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와 아프로디테와 아테나는 서로 그 사과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미묘한 문제에 끼어 들고 싶지 않았던 제우스는 이 세 여신들을 이데 산으로 데려갔다. 이데 산에는, 잘생긴 양치기 파리스가 양을 먹이고 있었다. 제우스는 이 파리스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게 했다. 여신들이 곧 파리스 앞에 나타났다. 양치기 파리스에게, 헤라 여신은 권력과 부를,아테나 여신은 전장에서의 명예와 명성을,아프로디테 여신은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면서 각기 자기에게 유리한 심판을 부탁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제안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지 이 여신에게 황금 사과를 바쳤다. 이로써 그는 헤라 여신과 아테나 여신의 적이 되었다.
아프로디테에게,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돌아가야 할 불화의 사과를 주는 파리스. 선택에서 제외된, 투구를 쓴 아테나 여신과 헤라 여신이 떠나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힌 아프로디테의 표정이 요염하기 그지없다. 19세기 화가 쟝 르노의 그림.
--- p.271-272
판도라는 호기심이 강한 여자였다. 판도라는 단지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판도라는 도저히 궁금증을 삭이지 못하고 뚜껑을 열고 단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그 단지 안에서, 인간에게는 몹쓸 것들인 무수한 재액, 곧 육체적인 것으로는 통풍, 신경통 같은 것, 정신적인 것으로는 질투, 원한, 복수심 같은 것들이 나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판도라는 후닥닥 뚜껑을 도로 덮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으니, 단지 속에 있는 것들은 거의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다음이었다. 요행히 단지 안에는 딱 한 가지가 남아 있었다. 바로 <희망>이다. 우리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떤 횡액을 당해도 희망만은 버리지 않는 것은 다 이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어떤 횡액도 우리 존재의 뿌리를 흔들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설도 있다. 판도라는 제우스가 인간을 축복하기 위해 보낸 사자라는 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판도라는 여러 신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상자에 넣어 가지고 지상으로 하강했다. 그런데 어느 날 실수로 이 상자 뚜껑을 열었기 때문에 다른 선물은 다 날아가 버리고 희망만이 남았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앞의 이야기보다 이 이야기가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 pp. 599-600
티치아노의 너무나도 유명한 <비너스와 아도니스>.이것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름이기도 하다. <비너스>는 라틴 이름 <베누스>의 영어식 발음. 베누스의 그리스 이름은 아프로디테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를 주로 다루는 이 책에서 이 그림의 제목은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라고 해야 마땅하다 그렇거니 아도니스를 유혹하는 아프로디테의 몸매가 넉넉하면서도 아름답다.
--- p.91-94 삽화중에서
아폴론은 사랑의 날개를 편 채 쫓았고 다프네는 공포의 날개를 펄럭이며 도망쳤다. 그러나 쫓는 다리 쪽이 빨랐다. 아폴론은 다프네를 바싹 따라잡고는 헐떡거리며 다프네의 목덜미에다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다프네는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금방이라도 쓰러질거 같았다. 더이상 견딜수 없게 된 다프네는 강의 신인 아버지 페네이소스에게 하소연하였다. ?? '도와주세요 아버지! 땅을 열고 저를 숨겨주세요. 아니면 제 모습을 바꾸어 주세요. 이모습 때문에 이지경에 이르렀습니다.'
--- p.435
시인은 모색하지만 그 모색은 성취에 이르지 못한다. 시인은 그러다 마침내 조용한 달빛에서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내고, 그 빛나는 무언의 시선이 쏟아내는 빛 아래서 우수의 불씨를 다독거리고 자신을 태울 정열의 불꽃을 지핀다.
--- p.75
미노스가 판관으로 법정에 서서 이들의 행적을 심문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삶을 혐오하여 스스로 죽음을 피난처로 여기고 제 손으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서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인간들도 다시 태어난다면 가난도, 노동도, 그 밖의 어떤 고통도 달게 견디어 낼 터였다. 그 옆으로 펼쳐져 있는 곳이 비탄의 들이었다. 비탄의 들에는 몇 줄기 가느다란 오솔길이 나 있었는데, 오솔길은 모두 도금양목 숲으로 통했다. 그곳에는 짝사랑으로 희생되어 죽어서까지도 고통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혼령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 p.393
그 후로도 테세우스는 이 지방의 폭군이나 약탈자를 상대로 소소한 싸움을 여러 차례 벌였으나 승리한 것은 늘 테세우스였다. 이러한 악질 중의 하나로 프로크루스테스 곧 <잡아당겨 늘이는 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자가 있었다. 이 악질에겐 쇠 침대가 하나 있었는데, 길손이 지나갈 때마다 잡아들여 이 침대에다 눕히고 묶었다. 묶든 말든 재워 주기만 하면 좋을 텐데도 이 악질은 길손의 몸이 그 침대보다 짧으면 길손의 팔다리를 잡아늘여 그 침대 길이에다 맞추고, 침대보다 길면 긴 만큼 잘라 버리는, 아주 해괴망측한 짓을 하는 자였다. 테세우스는 이 자 역시 다른 폭군이나 약탈자처럼 처치해 버렸다.
--- pp.247-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