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서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 하는 것도,
말한 그대로를 뜻하기 않는다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지요
온몸이 아프고 멍 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 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날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드려 팼지요
그런데 그정의 어떤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서운데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 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요
바로 제 장례식말이었거든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지요
저를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했지요
제가 좀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서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오늘 꽃을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인용
대부분의 아내들에게 남편의 폭력과 성관계는 별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 거주 여성 1,500명 중 92.7%가 아내가 남편의 기분에 맞추어 "성행위"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기혼 여성의 25.2%가 아내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고 이 중 8.7%는 강간 직전 남편에게 구타당했다(한국 형사 정책 연구원, 1998 : 22). 현재의 가족 제도 아래서 여성의 성 활동은 자녀를 낳기 위한 재생산 활동과 남편의 성적 상대로서의 기능에 국한되기 때문에, 남편의 성적 요구를 수용하고 "견뎌 내는 것"은 아내의 의무로 간주된다. 이는 훌륭한 어머니 역할 수행과도 맞물린다. 남편과 아내 사이의 권력 관계는 성관계를 통해 더 명확해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은 나쁘지만, 아내가 외도했을 경우에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폭력에 대한 태도 조사에 따르면, 아내가 남편의 말을 듣지 않아 구타당하는 것은 "허용한다"가 16.2%("허용할 수 없다"는 75.5%)이나 아내가 외도했을 경우에는 53%가 구타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한국 형사 정책 연구원, 1992a : 130). 영화와 같은 대중 매체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사랑할수록, 행복한 가정에 대한 소망이 클수록 아내의 부정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충분한 이유로 재현된다.
"아내 폭력"은 남성의 폭력이 얼마나 섹슈얼리티와 뒤섞여 있는지, 그리고 폭력과 섹슈얼리티가 남편이 아내에 대해 가지는 권력의 근본적 성격임을 보여 준다. 폭력 남편에게 가정은 자신의 성이고 결혼은 아내의 몸을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남편과 아내 규범의 차별성은, 가족 밖에서 통용되는 성의 이중 윤리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 있다.
아침이고 뭐고 없어요. 마루고 안방이고 간에 무조건 드러누워라예요. 애들 보는 데서. 그러면서 지꺼 만져 달라. 여기 만져라. 저기 만져라. 내가 거부하면 눈에 살기가 나니까 나는 무서워서 눈은 못 쳐다보고 입만 쳐다보게 돼요(35세, 대졸, 자영업, 여성).
--- pp.116-117
나는 남자의 권위가 조금 서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예요. 가장의 권위는 설 수 있는 거예요. 세상이 평등해져서 권위가 없어지면 안 돼요. 어린애가 잘못하는데 그냥 넘어가는 건 말이 안 되죠. 집안이 서려면 주춧돌이 있고 그래야 기둥이 서죠. 그 집안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돼요. 집을 대표하는 대표자, 대변자가 있어야지, 배에도 선장이 있고 차도 운정을 해야 가잖아요(48세, 대졸, 무직 폭력 남편).
위 남성의 말대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평등한 성원들의 수평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성과 연령에 따른 역할이 있고, 그에 따라 가족 구성원들간에 위계가 정해진다. 집안의 "대표자, 선장, 운전자, 어른"인 남편은 가족 구성원들을 통솔하고 지도해야 할 권한과 의무를 갖는다. 남편은 부인의 잘못을 교육할 수 있고 또 교육해랴 하는데, 이때 폭력은 아내가 말을 듣지 않으므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방법이다.
학대를 해본 적은 없고 가르친 적은 있죠. 내가 상당히 아내를 좋아했어요. 두 번 망치면 안 된다는(그는 재혼임) 생각에… 아니, 가르치는 게 왜 나쁩니까? 모르니까 가르쳐서 사람을 만들어야죠. 그 사람은 자유롭게 커서 방탕한 스타일이라 내가 가르쳐야 했어요. 제가 가르치고 그 사람이 따라올 때 정상적, 모범적 가정이 만들어지는 것이요(36세, 고졸, 사무직 폭력 남편).
"하느님 말씀이 남편 말을 안 들으면 때리라고 했고, 니가 아픈 것도 남편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는 거예요. 하느님 핑계를 대니까 내가 대꾸도 못하고… 남편 말이 구약 시대에도 남편 말 안 듣는 사람은 다 그렇게 칼로 찔러 죽였다고 해요(40세, 국졸, 자영업 여성).
그러나 때릴 수 있는 권리는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 남성의 권리가 아니라 남성 중심의 가족 제도에서만 보장되는 남편의 권리이다. 그들은 남편일 때만 아내를 때릴 수 있고 아내도 그것을 인정한다.
--- pp.100-102
경찰 등 주로 남성들로 구성되는 공적 기관들은 "집안일"(아내폭력)에 "간섭"(처벌)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입장을 대표하는 논리인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가족을 법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얘기는 곧 "남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없다", "남편의 폭력 행위를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폭력 남편에게 가정은 일종의 치외 법권 지대이다. 치외 법권 지대는 남의 영역(남의 집안일)이므로 남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남들이 보기에 사소하다. 자기 집에 불을 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는데 "내 마누라"를 때리는 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 경찰이 범죄자를 잡으러 사무실에 출동한 경우에는 불개입 논리가 발생하지 않는다. 폭력 발생시 경찰이 가정에 들어오는 것을 사생활 "침해"라고 보는 것은 가정이 한 남성의 영토이기 때문이다. 남성으로 대표되는 가정에 남성으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의 개입은 남성들간의 충돌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근대 가부장제 사회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분리되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여러 번 신고했죠. 순경 말이, "글쎄요, 아줌마 말하는 게 깝깝한데, 아저씨가 술 먹고 좀 시끄러울 수도 있지. 그런 걸로 파출소에 신고하면 대한민국에서 안 잡혀올 남자들 없어요" 그러는 거예요. 내가 어이없어 하니까, "정 그러면 한 번 더 맞고 오세요. 병원 실려갈 정도로 눈에서 피가 철철 나면 오세요"… (30세, 고졸, 자영업, 여성)
피가 멈추지 않게 하겠대요. "죽여도 그냥 안 죽인다." 남편이 손으로 딱딱 토막 표시를 하며 "토막 내서 죽인다" 그래요. 자고 일어났어니 남편이 "너 어제 죽을 뻔했다. 그러더니 너 남자랑 자더라, 그래서 내가 칼로 찌르려고 했다." 그래요. 문을 열면 누가 시꺼먼 게 나를 찌를 것 같아요. 한 번만 더 칼 들면 "신고해 버린다"고 했더니 신고하러 가기 전에 죽여 버린대요. 동네 의사가 나더러 신고 못한다고 바보라고 했어요. ○○상담소에 갔는데, 직원이 기가 차다는 듯이 "아줌마, 구타로 이혼하면, 이혼 안 할 사람 하나도 없겠네" 그러면서 어떻게 잘 해보래요(42세, 고졸, 주부, 여성).
--- pp.2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