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라임은 지금까지 네 명의 의사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라임은 ‘좋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하겠다’고 마음먹고 먹는 것을 거부했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도록 몸을 쇠약하게 하는 과정은 고통 그 자체였다. 극심한 위경련이 찾아왔고 참을 수 없는 두통이 라임을 괴롭혔다. 잠도 잘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방법을 포기하고 몸 둘 곳이 없을 만큼 어색한 대화 도중에 톰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젊은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그가 그만한 감정을 내보인 일은 없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곁에서 라임이 죽는 것을 볼 수는 있다,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죽일 수는 없다고 했다. --- 본문 중에서
흙은 다른 어떤 물질보다 무겁다. 그것은 지구 자체이자 철로 된 지구 핵의 먼지이다. 흙은 폐에서 공기를 밀어내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세포를 압박하고 또 압박하여 움직일 수 없다는 공포감으로 죽게 만든다. 색스는 차라리 죽기를 원했다. 공포나 심장마비로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첫 삽으로 뜬 흙이 얼굴에 끼얹어지기 전에. 링컨 라임이 알약과 위스키를 원했던 것 이상으로 그녀는 죽기를 바랐다. 범인이 색스의 집 뒷마당에 파놓은 구덩이에 누운 채, 색스는 빡빡하고 벌레가 그득한 비옥한 흙이 몸을 따라 점점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잔인하게도 천천히, 한 삽에 흙을 약간만 떠서 몸 주위에 꼼꼼하게 뿌리고 있었다. 범인은 발부터 시작하여 이제 가슴께까지 흙을 덮고 있었다. 옷자락 사이로 파고들어 온 흙이 마치 연인의 손가락처럼 가슴을 감쌌다. --- 본문 중에서
살은 시들고 약하다. 그러나 뼈는 신체에서 가장 강한 부분이다. 우리의 살은 늙어질지라도 뼈는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한다. 이것은 나의 고귀한 목표이며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이제 그들은 불멸이다. 나는 그들을 해방시켰다. 나는 그들을 뼈로 해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