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토의 세심하고 날카로운 눈은 어떤 것도 놓치지 않았다.그림을 열망하는 손으로 돌 끝을 뾰족하게 갈았고,매끈한 바위를 찾아내 그의 눈을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웠던 자연의 오묘함을 그려보았다.그러나 양은 특별했다.양은 그에게 언제나 가까이 있는 친구였고 벗이었다.양이 움빚이는 것 하나 하나가 달라 보였다.그는 그런 차이를 그려낼 수 있었다.
--- p.17
이 책 '그림만 보고 알 수 없는 액자 밖 화가 이야기'는 그 시대를 장식했던 이탈리아 화가들의 일생을 재미있게 꾸민 책이다. 특히 일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르네상스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이름도 꽤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리 알려져 있지 않던 인물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라파엘로란 이름은 너무도 유명하지만, 그에게 그림의 기초를 가르쳤던 페루지노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별고 없지 않은가. 또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수놓았던 위대한 화가들의 어떻게 회화라는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대해서 흥미진진하게 쓰여 있다.
현대 예술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 세잔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회화 교과서라고 말했다. 벽화는 아니겠지만, 이탈리아 화가들이 그렸던 그림들이 루브르를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성장시켜준 주인공이 아닌가. 연예인들의 삶까지도 흥미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지만, 이들의 삶은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서서 교육적 가치까지 갖는다.
--- 202001/04/06 (jinnyim)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놀라운 그림에 대한 이야기에서, 당신이 진정한 예술을 식별하는 눈을 키울 수 있다면 이 글을 쓴 이로서 그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그렇게 될 때, 그리고 당신이 강렬한 햇살의 이탈리아를 언젠가 찾게 될 때, 그들은 당신에게 오랜 친구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들의 그림은 당신의 눈에 즐거움을 주기도 하겠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동까지 당신의 가슴에 안겨줄 것이다. -에이미 스티드먼
--- p.머리말줄에서
왜 보티첼리는 돈을 그처럼 물쓰듯이 썼을까? 아마 로렌초의 화려한 궁전에서 뒹굴면서 물든 못된 습관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에게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 이외에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생활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쾌락을 찾아 로렌초의 호화로운 궁전으로 몰려가느 ㄴ사람들에게 경멸어린 눈길을 던지는 사람이 있었다. 천사의 화가, 프라 안젤리코가 '천국으로 들어가는 무' 처럼 아름다운 벽화로 꾸며놓았던 산 마르코 수도원의 수도자 사보나롤라였다.
--- p.95
어느 날, 필리피노가 작업을 끝내고 성당을 떠났을 때였다. 한 제자가 머뭇대며 성당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어두운 구석에 떨어져 있는 그물 지갑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벽화를 구경왔던 손님, 아니면 스승이 떨어뜨린 지갑이 틀림없었다. 그는 재빠른 걸음으로 지갑 쪽으로 갔다. 그리고 그 지갑을 주워들었다. 그때 스승이 돌아왔다. 깜빡 잊고 있던 것을 가지러 온 참이었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지갑을 어디엔가 감추어야 했다. 벽에 뚫린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스승이 그림을 그리고 있던 발판 아래였다. 그는 지갑을 재빨리 그 구멍 속에 밀어넣었다. 아, 이럴 수가! 그 구멍은 그림이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웠다.
--- p.119-120
밀라노를 떠난 이후, 레오나르도는 방랑 생활을 했다. 많은 것을 시작했으면서도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 삶, 그것은 결국 그의 운명이었다. 그는 밀라노는 떠나 잠시 로마에서 살았다. 그러나 로마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신비한 미소로 유명한 <모나리자>를 그렸다. 현재 세상에 전해지는 수많은 초상화 중에서, <모나리자>는 가장 완벽한 초상화,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모나리자>마저 미완성의 작품이라 말했다.
그 즈음, 레오나르도는 최악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모든 제자가 그의 곁을 떠났고, 친구들마저도 그를 잊었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 날, 그는 벽난로 앞에 외롭게 앉아 있었다. 슬픔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훤칠한 젊은이가 들어왔다.
"스승님!"
청년은 무릎을 꿇으며, 늙은 레오나르도의 두 손에 입을 맞추었다.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꼬마 프란체스코입니다. 스승님과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언젠가 스승님의 하인이 되고 제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던 프란체스코입니다."
레오나르도는 청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늙었다.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게다. 게다가 이제는 가난한 떠돌이다. 그런데도 제자가 되겠느냐? 이런 늙은이에게 네 운명을 맡길 수 있겠느냐?"
프란체스코가 대답했다.
"저는 스승님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땅끝까지도 스승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pp.163~164
'맞았어, 메두사의 얼굴만큼 무시무시한 것을 그리는 거야.' 그는 밖으로 나가 이상하게 생긴 동물을 하나씩 잡아들였다. 도마뱀, 고슴도치, 도롱뇽, 뱀, 잠자리, 메뚜기, 박쥐, 개똥벌레...... 그리고 그것들을 방으로 가져갔다.
--- p.155
그래서 엉거주춤한 거구의 사내는 마사초, 즉 '더러운 토마소'란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마사초란 이름에 그렇게 고약한 뜻이 담겨 있으리라 생각지 않는다. 그너 예술의 역사에 족적을 남겨놓은 위대한 화가의 하나로 기록할 뿐이다. 그는 많은 것에 무관심했더라도, 자기가 선택한 일을 위해서는 영혼과 마음을 쏟아낼 수 있었다.
--- p.4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