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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 개정판 ]
박진식 | 시대의창 | 2002년 04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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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4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6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229346
ISBN10 898922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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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진식
1968년 전북 순창에서 2남 1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다들 우량아라고 부러워할 만큼 건강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나 일곱 살 무렵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에의한 각피 석회화증'이라는 희귀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참담함 불행에 직면하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그후 20여 년 동안 죽어가는 육신을 보듬고 절망에 울어야 했다.

그러나이대로 흔적도 없이 죽어가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마침내 자신의 이런 기막힌 인생을 기록하여,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 세성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로 결심, 손에 볼펜을 끼고 컴퓨터 키보드를 한 자씩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30개월을 씨름하여 마침내 800여 매의원고를 완성했다.
육신의 기능을 모조리 차압당한 채 죽어가는 시인이 마침내 절망을 삼켜버린 희망의 노래 하나를 여런 고단한 인생들에게 값진 선물로 남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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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섞여 온몸을 돌아다니다 구석구석 파고든 석회는 말랑말랑한 젤리 상태가 되었다. 손톱과 잇몸까지 젤리형 석회가 차기 시작했다. 석회 축적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젤리가 된 석회는 시나브로 굳어갔다. 물에 버무려진 시멘트가 다져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증상이 진행되는 동안 온몸이 옥죄는 고통에 시달렸다. 내 몸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었으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참는 것뿐이었다. 그럴수록 내 몸은 내게 살려달라며 더욱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 고통은 머리만 남기고 온 몸을 땅속에 묻어버린 듯한 폐쇄 공포증을 불렀다. 석회가 생성될수록 파묻히는 듯한 압박감이 심화되었지만, 나는 그 정도로 무너질 만큼 허약하지 않았다.

석회가 빠질 때면 뼈 위에서부터 피부까지 홍시처럼 헐었다. 멀쩡하던 새살이 그 지경이 되니, 칼로 뼛속까지 긁어내는 듯했다. 뼈마저 군데군데 하얗게 드러났다. 그런 아픔도 날 무너뜨리진 못했다. 특정 부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신에서 그러다 보니 아예 지겨운 '일상'이 되어 버렸다.
---p. 80
내가 아픔으로 깨달은 건 감사였다. 밥을 삼키기 힘겨워졌을 때 단지 음식물을 삼킬 수 있음에 감사가 우러나오고, 숨쉬기가 힘겨워졌을 때 단지 고른 숨을 쉴 수 있음에 감사가 우러나오고, 중장애인이 되었을 때 단지 한 손가락, 한 손이라도 움직일 수 있음에 감사가 우러나오고, 온 몸이 중증의 돌 인간이 되었을 때 단지 머리와 몸통만 정상이어도 감사하다는 걸 뼈에 새겼다. 하나 덧붙이자면, 평형기관 마저 손상되었을 때 난 어느 생명체에게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절절히 깨달았다.
--- p.180
20년 전, 나는 극도의 초조감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한참 생기 발발하게 자라야 할 나이에 돌이 되어간다니... 너무도 서글프고 두려운 현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석회물질이 발과 턱을 뚫고 나왔다. 색깔은 새하얗고 촉감은 아주 부드러웠다. 핏기가 조금밖에 없어서 마치 딸기즙이 묻은 생크림 같았다. 한 1분이나 지났을까. 수분이 증발되자 그것은 금세 까칠까칠하고 단단한 돌가루로 변했다.

몸 속에서 생긴 하얀 시멘트가 급기야 살갗을 뚫고 밖으로 흘러 나오는 모습은 참으로 끔찍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전울이 퍼졌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이 혈관을 타고 거세게 휘몰아 쳤다. 이미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나오게 되는 영구치가 나오지 않아서 X선 촬영을 해보았더니, 치아가 나와야 할 곳에 석회가 가득차서 굳어지고 있었다. 마치 씨앗이 심겨진 화분 위를 콘크리트로 봉해 버린 것과 같았다. 그 당시 부모님은 병원에서 아무런 희망도 찾지 못하자 주위에서 좋다는 것은 모두 하시려고 한다.
--- p.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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