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외모' 역시 하나의 정치적인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여성들은 '외모'를 단순히 '아름다움'에 관한 문제로만 보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아름다운 몸이 얼굴을 갖기 위한 미용술(美容術)의 역사는 문명이 시작된 시점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만큼 외모 관리의 역사는 여성들의 삶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미 화장술의 규범이 발달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연구문헌들이 나오고 있으며, '미'의 역사가들은 고대 동양 역시 교역을 통해서 서구의 미용기술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나름대로 발달된 기술과 규범을 갖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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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지위에 몸이 가지는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부터 여성의 '외모' 역시 하나의 정치적인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여성들은 '외모'를 단순히 '아름다움'에 관한 문제로만 보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아름다운 몸이 얼굴을 갖기 위한 미용술(美容術)의 역사는 문명이 시작된 시점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만큼 외모 관리의 역사는 여성들의 삶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미 화장술의 규범이 발달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연구문헌들이 나오고 있으며, '미'의 역사가들은 고대 동양 역시 교역을 통해서 서구의 미용기술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나름대로 발달된 기술과 규범을 갖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렇게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양면적인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몸'을 죄악시하고 있던 중세 때에는 화장을 하고 몸치장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여성들을, 남자를 유혹해 지옥에 빠뜨리려는 '마녀'로 몰아붙이면서도 '아주 어린 여자아이' 같은 외모를 갖지 못한 여성들을 가치절하했던 것이다.
특히 이 당시 여성들의 외모 관리 양상은 어떤 계층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달랐다. 대체로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열렬하게 추종했던 집단은 외모 관리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의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하층 여성들, 매춘 여성들은 그러한 미의 기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또는 그 기준을 종종 의도적으로 위반함으로써 사람들, 특히 남성들로부터 '여성답지 못하다'거나 '위험한 여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이러한 계층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고 이상적인 미의 기준이 압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주로 여성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당대에 추앙받는 아름다운 몸을 가지는 것 자체가 여성들에게는 '존재의 조건'이 되었던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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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일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다이어트는 사회적 기준에 맞는 몸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몸을 자아의 일부로 긍정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열망 때문에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는 우선 이러한 열망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더욱더 철저하게 자신의 몸을 혐오하고 통제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의 몸을 절대 용서하지도 말고, 이렇게 혐오스러운 몸을 만들어낸 욕망을 철저하게 검열하고 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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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p-몸에 대한 마음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이원론의 장구한 역사를 만들어 온 당대의 지성인들과 성인의 대부분이 서구의 지배층 남성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러한 이원론으로 촉발된 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피지배계층들에게 투사함으로써 그 공포를 해결하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피지배집단의 몸이 갖고 있다고 여겨진 위협적인 힘은 이들에 대한 지배집단의 엄격한 통제 를 정당화시키는 근거가 되었다.
22p-하단 몸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실체를 통해 불평등한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 그리고 그 다름은 모든 인간의 평등이라는 이상이 등장한 시기에도 집단들 사이의 불평등을 유지하는 더욱 정교하고 효과적인 기제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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