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 에뷔테른느는 그 자그마한 술집으로, 약속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모딜리아니에게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지만 그는 약속시간보다 훨씬 먼저 와서 잔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술을 흠뻑 마셨으며 잔느가 왔을 때는 이미 몹시 취한 상태였다. 그는 분노에 취하고 증오에 취했다. 이런 것은 참으로, 바보같은 짓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그에게는 논리 그 자체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잔느가 돌아오면 그녀의 늘씬한 팔에 기대어 사이좋게 몽파르나스의 아틀리에로 가겠노라고 그토록 마음 속으로 작정하고 있던 그는 막상 잔느가 나타나자, 그 사랑하는 아내를 거칠게 잡아끌고서 거리를 걸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우연히 그날 그들을 뒤에서 지켜보았따. 그는 그 순진무구한 여자를, 바람나서 도망간 아내를 잡아끌고 오는 질투에 불타는 남편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잔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모든 것을 견뎌냈다.
--- p.279-281
우리들 주변을 언제나 둘러싸고 있는 죽음. 죽음은 아메데오에게 이렇게 말했을 지도 모른다.
"자네가 아직 어렸을 때, 너무 빨랐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자네에게 요구 조건이 많은 도장을 찍어 놓았다네. 잊지 말게나. 다른 그 누구보다 더 강한 도장을 나는 자네에게 찍어 놓았다네. 잊지 말게나. 자네는 나의 아들이며, 나의 약혼자임을. 그리고 결혼식 날을, 그 시간을 정하는 것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서두르는 것이 좋아, 자네가 가진 시간은 흘러가고 만다네. 얼마만큼의 시간이 자네에게 남겨져 있는 것일까? 10년? 5년? 자네의 일을 완성시키기에 이미 시간이 부족할는 지도 몰라. 자네는 각혈을 하고 있네. 아메데오, 날짜를 헤아리게나. 서두르게, 아메데오."
죽음의 목소리가 베아트리스의 말을 빌어 결론을 내려 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화가예요. 그림을 그리세요."
--- pp.241-242
불빛이 비치지 않는 공원 앞 돌 위에 앉아 그는 잔느가 그의 곁을 떠나가는 공간을 재보고 있었다. 그리고 멀어져가기 전에 잔느를 붙들고서 말하곤 했다.
"너무 느긋하게 있어서는 안돼. 너무 늦게 돌아오면 싫어. 당신이 너무 오래 내곁을 떠나 있는 것은 안돼…, 나는 아틀리에에는 돌아가지 않겠어. 몽파르나스를 한바퀴 쭉 둘러보고, 당신을 마중 가겠어. 당신 라탱가를 지나서 오겠지? 내가 그쪽의 작은 술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잔느 에뷔테른느는 그 자그마한 술집으로, 약속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모딜리아니에게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지만 그는 약속 시간보다 훨씬 먼저 와서 잔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술을 흠뻑 마셨으며 잔느가 왔을 때는 이미 몹시 취한 상태였다.
--- p.279
모딜리아니는 꽤 성질이 급했는데도 내가 그에게 아카데믹해지기 쉽고 너무나도 이탈리아 미술관을 생각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어도 결코 화를 내는 법이 없었네. 그는 막스 자콥의 수채화에 깊은 흥미를 나타난 적이 있었고, 피카소의 친구인 마뉴엘 유다의 산뜻한 수채화도 좋아했었지. 그것은 조각가인 마놀이 점토를 살 돈조차 없을 때 그린 그림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그때부터 모딜리아니는 언젠가는 자기도 조각을 해보겠노라는 생각을 하게끔 되었는지도 모르겠네.
--- p.124,---pp.16-22
'...서두르는 것이 좋아, 자네가 가진 시간은 흘러가고 만다네. 얼마만큼의 시간이 자네에게 남겨져 있는 것일까? 10년? 5년? 자네의 일을 완성시키기에 이미 시간이 부족할는 지도 몰라. 자네는 각혈을 하고 있네. 아메데오, 날짜를 헤아리게나. 서두르게, 아메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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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는 것이 좋아, 자네가 가진 시간은 흘러가고 만다네. 얼마만큼의 시간이 자네에게 남겨져 있는 것일까? 10년? 5년? 자네의 일을 완성시키기에 이미 시간이 부족할는 지도 몰라. 자네는 각혈을 하고 있네. 아메데오, 날짜를 헤아리게나. 서두르게, 아메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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