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 5공화국 초대대통령 샤를 드골은 어느 날 프랑스인의 변덕스런 정치적 구미에 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당신은 과연 어떻게 258종 이상의 다양한 치즈를 만들어내는 나르를 다스리려 하오?'
--- p.408,---pp.26-29
기원전 15,000년 전의 그 벽화는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발견된 음악에 관한 기록 가운데 최고(最古)의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지방 민속음악에서는 그보다 더 오래된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도 동지나 하지 같은 주요한 절기 때나결혼식 같은 통과의식에서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굴러 박자를 맞추어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목소리와 손과 발은 소리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은 인간이 연주했던 어떤 악기들보다도 더 오래된 음악을 들려준다. 인간의 생이 시작되는 곳에, 인간과 함께 음악도 그렇게 시작된다. 인간의 혁명인 호모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자'라는 뜻이다. 생각하는 자는 반복을 의식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20세기 현대 프랑스 작곡가인 올리비에 메시앙(O. Messiaen)의 악보속에서 음악의 시원보다 잘 느낄 수 있다.
그의 피아노 모음곡집인「새들의 카탈로그」는 새의 다양한 울음소리들을 패록하여 악보에 옮겨놓은 것이다. 짐승의 울음소리에서 음악을 탄생시키는 소리와 박자와 침묵의 반복을 읽었던 메시앙은, 음악의 최고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피레네 산맥의 동굴이 아니라 모든 '생각하는 자'들의 내부에 간직되어 있는 음의 '동굴'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 202001/03/16 (ummaumma)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포도주는 종교나 종교축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적포도주는 인간의 피와 생명에 대한 신성성을 상징한다. 우선 기독교 문화를 설명하기전데, 포도주 축제의 대명사인 바쿠스제를 얘기해보자. 로마의 종교에서 주신(酒神)바쿠스(그리스는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여러 축제를 통틀어 바쿠스축제라 일컫는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로마로 들어온 바쿠스 축제는 처음에는 1년에 3일동안 여자들만 비밀리에 참석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나중에는 남자들의 참가도 허용되었다.
하지만 이 축제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자 로마 원로원은 기원전 186년 이탈리아 전역에 바쿠스 축제 금지령을 내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측제를 열지 못하게 했다.(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났다는 레무스와 로물루스의 건국신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마인들의 주요음료는 사실상 '우유'였던 것이다.)
--- p.399, pp.8-21
거장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으며, 지금은 어떠한 유일한 교조나 담론도 지배적일 수 없는 시대이다. 어떤 건축이 좋고 나쁜지 단언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가치들이 혼재한다. 산술적인 연대로 치자면 이미 세기말을 지나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들어섰지만, 다양한 시도들이 거듭되고 있을 뿐 새로운 시대를 표상할 만한 건축의 흐름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정보화의 진전, 공해에 의한 자연환경의 변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질서, 그리고 남성지배적 공간에 대한 성찰과 페미니즘의 재조명 등 사회 환경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그 폭이 광범위한 만큼,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생활 패턴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간구조의 창조라거나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자연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생태건축이나 도시계획의 모색이라거나 다국적 자본의 신제국주의적 건축문화에 대한 저항이라거나 건축가들의 이슈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론과 실천으로써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을 극복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래 건축의 비전을 드러내고자 하는 아방가르드적 정신의 실천과 모색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한 정신이야말로 많은 훌륭한 건축가들을 배출한 프랑스 건축문화의 저력이요 전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저력의 근원은 프랑스 대중들의 문화적 소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건축가들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이해하며, 때로는 다양한 건축적 실험을 마치 이벤트처럼 즐기는 듯하다. 예를 들면, 계획에서 시공까지 수년이 걸린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일상의 대화에서 새로 지어진 건물이 찬반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프랑스에서 건축이 대중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들에게 건축은 개인의 재테크 수단이기 이전에 공공의 문화적 자산인 것이다 .길가에 지어진 내 집은 내 것이기도 하지만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내 집 짓기를 조심스러워할 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집 하나하나는 평범하지만 도시 전체의 이미지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 pp.356-357
1982년 5월 10일의 법령에 따라 문화부는 '모든 프랑스인들이 창안과 창조의 능력을 배양하고 그들의 재능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선택에 따라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집단 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해 국가, 지역, 다양한 사회 그룹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며,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의 자유로운 대화 속에서 프랑스 예술작품의 창작을 촉진'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제도적 차원에서 그리고 재정적 차원에서도 인정받게 된 문화는 이제 국가가 개입하는 중요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역 대표들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175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