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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

여자의 일생

STEADY BOOKS-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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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6쪽 | 393g | 153*224*20mm
ISBN13 9788930705448
ISBN10 89307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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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조금씩 덜해 갔다. 습관이 그녀의 생활에 체념의 층을 씌웠던 것이다. 그것은 어떤 물건 위에 석회분의 덮개를 씌우는 것과 같았다. 일상생활의 보잘것 없는 일에 대한 흥미, 평범하고 단조로우며 정해진 일에 대한 배려가 그녀의 마음 속에 다시 생겨났다. 그녀의 마음에는 우수, 삶에 대한 막연한 환멸이라고도 할 것이 번져 나갔다. 어떤 세속적인 욕망도 그녀의 마음을 바로잡지는 못했다. 쾌락에 대한 어떠한 갈망도, 환희에 대한 충동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그리고 환희라 해 본들 어떤 것이 있단 말인가? 오랜 세월에 퇴색한 객실의 의자처럼 모든 것이 그녀의 눈에는 희미하고, 파리하고 흐릿하게 보였다.

줄리앙과의 관계도 완전히 달라졌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그는 딴 사람이 되었다. 배우자가 자기 배역을 다하고 나면 본래의 자기 얼굴로 되돌아가는것 같았다. 그녀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 거의 없었고, 말을 거는 일조차 드물었다. 사랑의 흔적마저도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그녀의 방에 찾아도는 수도 퍽 드물었다.

그는 재산과 집안을 관리하고 임대 계약을 다시 조사했으며, 소작인들을 들볶아대고 지출을 절약했다. 그리고 스스로 시골 신사와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혼 시절의 세련된 멋도 없어지고 말았다.

그는 이제 우단으로 만든 낡은 사냥복을 벗으려 들지 않았다. 그것은 결혼전 입던 것으로 범가죽처럼 얼룩이 지고 구리 단추가 달려 있었다. 여자의 환심을 살 필요를 느끼지 않는 자의 게으름에서인지 면도도 하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다듬은 구레나룻이 믿기 어려울 만큼 얼굴을 추하게 만들어 놓았다. 손도 가꾸지 않았으며, 식후에는 반드시 작은 컵으로 대여섯 잔의 꼬냑을 들이켰다.
---pp.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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