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별을 보러 나갔었다.
숙소를 나와 모래 위에 서서 오래오래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라보이는 별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고, 지난밤보다는 좀 멀리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내가 잠들었던 그 사이 별들은 자리를 옮겼더구나. 이쪽에서 저쪽으로.
아들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옮겨 가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하느님이 저 별들을 가지고 장기를 두시나 보다’ 그런 새각이 느닷없이 떠오르는 거샹.
이쪽에 있던 별이 저쪽으로, 저쪽에 있던 별이 요쪽으로...그렇게 옮겨 가 있는 거였어. 흐트러져 있다고나 할까.
어렸을 때 생각을 했다. 북두칠성의 구 국자처럼 꼬부라진 곳에 있는 별 바로 옆에 또 조그만 별이 하나 있지. 그게 보이는 사람은 눈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여름밤이면 늘 북두칠성을 바라보곤 했지. 그래서 그 작은 별이 보일 때마다 아 나는 눈이 좋구나 하며 기뻐했단다. 기뻐할 게 그렇게도 없으셨어요? 하고 웃지는 마라.
오늘 새벽 하늘에서 그러나 나는 그 별을 보지 못했다. 그 조그만 별이 몇 번째 별자리 옆에 있더라 그것조차 잘 생각이 나지 않았어. 하늘이 흐려서였을까. 아니면 내 눈이 나빠진 것일까. 그렇게 서 있는 내게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나라 어디에서나 들리는, 아무것도 다를 거 없는 풀벌레 소리. 찌르르르 하는 그 소리.
서울에서도 보이는 그 별들을 이 사막의 한가운데 와서도 본다. 그 또 똑같은 풀벌레 소리를 듣느다. 같다는 것, 모든 것이 하나라는 것 그것을 확인하며 가슴이 서늘해져서 서 있었다. 내 가슴에도 새벽이 내리는 것처럼.
땅 위에 있는 것들은 똑같이 기쁘고 똑같이 슬퍼지는 것일까. 서로 닮은 안타까움과 서로 닮은 꿈을 붙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해 옆 나라인 튀니지의 튀니스 공항에 내렸을 때였다. 입국 수속을 끝내고 공항을 빠져 나오려다가 어떤 여인과 마주쳤다. 옷차림으로 보아 그소 여인인 듯싶었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그 여인의 눈물이었다. 누구를 떠나보낸 것일까. 여인은 얼굴을 뒤덮듯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창 밖을 내다보고 서 있었어. 소리내어 우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흘러 넘치는 눈물을 감추려고도 닦으려고도 않고 서 있었어. 공항 밖 솨아 하는 소리가 나는 듯한 햇살 속을 내다보면서.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이별하고 만나고, 기쁨과 애들품은 뒤섞여 소리 내러 흘러가는가. 이 땅 위에서 사람들은 다 이렇게 닮아 있는가. 얼마 동안 그 여인의 눈물로 뒤범벅되어 있던 얼굴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서울에서 바라보이던 별을 여기에서 바라보고, 저 먼 내 나라에서 듣던 풀벌레 소리를 이 사막에 와서 들으며 손가락을 두르려 다독거리듯 확인한다. 인류는 이토록 닮아 있는 것을.
---pp.185-187
나는 사막에서 무엇을 만났던가. 거대한 날개가 지나가듯이
사막 위에 물결치는 무늬를 이루며 쓸려 가던 그 모래바람.
모포 하나를 뒤집어쓰고 앉아 묵묵히 양을 지키던 사막의양치기.
모래언덕을 찾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모래바람을 맞아 곱게 마모된
색깔이 아름다운 사막의 돌들을 주우며 앉아 있던 시간도 있었다.
물이 있는 곳이며 갈대가 자라고 달팽이가 자라고
여우가 굴을 파고 엎드리는 모습도 만났었다.
...이 절대의 폐허 앞에 서서 나는 내 생에에 처음으로
그 무엇인가로 완벽하게 가득 차 있는 공간을 만난 것이다.
---p.5
‘삶은 시간이라는 사막을 건너가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란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사랑하기 위해 산다’….
'아침을 사는 사람이 되어 다오.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나날을 살아다오.
이 세상에 ‘때늦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다오.'
'사막에도 길이 있는데 정작 잘 닦여진 아스팔트에는 길이 없다'
--- p.
‘삶은 시간이라는 사막을 건너가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란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사랑하기 위해 산다’….
'아침을 사는 사람이 되어 다오.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나날을 살아다오.
이 세상에 ‘때늦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다오.'
'사막에도 길이 있는데 정작 잘 닦여진 아스팔트에는 길이 없다'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