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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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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정판 『도망자 이치도』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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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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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0쪽 | 47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813450
ISBN10 898281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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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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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 candy@yes24.com
"야, 이 도둑놈아!"

누가 뒤에서 이렇게 부른다면 백 사람 가운데 아흔아홉은 돌아볼 세상이건만 한 사람만은 묵묵히 자기 길을 갈 것이니 그의 이름은 바로 이치도(李致道)다. 제대로 도둑질도 못하는 도둑놈들이나 남들이 소리치고 떠드는 소리에 신경을 쓴다. 진짜 도둑이 무서워하는 건 뒤에서 소리나 버럭버럭 지르는 사람이 아니다. 한창 신나게 도둑질을 하고 있을 때 소리없이 다가와 바로 귓전에 따뜻한 입김을 내뿜으며 "바쁘니?"하고 속삭이는 사람들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성석제의 신작 소설 『순정』은 이렇게 시작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치도. 성석제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개 그렇듯 이치도라는 인물 역시 도둑계의 '고수'이며 "한 사람의 생명처럼 이 세상 유일무이하면서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것은 훔치면 안 된다"라는 철학을 지닌 도둑 중의 도둑이다.

그의 어머니는 지방소도시 은척에서 유명한 '춘매옥'의 춘매이고 호적상의 아버지는 이봉달이라는 한량이다. 이봉달은 소주병에 담겨있는 석유를 술로 알고 벌컥벌컥 마시다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이치도의 대부이자 스승인 왕학. 그가 평생을 다해 순정을 바치는 여인 왕두련. 무협소설이나 민담에 한 번쯤은 나왔을 법한 이 재미있는 인물들에 대한 사설이 전당포 아들 '성억제'에 의해 청산유수처럼 화려하게 펼쳐지는 것이 바로 『순정』이다.

학창 시절 항상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친구들은 바로 이야기의 달인들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도 이 친구가 얘기하면 일단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감칠맛 나게 당겼다 풀었다, 물었다 답했다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이야기에 모두들 넋을 잃고 귀를 열어 놓는다.

성석제의 소설의 묘미는 바로 뻔한 소재와 전형적인 인물을 이야기하는 방식즉, 서사의 전략화에 있다. 요컨대 춘향가, 흥부가와 같은 판소리사설부터 시작해 온갖 주워들은 모험담과 치정담 그리고 골백번은 더 회자되었을 이야기로 일종의 쇼를 제공하는 장터의 만담꾼, 광대, 악사, 차력사의 역할을 소설(小說)이라는 장르를 통해 유감 없이 발휘하는 것이다.

'언어의 카니발'를 구사하는 그의 면모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며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문장에서 잘 나타난다. "그러나 시시한 도둑들, 병아리 도둑들, 진정한 도둑의 심오한 세계를 모르는 엉터리 도둑들은 그런 철학을 알 리도 없고, 안다 해도 실행에 참고하지 않을 것이며, 참고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실천할 수 없다"거나 "춘매옥에서 노래를 하지 않으면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이요,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춘매옥에 가지 않은 것이며, 춘매옥에 가지 않았으면 은척에 사는 사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등의 문장은 저절로 가락이 되어 펼쳐진다. 읽는 사람은 그 가락에 절로 신이 나 다음 문장으로 다음 페이지로 호흡을 이어가게 된다.

또한 "그렇게 한 작부가 얼마나 되더란 말이냐. 너도나도 다 다이아몬드 반지끼고 열두 자 자개장 앞에서 뜨끈한 고기국밥 먹어가면서 사느냐. 그렇지 않으니, 춘매는 춘매로 살았고 꾸준히 찾아오는 봉달에게는 딴사람의 반값만 받고도 몸을 내주었다. 일단 봉달의 생각이 들어맞는다는 징조가 아니겠는가"처럼 문답식의 문체는 마치 관중을 앞에다 두고 구연(口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작가와 독자가 호흡을 주거니받거니 하는 식으로 보다 생생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내가 듣고 보고 겪었으며 앓고 갈무리한 현실의 순수한 재현보다는, 순정한 가짜를 선택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도둑놈, 벙어리, 째보, 깡패, 거지 등의 순정하고도 전형적 인물이 우글거리는 이 멋진 작품을 통해 우리는 소설이라는 장터 속에서 한 판 벌어지는 이치도 사설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치도는 숨을 참는다. 한 번의 호홉으로 수회, 심지어 수십회의 호홉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 그것은 무덤을 제 집처럼 드나들엇던 왕확의 특기이기도 하다. 더 이상 무덤 출입을 안 하게 되었으면서도 왕확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숨을 들이쉬었다 내뱉었다. 그것만 가지고도 만병이 없어지니 약국이나 병원에 갈 일이 없다. ..세상이 조용해지니 심신이 평안하다...적은 숨을 가지고 오래 쓰니까 공기도 아낀다... 운동이 되니 살도 찌지 않는다... 기분이 좋아지고 만사가 형통해진다... 자신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마침내 우주와 한몸이 된다. ..이것이 도통이고 열반이고 신선의 경지이다.
--- p.124 ---본문중에서
'야, 이 도둑놈아!'
누가 뒤에서 그렇게 부른다면 백 사람 가운데 아흔아홉은 돌아볼 세상이건만 한 사람만은 묵묵히 자기 길을 갈 것이니 그의 바로 이치도다. 제대로 도둑질도 못하는 도둑놈들이나 남들이 소리치고 떠드는 소리에 신경을 쓴다.
--- p.9
소설 역시 이야기의 하나라고 할 때 지속적으로 작품을 찾아 읽게 만드는 작가는 크게 두 부류다. 늘 새롭고 낯선 이야기로 우리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작가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귀기울여 듣게 만드는 작가 전자가 화려한 모험담으로 승부한다면 후자는 유려한 이야기 기술로 맞선다. 벤야민은 이 두 이야기군의 원조로 선원과 농부를 지목한 바 있다. 이야기란 옛부터 세상을 편력하고 돌아와 먼 곳의 정황을 전해주는 자와 고향의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자로부터 나오게 마련인 것이다.

물론 이 두 유형이 완전하게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이란 대개의 경우 이 두 유형의 상호 보완물 인 경우가 많다. 모험의 활력은 언제나 그것만의 독특한 기술양식을 요구하며 이야기 기술 역시 모험 그 자체의 내용을 새롭게 규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유형학이란 것이 가능하다면 성석제는 단연 후자, 즉, 농부의 계보에 속한다.
--- p.273
기차역이다. 살찐 비둘기와 노숙자의 잠을 쫓아다니는 칼날 같은 햇빛, 휴가병, 그리고 이별의 고장.

이치도는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고개를 숙인 채 가재눈으로 주변을 살핀다. 기차역 어딘가에 그를 잡으러 온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 공항, 톨게이트, 항구 같은 출입구만 지키고 있으면 모든 도망자들이 제 발로 그 앞으로 가서 "아이고, 정말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군요. 죄를 짓고는 개미 새끼 한마리도 못 빠져나가겠습니다. 감동해서 자수합니다"하면서 순순히 오라를 받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그 사람이 이치도에게 뭔가를 도둑질 당한 도둑이고 제법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기차역에도 사람을 풀었을 수 있다.

이치도는 오랏줄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없나 살펴본다. 없다. 경찰 비슷한 사람들이 경찰 비슷한 옷을 입고 경찰이 찰 법한 몽둥이를 차고 경찰처럼 순찰을 하고 있지만 오랏줄을 든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이치도는 그늘을 따라 걸어가서 역 구내로 접어든다.
---p. 123
그날 밤 이치도는 꿈을 꾸었다. 새끼를 너무 많이 나아 홀쭉해진 엄마 돼지, 불알만 커다란 아빠 돼지 뒤에 허연 새끼 돼지 들이 트럭을 타고 군가를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는 꿈이었다. 그 군가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였던가. 아느냐 그 이름 맹호 부대 용사들 이었던가. 그건 중요하지 않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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