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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이미륵 저 / 정규화 | 범우사 | 2000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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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323g | 153*224*20mm
ISBN13 9788908032118
ISBN10 890803211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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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의 염라대왕이 한번은 또 잘못하여 아직도 젊은 어느 가장(家長)을 심장마비로 죽게 했습니다. 그 가장의 영혼은 이미 명부(冥府)에 와서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가 불려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그만 착오로 하여 그를 데려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다시 인간 세상으로 보내야만 했지요. 그런데 그를 인간 세상으로 데리고 갈 사자는 그의 육체가 벌써 땅 속에 묻혀버렸다고 말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사람들은 한참 동안 의논하고 난 후에 드디어 그 가엾은 가장에게 물었습니다. 그가 혹 다른 사람의 몸으로 환생해서 여생을 보내지 않겠느냐고요. 방금 다른 남자가 하나 죽었는데 그의 육체는 아직도 쓸모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가장은 어쩔 수 없이 그에 찬성했습니다.

이윽고 그가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낯선 집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집에는 모두 낯선 얼굴들만이 보였습니다. 부인과 아이들은 지금까지 울고 있다가 가장이 소생함에 다시 웃고 모두들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평생 보지도 못한 부인이 그를 남편이라 부르고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그를 아버지라 불렀습니다. 그 자신은 뭐라고 대꾸해야 할 지 몰라서 잠자코 그들이 간호하는 대로 니버려 두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선 이 집의 가장이 걸려 죽었던 병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가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집 가장의 성(姓)은 옥(玉)씨라고 했답니다.

몸이 완쾌되자 그는 어느 날 저녁 부인을 불러 놓고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나는 사실은 당신의 남편이 아니오. 나는 저 남쪽 울산 사람으로 그곳에 부인과 아이 하나를 갖고 있다오. 그리고 나는 또 옥가가 아니고 윤(尹)간데 황천 염라 대왕의 잘못으로 이곳으로 보내졌을 뿐이오."

"아, 여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보세요, 전 당신의 아내예요!"
하고 부인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부인는 그를 잘 덮어 주고 그에게 원기가 돋울 고기죽을 가져왔습니다. 부인은 그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고 믿고 보약을 더 달여 왔습니다. 그리고 전보다 더 세심하게 또 전보다 더 큰 사랑으로 그를 간호했습니다. 그가 여러 번이나 되풀이해서 설명했지만 부인은 전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pp.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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