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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된 사람들

숫자가 된 사람들

: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구술기록집

대한민국을 생각한다-2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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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비판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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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92g | 153*215*30mm
ISBN13 9788997889648
ISBN10 8997889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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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형제복지원구술프로젝트
2014년 6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실태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중 인권기록활동에 뜻을 모은 6명이 모 여 생존자들의 구술 기록 단행본을 펴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생존자들의 경험과 삶의 맥락이 파편화되지 않고 좀 더 온전히 사회적으로 전달될 방법을 고민했다. 생존자의 목소리는 폭력의 역사에 대한 증언이자 사회를 일깨우는 죽비이며, 우리 모두의 존엄함을 지키는 투쟁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에게 진짜 따뜻한 위로는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거예요. 이 사건은 박인근 개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부산시 공무원, 경찰 몇몇의 문제도 아니고요. 그 시대, 부산시, 언론, 지식인들, 경제인들 모두가 한통속이 돼서 묵과했어요. 87년에 형제원 사건이 터졌을 때 잠깐 시끄러웠다가 결국 다 침묵했잖아요.
남대문에 살았을 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도 봤고 6월항쟁도 봤어요. 그때 우리도 뭔가를 해보려고 했어요. 물론 아무것도 못했지만요.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그런 것과 우리 문제는 좀 다르잖아요. 우리 피해자들은 문제를 제기할 방법도 몰랐고 기회도 없었어요. 언론에 투서한 사람들도 모두 문전박대당했죠. 박종철은 그렇게 죽어서 열사가 되었는데 우리는 그 안에서 수백, 수천 명이 가혹한 고문을 당하면서 죽어갔는데도 이렇게 묻혔어요.
박경보---「잃어버린 13년, 그게 내 인생의 전부예요---p.37~38쪽

국회에서 서로 간에 이해타산을 떠나서 정확하게 잘잘못을 한번 따져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정치적으로 타협 안 하고 진실 그대로 밝혀가지고. 공무원들 중에서도 형제복지원 원장하고 어울려서 이득을 취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거라고. 왜 그런 법안이 생겨나야만 했나. 가난하고 힘없고 누추한 사람들은 다 제거 대상이었는가.
나한테 ‘국가’라는 거는 억압받게 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사람 기를 못 펴게 한 존재인 거지. 동사무소나 구청이라든가 관공서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같이 힘없는 사람들한테 권위주의로 나오고. 국가 충성도는 제로인 상태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거 자체를 많이 저주했으니까. 다음 생에는 대한민국이 아닌 평화로운 곳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김희곤---「가난하고 힘없고 누추한 사람들은 다 제거 대상이었는가---p.69~70쪽

그때 (철창 사이로) 사람 어깨만 빠져나올 수 있으면 몸이 다 나온다는 걸 알았어요. 나오더만요. 지금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때는 벽을 뛰어오르는데 서로 손이 안 잡혀갖고 머리채를 뜯어 올리기도 하고. 인근에 헌병대가 있어서 그리루 가면 안 될 거 같애서 다른 쪽으로 가니 총을 겨누더라구요. 진짜 부대를 넘어간 거죠. 그 사람은 내가 피를 흘리고 있으니까 도망 나온 줄 알았겠죠. 분명히 알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벽 뛰어오를 때 내가 제일 먼저 올랐는데, 여자소대는 담이 낮다고 유리를 박아놨거든요. 그걸 밟은 거죠. 거기에 찔렸는데 제가 지금 기억으로는 한 5초를 생각한 거 같애요. 다시 내려가 빼고 와도 또 그럴 테니까 그대로 올라가자. 3일 정도 맨발로 다니니까 제일 먼저 낫는 데가 발바닥이더만예. 그래서 나는 제일 많이 움직이는 데가 제일 빨리 상처가 낫는 부위라고 생각해요. 발바닥이 제일 먼저 아물더라구요. 유리는 안에서 살이 차오르면서 빠져나오더구만요. 그때 느꼈어요. 아, 사람이 살아서 계속 움직이면 뭐가 박혀도 빠져나오고 낫는다고.
하안녕---「내 인생의 비어버린 시간들, 형제복지원---p.97쪽

행복하다, 그런 거는 못 느껴봤습니다. 꿈이라는 거,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어렸을 때 무슨 생각 하면서 살았냐. 얼라 때 기억나던 때부터 먹고사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그냥 어떻게 해서라도 남한테 나쁜 일 안 하고 살까. 쓰레기통 가서 오물 같은 거 줍고, 고무신 같은 거, 수저 같은 거, 사발 그릇도 주워 팔고, 남긴 밥 주워 먹고, 아무 데서나 자고. 희망이라는 거를 갖게끔 사회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담에 크면 뭘 해야 되겠다, 사업을 해야 되겠다, 선생이 돼야 되겠다, 변호사가 돼야 되겠다, 의사가 돼야 되겠다, 이런 꿈을 꿔봤던 적이 없었습니다. 영화숙, 재생원에 끌려가고 형제원에서 얻어맞고 그리 살다보니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어떻게 살아온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형제원에 다시 들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다른 시설도 힘들었지마는 거기는 인간 도살장이에요, 도살장. 해서 내가 형제원 그 생각만 하면 진절머리가 나는데, 아직도 1년에 두세 번씩 꼭 형제원 꿈을 꿔요, 악몽을. 그런 악몽은 안 꿨으면 좋겠는데, 그런 데는 꿈속이라도 두 번 다시 끌려들어가면 안 되니까. 거기 끌려들어가게 되면 인생이……
---p.120~121

형제복지원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 나 안 쪽팔립니다. 그건 나를 불쌍하게 알아달라는 게 아니고 사회가 잘못된 거 바로잡자고 모인 거니까. 사람들이 “형님아 잘됐으면 좋겠다”고 해요. 아는 누나들도 이제는 “서명할 거 있으면 갖고 온나, 다 해줄게” 그래요. 친목계하는 사람들한테 얘기해서 다 해준다고. 옛날에는 그걸 안 믿었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은 옛날 사건이지만 인권유린은 공소시효가 없다잖아요. 국가도 잘못한 거고. 원장 그 새끼, 전두환 그 새끼도 나쁜 놈이고. 그 안에 있던 분들 못 배운 사람 많잖아요. 그것 때문에 회사도 못 다니고 지금 일용직 다니는 사람 많더라구요. 그런 사람들 평생 그리 살아야 한단 말이에요? 기술이 있어요? 학벌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그 사람들 인권 찾아주고 그 사람들 안에서 고생한 만큼 보상해주고. 보상금 때문에 이런 거 아니잖아요. 우리 인권 찾고 우리가 어릴 때 그렇게 당한 거 국가한테 사과도 받고. 지금 정부도 박근혜 지네 아버지 때 그런 거니까 사과해야 하고. 자기들이 먼저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우리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인권 찾고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미안하다 사과 한마디라도 받아야지.
---p.152~153

내는 이 인터뷰 말입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 중에서 지금 무연고자 대표로 나온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앞으로 내보다 못 살고 고통받는 무연고자 피해자들, 내를 명예복지사를 시켜주면, 내 그 사람들을 찾아서 수급을 받을 수 있도록 조사를 돕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을 복지시설로만 보내면 되겠어요? 수급 받아서 임대주택도 얻어주고. 시설생활이 아니라 개인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실태 조사 같은 걸 돕고 싶어요. 기회를 줘야지, 그 사람들 찾아서. 배운 것도 없고 그런데……
누가 무연고자들에 대해 알겠어요? 내는 그럴 자격만 준다면, 월급을 받겠다는 게 아니고, 그럴 소명만 준다면 내는 전국에 있는 무연고자들 찾아다니면서 수급도 받고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주고 싶어요. 내가 이득을 보고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 나는 진짜, 보건복지부 사람들, 장관한테 교육받을 게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와서 교육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사람들은 모른다고
---p.184~185

알코올중독자나 마약중독자들은 그룹을 이뤄서 치유하는 시스템이 있잖아요. 우리도 전문적이진 않지만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제가 좀 특이한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하고 만나니까 이게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제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할까. 어느 누구한테도 말 못한 상황인데, 이 사람들한테는 설령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나를 몰아붙인다든가, 손가락질하지 않을 거라는. 뭐라 꼭 집어 표현할 순 없는데 마음이 그냥 평온한 거예요, 굳이 감춰야 할 필요도 없고. 그게 치유인지 힐링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전보다 마음이 가벼워졌고, 생활하는 데도 변화가 많이 생겼어요. 그때의 일을 생각하는 횟수도 많이 줄고. 전에는 아침에 눈을 떠 출근을 하면 마음 한구석에 이렇게 계속 신호가 와요. 그런데 지금은 그 신호 오는 횟수가 줄어들고, 안 좋았던 상황이 떠오르는 게 밤에 자려고 누운 시간 외에는 점점 줄어들었어요. 그러다보니까 회사에서도 업무에 집중이 되고, 사람에게도 집중이 되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p.212~213

그때부터 가출을 하기 시작해서 집에 있었던 적이 거의 없어요. 신문배달하면서 보급소에서 자기도 하고요. 아버지한테 잡혀 들어가면 주머니에 있는 돈 다 뺏기고 안 죽을 만큼 맞고 또 가출했어요. 그 와중에도 신기하게 학교는 꼬박꼬박 나갔어요. 그런 생활을 몇 년 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나를 부전역전 파출소에 처넣어버린 거죠.
경찰이 나를 유치장에 가뒀어요. 아버지가 빵하고 우유를 넣어주면서 “네가 먹고살 만한 데를 보내준다고 하니까 거기서 생활하면서 잘 살아라” 하더니 가버렸어요. 그때 기분은 별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어요. 이제 아버지랑 같이 안 살아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정도죠. 그날 밤에 형제원으로 보내졌어요. 우리 집은 잘살았어요. 그 시절에 의상실을 3개나 운영했을 정도니까요. 내가 형제원으로 가게 된 건 다른 피해자들처럼 가난해서가 아니었어요. 아버지 때문이었죠.
---p.223~224

성인이 되어서 주민등록증을 만들려고 하는데 제 주소가 부산시 북구 주례동 산18번지로 되어 있는 거예요. 국가가, 공무원이 협조했으니까 이렇게 되지 않았겠습니까. 국가는 진짜, 이기주의적입니다. 남은 어떻게 되든 말든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이기주의. 사람으로 하여금 돈 욕심을 내게 만들었잖아요. 그 돈 때문에 부랑아도 아닌 사람들까지 잡아가게 만들었잖아요.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입니다.
그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엄마랑 살던 네 살, 다섯 살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엄마가 저를 참 애지중지하며 곱게 키웠어요. 그때 당시에 모자에 넥타이를 매고 다녔으니까요. 나를 아껴주고 소중히 여겨주는 행복했던 그 시절로.
---p.264~265

나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진상 규명이라는 것을 한 번 보고 아픔을 씻고 갔으면 좋겠어요. 나는 다른 거는 상관 안 합니다. 그게 내 전부예요. 보상이야 받아봐야 내가 뭐 할 건데요. 그거 받아갖고 아픈 몸 수술해봐야 평생 살 것도 아니고. 나는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면 또 하나 분명히 바라는 게, 시신을 못 찾은 가족들이 있어요. 그 유가족들에게 시신이 돌아갔으면 합니다. 부산 영락공원에 묻힌 형제복지원 희생자들 중에는 이름이 있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그것을 왜 그렇게 그냥 방치해두는가. 그게 난 참 그래요. 그 유가족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요. 대한민국 땅 어디엔가 있다고요. 시신조차도 가족들한테 안 가면은 그건 좀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국가에서 외면하고 있다고요. 왜? 자신들이 책임져야 될 일이 더 많으니까. 내가 청와대 블로그에 대통령님한테 호소한 글이 있는데, 거기 답변에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그렇게 많은 유가족이 살아 있는 줄 몰랐다, 여기에 대해서도 참조하겠다’ 하더라고요. 참조하겠다? 나는 그런 대답 듣고 싶지 않아요.
---p.289~290

저도 초반에는 학교 친구들한테는 말을 못했구요. 사회 친구들이나 아는 오빠나 언니나 선배들을 접하게 되면서 가끔 정말 친한 친구들한테만 말했는데 믿지를 않았어요. 그런 데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우리나라에 그런 데가 어딨냐고, 양치기 소녀 취급을 당했지요.
처음에는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일인 줄 알았어요. 뭔가 숨겨야 되는 부분인 걸로 알고 친한 사람들에게만 말했어요. 저한테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말해줬어요. 남들하고 다른 생활을 했잖아요. 고아원에서 살았다는 거 자체가 부끄럽다고 생각했어요. 형제복지원도 저희한테는 어찌됐든 고아원이었잖아요. 어린 나이에 고아원이니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지금도 인식이 좋지 않지만 고아원 자체가 옛날에는 인식이 더 안 좋았잖아요. 거의 부모님한테 버려지거나 그런 사람들이 가는 거니까. 그래서 지금까지도 남들한테 말을 못했던 거 같아요.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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