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는 “이런 거 갖고 싶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항상 받는 입장에 머물러 있습니다. 오타쿠가 ‘유저화’된 것이죠. 과거에는 오타쿠가 ‘크리에이터’였는데 지금은 ‘유저’가 된 것이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화된 오타쿠 중에서 새로운 세대의 크리에이터가 나오지 않고 있는 거죠. 유저 입장에만 머무르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다 소비하고 나면 또 다른 작품으로 이동해서 그 타이틀을 소비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 26쪽, 「1장 창작하는 오타쿠에서 소비하는 오타쿠로」 중에서
[신초]라는 문예지가 800부 밖에 팔리지 않는데, 도대체 그 잡지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겁니다. 물론 세상 모든 것을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볼 수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해도 일본 국민 1억 2,000만 명 중 단 800명밖에 읽지 않는 매체에, 그 800명에게만 통용되는 중요한 문제란 무엇이고,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거란 말이죠. 결과적으로 그 순문학 논쟁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결국 문학은 라이트노벨을 순문학에 포함시킴으로써 연명하려고 했습니다. 만화나 라이트노벨 같은 서브컬처에 얹혀감으로써 살아남는 것을 선택한 거죠. ― 40쪽, 「2장 문화는 국경을 넘는다」 중에서
저는 창작자로서의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편집자가 되어 저 자신을 프로듀스 해왔습니다. 일단 나 자신을 편집자 위치에 놓음으로써 별로 재능이 없는 ‘나’라는 작가를 어떻게든 상업적 으로 쓸모가 있게끔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스스로 그림에는 재능이 없는 걸 확실히 인식하고, 이야기의 구성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이야기 이론으로 보완하는 식의 방법으로요. 일본에서는 ‘자기 프로듀스’라고 하는데, 그런 재능을 가진 작가가 꽤 많죠.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런 타입일 겁니다. ― 70~71쪽, 「3장 스토리 작가, 만화가 그리고 편집자」 중에서
*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에이코믹스] 편집장) 창작자이자 편집자(기획자)이자 문화평론가인 오쓰카 에이지는 이야기를 만들고, 편집하고, 평가하는 모든 분야를 경험한 전문가다.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 쌓았기에 더욱 흥미롭고 가치 있는 오쓰카의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제 서브컬처가 주류로 점점 파고들어가는 시점이다. 서브컬처를 넘어 문화 전반을 종횡무진하며 내닫는 오쓰카 에이지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탁견과 태도에서 배울 것도, 생각할 여지도 무한하다.
* 전진석(스토리작가, [코믹스퀘어] 편집장) 오쓰카 에이지와 선정우. 한국과 일본, 각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서브컬처 연구자가 만들어낸 대담집이 출간되었다. 구세대 오타쿠와 신세대 오타쿠의 인식 변화. 일본의 넷우익, 한국의 일베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서브컬처의 관점에서 다룬다. 편안한 어조로 쓰여진 대담집을 읽다 보면, 만화업계의 오랜 선배님들을 만나 뵙고 유익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