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은 두 층위에서 진행된다. 한편으로는, 전형적 다국적 기업인 플라스틱 섬유 제조 공장 코스의 모(母) 기업 경영진이 기업 윤리를 저버리고, 1단계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2단계로 폐업 조치하기까지의 과정 및,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대응과 그저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기만을 원하는 정계의 반응이 리얼하게 전개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50여명에 달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내밀한 개별적 삶이 인간희극을 방불케 하며 전개된다.
- 소설의 첫 장면은 로셀의 두실 강이 범람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코스 공장 노동자들은 강이 범람하여 공장이 물에 잠기게 되면, 물에 잠긴 기계들이 작동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경영진 측에 공장 폐쇄의 빌미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목숨을 걸고 기계들을 옮겨놓는다. 이 와중에 동료 한 명이 목숨을 잃는다.
- 작가는 이 사건을 밋밋하게 서술하는 대신,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노동자들의 생동감 넘치는 대화를 통해 독자가 사건의 윤곽을 파악하게 유도한다.
또한 도입부에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젊은 노동자 루디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생산 기계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동료를 위하여 구조대를 부르러 나갔다가 루디는 물살에 휩쓸려서 사투를 벌인다. 생과 사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죽음에의 유혹을 느끼면서 물과 사투를 벌이는 루디의 내면이 작가의 붓을 통해 드러난다. 물과의 사투는 뛰어난 묘사와 어우러지면서 도입부부터 독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 생산 기계 보전은 루디가 속한 작업조 반장 로르켕의 진두지휘하에 성공리에 이루어진다. 이 일로, 충직하고 유능한 노동자이자 코스 공장의 산 증인이기도 한 로르켕은 코스와 동일시되며, 지역 경제의 핵심인 공장을 살렸다는 칭송과 함께 훈장도 받는다. 그로부터 2년 뒤, 코스 공장 사장 포르마는 그룹 회장인 독일인 호프만의 긴급 호출을 받고 브뤼셀로 향한다.
- 결국 모 기업 회장 호프만이 요구하는 대로 대량 해고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만이 그나마 공장 가동을 지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포르마는 공장을 위해, 공장 식구들을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궂은일을 떠맡는다. 많은 번민에 시달리면서도, 포르마는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며 동시에 모기업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노동조합을 설득한다. 최우선 해고 대상이 된 사람들은 나이든 노동자, 여성 노동자들이다. 이 와중에서 2년 전 홍수로 인해 문을 닫을 뻔 했던 코스 공장을 살려낸 로르켕도 조기 은퇴하게 되어, 많은 노동자들이 반발한다.
- 남은 노동자들의 임금 동결 및 휴가 반납 등의 희생을 통해 코스는 생산성 향상 목표에 도달하지만, 대량 해고 및 구조 조정을 요구할 때부터 이미 코스를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던 호프만 회장은, 코스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코스 사장 포르마조차도 모르게 코스를 미국계 회사에 팔아넘긴다. 새 주인은 생산 공장 코스를 원한 것이 아니라 코스가 갖고 있는 수출 특허만을 원했던 것. 사태는 공장 폐쇄라는 예정된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노동자들은 경영주가 사라져버린 상태라 협상할 상대도 없다. 단지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길 바라는 시장과 도지사 등 일부 정부 관계자들과 마지막 협상이 남았을 뿐이다. 이 와중에, 강경파, 온건파 간의 의견차가 불거지고, 시위 가담자 측과 시위 진압하던 경찰, 양측에서 희생자가 생겨난다. 시위에 참가했던 아녀자가 수평으로 날아온 최루탄을 정통으로 맞고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즉사하고, 시위진압하던 경찰관 역시 목숨을 잃은 것.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특수 기동대가 들이닥쳐 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몰아낸다.
- 결국 코스 노동자들은 불리한 협상 결과를 받아들인다. 코스 공장이 지역 경제의 핵심이었던 만큼, 그 파급 효과는 80퍼센트에 육박하는 실업율, 이혼율, 아동 방기율의 급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소수의 고용주들이 추구하는 이윤 놀음은 다수 평범한 노동자들의 가정 파탄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 강경파의 우두머리로 찍힌 루디는 경찰관을 죽인 장본인의 혐의를 쓰고 수감되어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