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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얼굴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유시민
/프롤로그/ 화실 문을 두드리다 chapter 1 말과 행동이 같다 만델라 자유롭고 싶어서 나는 증오심을 내려놓았습니다 /작가 노트/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도 겁먹지 마세요 김수환 스스로를 위선자라 부른 착한 목자 /작가 노트/ 수채화? 파스텔화? 유화? 재료 따라 달라지는 그림 간디 말한 대로 산다는 것 /작가 노트/ 그림은 정직하다 노무현 그러면 아내를 버리라는 말입니까? /작가 노트/ 어떤 이미지를 선택해서 그릴 것인가 오바마 아이들과 놀 줄 아는 대통령 /작가 노트/ 자연스러운 눈물 표현하기 처칠 최고의 싸움꾼 /작가 노트/ 인물의 특징을 포착하고 살리기 chapter 2 인생이 곧 메시지 프란치스코 가난한 이들의 벗 헬렌 켈러 왜 사람들은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걸까 /작가 노트/ 인물화의 완성 과정 법륜 상相을 짓지 않는 베풂 이재철 믿음은 곧 실천하는 것 /작가 노트/ 죽음까지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평온하다 짐 콜린스 위대함을 꿈꾼 경영학자 chapter 3 사람과 일에 대한 도리 마더 테레사 나는 당신의 몽당연필입니다 /작가 노트/ 줄만 긋는다고 주름살이 되나요? 저우언라이 인민을 위해 2인자의 길을 걷다 /작가 노트/ 화려한 기법보다 힘 빼고 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장기려 바보 의사 마쓰시타 고노스케 걱정이 많은 경영의 신神 /작가 노트/ 때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오드리 헵번 아름다움을 넘어서 /에필로그/ 혹시 그림 그려 보고 싶으세요? |
“저… 그림을 배워 보고 싶은데요….”
“전에 그림을 그려 보셨어요?” “아니요. 고등학교 때 미술 시간에 그려 본 게 마지막이에요.” 화실 선생님은 스케치북과 4B 연필을 주더니 대뜸 수평 줄 긋기부터 시킵니다. 다음 수직 줄 긋기, 빗금 줄 긋기… 그러고 나서 긴 직사각형을 그리게 하더니 그 안에 0부터 100까지 점차적으로 명암을 표현해 보라고 했습니다. 첫 미술 수업 세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내가 지금 뭐하나? 애들같이 줄 긋기나 하고… 그래도 기초가 중요한 거라고 늘 이야기해 왔으니 나도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말과 행동의 일관성이 있겠지!’ 시키는 일에 익숙했던 사람이 학생이 되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느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 p.12 그러다가 만델라의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옥살이를 시작한 1962년 전의 사진이지 싶은데, 그 표정이 아주 험상궂었습니다. 27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왔을 때의 모습이 더 인자하고 여유 있게 느껴지다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었습니다. 감옥이 호텔도 아니고, 남아공 당국자들이 만델라를 후대했을 리도 없는데 말이지요. 그 순간 ‘아! 27년의 감옥살이가 이 사람을 거꾸러뜨리지 못했구나! 오히려 성숙하게 만들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 p.20~22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푸념하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왜 아이들이 어른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요? 어른들이 그릇된 말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맞는 말을 하기는 하는데 ‘재수 없게’ 말해서 안 듣는 것입니다. 자기는 안 지키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태도가 ‘재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른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어른질’입니다. --- p.44 테레사 수녀의 얼굴에는 주름이 많습니다. 주름을 표현할 때 어두운 색으로 줄을 긋는다고 해서 주름살이 표현되지는 않습니다. 주름과 주름 사이를 밝게 칠하고 골은 점차적으로 어둡게 그려야만 자연스럽습니다. 그것을 반복해야 얼굴 표현이 완성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테레사 수녀는 고뇌에 찬 모습이 많은데 돌아가신 다음에도 고통스러울 게 뭐가 있겠나 싶어 특별히 웃는 얼굴을 찾아서 실제보다 조금 젊게 그렸습니다. 붓 쥔 사람 마음입니다. --- p.151 |
인생 후반 그림을 시작하다
최고 CEO도 미술 학원에서는 4B 연필로 줄 긋기부터 쭈뼛거리며 화실로 들어선 저자에게 선생님은 스케치북과 4B 연필을 쥐어 주고는 대뜸 수평 줄 긋기부터 시킨다. 첫 미술 수업 세 시간 동안 한 일은 줄 긋기가 전부. 30년 직장 생활, 그중 절반은 CEO로 일하다가 퇴직한, 한마디로 시키는 일에 익숙했던 사람이 이제는 학생이 되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한다.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중도에 잘 그만두지 못하고, 다른 식당에 가고 싶어도 단골집 주인이 서운해할까 봐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타입의 저자. 붓질 하는 것도 어색한 왕초보에서 아마추어 수준의 화가가 되기까지 3년여 동안 숱하게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참 잘하셨네요!”라는 화실 선생님의 칭찬 덕분이었다. 마음처럼 그림 실력은 늘지 않고,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흉보는 것 같아 창피해서 찢어 버리고 싶은 순간, 신기하게도 선생님이 조금 손보면 그림이 그럴싸해진다. 망친 그림이라는 것은 없고 조금 고치면 좋아지는 그림이 있을 뿐임을 깨닫는다. 궁핍했던 초등학교 시절, 크레파스가 없어서 미술 시간에 짝꿍의 크레파스를 나눠 써야 했던 저자는 ‘나중에 돈 많이 벌면 48색 크레파스를 사서 ‘빡빡’ 문지르면서 그림을 그려 봐야지.’ 라고 다짐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파스텔을 빡빡 문지르면서, 또 유화물감을 두껍게 덧입혀 가면서 그림을 그린다. 마음에 들게 그려서 행복한 게 아니라 마음껏 물감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한, 인생 후반전의 출발, 그림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만델라에서 오드리 헵번까지 18인의 초상화 하필이면 왜 이 사람들일까?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유시민 작가는 그림과 글에서 김준희라는 사람이 보인다고 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유 작가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주고 한 해 동안 매주 빠지지 않고 독서 토론을 지도했던 두 학번 높은 ‘선생님’이었던 저자가 세상과 자기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 그가 인생을 살아온 방식, 그의 내면을 채우고 있는 감정과 생각이 드러나 있다고 했다. 저자는 모델을 직접 보면서 그린 게 아니라 특정한 시점과 특정한 상황에서 카메라가 포착한 사진을 보고 그렸다. 18인의 다양한 인물이지만 그가 그리려고 한 것은 모두 같다.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그 시점 그 상황에서 그 인물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었던 감정과 생각을 그리려고 했다. 관상이 아니라 심상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 “나는 이 사람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 그들이 살았던 방식, 추구했던 이상, 느꼈던 감정, 타인과 맺었던 관계를 간접 경험했다. 그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그들과 나누었던 교감과 공감의 실체를 다시 확인했고 흐려져 가던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다시 만난 그 감정과 생각들을 되새김하면서 나는 내게 남은 삶의 시간을 맞아들일 것이다.” 문득, 해묵은 소망이 고개를 든다 아, 그림 그리고 싶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그림을 그려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툴지만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그림들. 입시나 생계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것을 하는 것이 좋아서, 재미있게 하다 보니 삶이 더 생기 있어지는 그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진다. 저자는 넌지시 말한다. “혹시 그림을 그려 보고 싶으세요? 너무 많은 것을 염려하지 마시고 지금 시작해 보세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