 거죠. 그 과정에서 기존의 구분이나 영역이 분쇄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 자체가 새로운 변화를 웅변하게 한 겁니다. 이게 말은 쉽고도 근사한데 고도의 내공이 없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독자들께서 판단하실 일이자만, 어쨌든 이 책이 그 뒤의 문화사 연구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걸 보면 꽤나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1880년부터 1918년까지라는 38년 간 유럽의 문화적 상황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놓은 책, 그 중에서도 시간과 공간에서의 혁명적인 변화를 포착해낸 책, 끝으로 문화사 서술의 새로운 전범을 창출해낸 책, 뭐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 세미나와 강독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점과 어려웠던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 과정을 좀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2001년에 강독 모임을 시작했어요. 한 3분의 1쯤 하다가 한 명, 두 명 떨어져나가다가 결국은 해체됐지요. 그리고는 2002년에 다시 모임을 구성해서 새로 시작했죠. 정말 줄기차게 했어요. 중간 중간 책에 나오는 음악도 듣고, 미래파를 비롯해서 필요한 경우는 그림도 보고 자료도 보면서 해나갔죠. 아무튼 공부는 무척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어요. 그래도 책이 시종일관 흥미로웠고 좀 힘들만 하면 저자의 멋진 구절이 등장해서 우리 등을 떠밀어 주었죠. 강독이 끝나고는 〈38년간〉이라는 세미나를 또 만들었어요. 이 기간 동안에 나온 중요한 고전들을 다 읽어보자는 거였는데요, 옮긴이의 글에 실어놓은 참고도서들도 거의 그때 읽은 책들입니다. 이 책과 관련하여 총 40여 명 정도가 거쳐간 셈입니다.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과 함께 이 책을 번역했다고 해야 맞겠죠.

▶ 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책을 이용하는 게 좋겠습니까?

이 시대의 문화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처음부터 쭉 읽어가면 됩니다. 아니면 각 장의 소제목들을 보고 관심 있는 것들만 뽑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 또한 그런 방식으로 글을 썼을 거구요.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책이 기술된 게 아니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사전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거구요. 저자는 특정한 인물이나 저작이나 현상을 개별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각 장과 소제목에 따라 세세하게 나눠놓았습니다. 그런 식의 문화사 기술이 어떤 효과를 자아내는지 눈여겨보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세 겹, 네 겹으로 중첩시키는 고수의 솜씨를 감상해보시죠.

▶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컨의 책 중 다른 책은 읽어보셨나요. 저자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것 같습니까?

무엇보다도 박물학적인 지식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너무도 아는 게 많아서 처음엔 “이 사람, 이 모든 걸 다 읽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다이제스트 지식이 아닐까?”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언급하는 책이나 미술 사조 등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해보니 대부분 직접 읽은 것 같더라구요. 물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렇게 읽은 내용을 간결하면서도 개성 있게 기술하는 솜씨였어요. 독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교양과 함께 나름대로의 시각도 얻을 수 있는 거죠. 《육체의 문화사》(의암출판)는 기왕에 번역되었으니 이 점을 확인해보실 수 있구요. 아직 번역은 안 되었지만 Eyes of Love라는 책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남녀 관계에 관한 그림들과 문학 작품들만을 모아서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여기서 그는 대단히 도발적이고도 참신한 주장을 합니다. 흔히 이 시기는 여성에 대한 억압, 가부장적인 문화 등이 지적되잖아요. 스티븐 컨은 그 시기에 남성들이 남성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또 그렇게 운영해나갔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세계가 남성 중심적으로 운영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나아가서 여성들은 나름의 공간들을 창출하고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고 주장합니다. 그걸 회화 작품, 그 중에서도 여성의 눈에서 찾아내려 한 것이 이 작품이죠. 페미니스트들에게 공격도 많이 당한 것 같더라구요.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여)성 문제와 관련해서 신선한 시각을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2004년에 출간된 저작에서는 1830년에서 2000년까지를 총망라하고 있어요. 역시나 우리의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는 책이죠.

▶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자료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한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이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문화사라는 걸 간단히 말하면 여러 가지 자료를 동원하여 한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일반화하는 것이죠. 그렇게 일반화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구요. 그런데 어떤 방법을 쓰든 자료란 통상적으로 저자의 주장의 근거를 대기 위해 동원되는 대상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료들은 개별적으로 문화사에 동원됩니다.
이 책은 그런 문화사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먼저 저자는 당시에 등장한 여러 가지 문화 현상들을 죽 늘어놓은 다음, 그것들의 구조와 기능이 대단히 유사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되면 그렇게 제시된 내용을 그 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때 동원된 내용들이 아주 동떨어진 분야의 것이면 그만큼 일반화가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런 걸 저자는 개념적 거리가 멀다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미술 사조로서의 입체파와 전쟁 테크놀로지인 위장술(카마플라주)은 개념적 거리가 무척이나 커 보입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이 양자는 주체와 배경간의 경계를 부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렇게 하는 수법에 있어서 거의 동일한 문화현상이 됩니다. 이때 입체파와 위장술은 모두 기존의 주체와 배경이라는, 혹은 형상과 배경이라는 기존의 인식틀을 자꾸만 벗어났고 그러면서 서로의 유사성을 보여주었죠. 여기서 저자가 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양자를 같은 곳에 모은 거지요.
이때 자료들은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집합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만 평가되어온 배경, 즉 공간이 적극적이고도 구성적인 기능을 갖게 된 시기임을 웅변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기존의 인식틀을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촉구한 것은 모두 자료들끼리 한 짓이죠. 한 가지 놀라운 건, 저자가 나중에 알고 보니 입체파 화가 중 일부가 프랑스의 위장 부대에 고용되어 위장술을 발전시켰다는 겁니다. 저자의 이런 방법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 좋은 사례죠.

▶ 이 책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역자로서 독자들과 꼭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박성관: 이 시대에는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증식됩니다. 특히 사적인 시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시간으로 불어납니다. 아울러 과거와 미래 사이에 낀 틈에 불과했던 현재는 대단히 두터워집니다. 세계 여러 곳의 시간을 포함하고, 나아가 가까운 과거와 가까운 미래까지 포함하게 된 거죠. 물론 여기에 전화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겠죠. 엄청난 격동기였지만 역시 과거의 일인지라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는군요. 그렇다면 다른 한편 우리의 현재는 어떻습니까? 흔히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변화무쌍한 시기라고 합니다. 세계를 차분히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조건이라는 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자가 지적하는 당시의 특징을 보다보면 지금의 시기와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대의 진정 새로운 측면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을 통과한 독자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를, 매일매일 근시안적인 대처에 급급하지 말고 넉넉한 인생의 비전을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는 어쩌면 훌륭한 문화사의 당연한 기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화사가 때때로 흥미와 교양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요즘은 너무 심심풀이 땅콩으로만 소비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구요. 그런 점에서도 이 책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 박성관 선생님! 그 동안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담은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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