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음식 행위를 가장 극명하게 설명하는 말은 인스(飮食)라는 용어이다. 이 말은 음식물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시는 행위와 먹는 행위를 통틀어 일컫는다. 중국인은 마시고 먹는 행위를 다른 알로 '음식 활동'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식생활' 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지만, 이것은 먹는 생활이란 뜻만 담고 있어서 마땅히 마시고 먹는 것을 총괄하여 '음식행위'라 해야 옳다.
또 생활이란 용어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행위 및 물질적, 사회적 배열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건과 사물의 배열이라는 뜻을 함의하고 있다. 이에 비해 '활동'이란 말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각을 체계화하고 행동을 정립하기 위해 어떤 조직적인 지식 및 신앙의 체계를 행위에 담아내는 과정을 뜻한다.
그러므로 '음식 활동' 이란 사람들이 음식의 재료로 무엇을 선택하는가, 어떻게 원료를 확보하는가, 무슨 음식을 어떻게 조리하려 하는가, 어떤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완성하는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마시고 먹는가 그리고 어떤 음식은 어떻게 소화되어 배설되는가 등에 걸쳐 있는 인간이 음식 행위를 하기 위해 마련해둔 체계적인 지식을 둘러싼 모든 행위, 행태, 인식, 신념 등을 두루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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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정치적이 되면 음식을 만드는 주방선생이라는 뜻의 '추스'가 반드시 식탁을 만드는 후견인이 된다. 주방선생이라는 이름에서도 보여지듯, 중국인의 요리사에 대한 관념은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고대중국에서 주방선생의 사회적 지위는 어떤 때는 상당히 높았지만, 사회의 가장 낮은 게층에 들었던 때도 있었다. 중국 주방선생의 선조격인 상나라 때의 이윤(伊尹)은 가장 저명한 요리사로 재상에까지 올랐다. 이윤은 중국 제1의 철학가 주방선생이었는데. 그는 세상의 모든 일들을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과 곧잘 비교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한시절 명성을 날린 주방선생이 많았던 때에는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물론 상당했다.
전통적인 중국의 주방선생은 대부분 남자들이 많았다. 당나라 이후 여자 주방선생도 등장하지만, 그래도 중국인의 관념속에는 '주방선생=남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각지의 맛과 조리기술 중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것이 각종 경합을 통해 궁중으로 옮겨진다. 이렇게 주방선생의 기술이 공개적으로 평가받게 되는 배경은 송(宋)나라(960~1279) 이후 급속하게 확대된 상업도시의 발달, 그리고 식당업의 번성과 관련 있다. 화약, 나침반, 종이 같은 중국의 세계적 발명품이 황제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사용되어 근대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면, 주방선생의 기술은 그 목표하는 바가 황제에 있었기에 무한정으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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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는 기술이 우위에 서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적자생존의 현장이다. 앞선 기술을 순식간에 잠식해버린다. 대륙중국은 겉으로 보기에 근대화의 길을 향해 부지런히 치닫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근대화의 색깔은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앞선 기술을 가진 선진국 업체들에 의해서 그려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개혁 개방 정책은 당장에 보기에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다.
20년 넘게 외국 자본을 끌어들인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도 많다. 한때 면류 음식의 선진국이었던 나라가 이제 즉석 라면 하나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고 외국 업체의 힘을 빌리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대륙중국의 지식인도 있다. 오늘날 대륙중국은 여전히 150여 년 동안 중국인들이 고민해온 중도서기(中道西器)의 환상에서 빠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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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들이 즐겨먹는 음식에 이름을 붙일 때, 그 음식이 지니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을 조합해 이름을 짓는다. 먼저 주원료와 그것을 만드는 법이 함축되어 음식의 이름에 담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김치찌개'는 그 자체로 '김치를 끓인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중국요리의 이름도 대체로 비슷해서 주로 음식을 만드는 법과 원료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이른바 '중국요릿집'이라는 곳에 가서 메뉴판을 보면 한자로 적힌 이름 때문에 어지러울 정도다. 그러나 음식 이름마다 들어가 있기 마련인 차오, 류, 젠, 자, 바오, 정, 카오, 웨이 등의 조리법을 알고 나면 함께 나오는 주원료의 이름으로 대체로 어떻게 조리한 어떤 음식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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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화 되기전 중국대륙에서 제법 부자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특별한 요리를 시키든지 아니면 요릿집에 가서 먹었다. 이때 중국 요릿집의 직원이 '나무로 만든 수레'에 음식을 담아서 직접 집으로 배달했다. 이것은 중국인들의 오래된 관습이다. 화교는 중국요리 뿐만아니라 음식배달업까지 세계 각지로 퍼뜨렸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유행어로 떠오른 철가방은 원래 중국에 있었던 나무가방이 화교들에 의해 이 땅에 옮겨진 후 변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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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반완'이란 그릇이 있다. 요사이 한국에서 나오는 '라면그룻'이라 불리는 것과 모양이 비슷한 이것은 손랍이가 달려 있는 철로 만든 그릇이다.... 외국인들에게 '철반완'을 들고 있는 대륙중국인의 모습이 거지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속에는 이른 바 '평균주의'를 실현하는 음식 분배의 정신이 '제도'라는 이름으로 실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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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반완'이란 그릇이 있다. 요사이 한국에서 나오는 '라면그룻'이라 불리는 것과 모양이 비슷한 이것은 손랍이가 달려 있는 철로 만든 그릇이다.... 외국인들에게 '철반완'을 들고 있는 대륙중국인의 모습이 거지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속에는 이른 바 '평균주의'를 실현하는 음식 분배의 정신이 '제도'라는 이름으로 실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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