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민 속에 줄곧 이 문제를 자신에게 던져 보았으나, 이미 그 때 강가에 섰을 때 자기 자신 속에, 그리고 자기의 확신 속에, 깊은 허위를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깨닫지 못했다. 또 그 예감이 그의 생애에 있어서의 미래의 전환, 미래의 부활, 미래의 새로운 인생관의 선구였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오히려 거기서 무거운 본능의 중압(重壓)만을 인정하려 했다. 그는 그것을 물리칠 수도 없거니와, 그것을 밟고 넘어갈 힘도 없었던 것이다(즉 무력하고 의지가 박약하기 때문이다). 그는 옥중의 동료들을 보고, 그들 모두가 인생을 사랑하고 또 존중하고 있는 데 놀랐다. 사실 그들은 자유로울 때보다 옥중에 갇혀 있는 지금, 훨씬 더 인생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그들 중의 어떤 죄수, 예를 들면 부랑자 같은 자는 얼마나 가혹한 고통과 고문을 맛보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햇살이나, 울창한 산림이나, 어딘지 모르는 깊은 숲 속에서 어쩌다 발견한 얼음같이 찬 옹달샘이 어째서 그들에게 그토록 커다란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그 옹달샘을 발견한 것은 재작년이었는데, 그 부랑자는 그것을 다시 만나는 것을 마치 애인과 밀회(密會)라도 하는 양 공상하고, 그 샘물과, 샘물을 둘러싼 파란 풀과 수풀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을 꿈에서까지 본다는 것이다. 가만히 주위의 현상을 관찰하면 할수록 그는 이처럼 설명할 수 없는 실례들을 수없이 발견하게 되는 것이었다.
--- p.82
"그럼 당신은 하느님을 믿고 있습니까? 실없는 질문을 해서 미안합니다만."
"믿고 있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포르피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되풀이했다.
"그럼 나사로의 부활도 믿습니까?"
"물론이지요. 왜 그런 걸 묻지요?"
"그저 호기심에서 물어 본 것뿐입니다. 그럼데 한 가지 더 물어도 괜찮겠지요. 평범한 인간과 비범한 인간은 어떻게 구분하는 거요? 태어날 때부터 무슨 표시가 되어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평범한 인간이 비범한 인간의 범주에 속한다는 망상에 빠져 당신 표현대로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기 시작한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요?"
"정말 놀랍군요. 그렇게 날카로운 지적을 하시니! 사실 평범한 인간이 파괴자인 양 생각하고 함부로 새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크게 염려할 게 없습니다. 그들은 결코 오래 가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그 비범한 인간의 범위는 어느 정도 될까요? 그러한 인간이 많아도 곤란하지 않겠소?"
"그 문제는 다소 나를 안심시켜 주셨습니다만 또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습니다. 도대체 그 타인을 죽일 권리를 가진 족속, 즉 비범한 사람은 많이 있습니까? 물론 나는 그 앞에 꿇어 엎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 정말 기분 나쁜 일이 아닙니까? 안 그래요?"
"아, 그것도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체로 새로운 사상을 가진 사람은, 아니 그뿐 아니라, 새로운 말을 겨우 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소수밖엔 태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오늘날까지 신비에 싸여 있는 그 어떤 과정이라든가 종족의 혼이라든가 그런 방법에 의해서 한바탕 진통의 괴로움을 겪은 뒤에 천 명에 한 사람이나 독립적인 정신을 지닌 인간을 낳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넓은 정신을 가진 인간은 만 명에 한 사람 정도밖에 태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pp.204~205
"그럼 당신은 하느님을 믿고 있습니까? 실없는 질문을 해서 미안합니다만."
"믿고 있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포르피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되풀이했다.
"그럼 나사로의 부활도 믿습니까?"
"물론이지요. 왜 그런 걸 묻지요?"
"그저 호기심에서 물어 본 것뿐입니다. 그럼데 한 가지 더 물어도 괜찮겠지요. 평범한 인간과 비범한 인간은 어떻게 구분하는 거요? 태어날 때부터 무슨 표시가 되어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평범한 인간이 비범한 인간의 범주에 속한다는 망상에 빠져 당신 표현대로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기 시작한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요?"
"정말 놀랍군요. 그렇게 날카로운 지적을 하시니! 사실 평범한 인간이 파괴자인 양 생각하고 함부로 새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크게 염려할 게 없습니다. 그들은 결코 오래 가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그 비범한 인간의 범위는 어느 정도 될까요? 그러한 인간이 많아도 곤란하지 않겠소?"
"그 문제는 다소 나를 안심시켜 주셨습니다만 또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습니다. 도대체 그 타인을 죽일 권리를 가진 족속, 즉 비범한 사람은 많이 있습니까? 물론 나는 그 앞에 꿇어 엎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 정말 기분 나쁜 일이 아닙니까? 안 그래요?"
"아, 그것도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체로 새로운 사상을 가진 사람은, 아니 그뿐 아니라, 새로운 말을 겨우 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소수밖엔 태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오늘날까지 신비에 싸여 있는 그 어떤 과정이라든가 종족의 혼이라든가 그런 방법에 의해서 한바탕 진통의 괴로움을 겪은 뒤에 천 명에 한 사람이나 독립적인 정신을 지닌 인간을 낳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넓은 정신을 가진 인간은 만 명에 한 사람 정도밖에 태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pp.204~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