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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보는 눈

죽음을 보는 눈

: The 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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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642g | 152*225*35mm
ISBN13 9788925557489
ISBN10 8925557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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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약에…….” 와이엇 프렌치가 킴블의 말을 끊고 말했다. “자살 희생자가 본인의 전적인 의사 없이 자살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되죠?”
킴블은 거북한 한기를 느꼈다. “그럼 그건 자살이 아니죠.”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시는군요.”
“저는 확신합니다. 죽음이 그 사람의 목표가 아니었다면 그건 자살이 아닙니다. 정의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자살을 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불가피하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으면…….”
“와이엇, 그만.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세요. 자신을 해칠 생각입니까?”
“저는 당신이 수사를 하게 될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제 와이엇의 목소리는 좀 더 또렷해졌고 술기운은 조금 가신 듯했다. “살인 사건을 다룰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자살 사건의 근본 원인을 추적합니까?”
킴블은 타이어가 비에 젖은 도로에 쉭쉭하고 끌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달리다가 말했다. “저는 진실을 추적할 뿐입니다.”
“항상?”
“예, 항상. 오늘은 추적할 거리를 주지 마세요, 와이엇. 농담이 아닙니다. 누가 다친 거라면 지금 당장 말해주세요. 말해달라고요.”
“아직은 아무도 안 다쳤습니다.” --- p.13~14

“다머스 씨, 드릴 말씀이 있어서……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
“저기, 미안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제보를 받지 않습니다.” 로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와이엇의 고르지 못한 숨소리를 들었을 때 미소는 사라졌다.
“내가 없을 때 불을 계속 켜두는 게 아주 중요할 겁니다.” 와이엇 프렌치가 말했다. “아주 중요할 거라고요.”
“어디 가십니까?”
“저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머스 씨. 그러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요. 당신은 이곳을 잘 알고 있어요. 단지 충분히 멀리 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죠. 전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정상을 넘어서는 사람이라면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이겠죠. 아무튼 누구도 제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겁니다. 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말을 했을 테죠.”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물론 모르시겠죠. 제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 못하시네요. 하지만 저는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습니다. 저는 맞서 싸웠어요. 제가 영혼을 만들 수 있다면 떠나지 않고 시도 해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위험은 커집니다. 저는 어둠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지고 있어요. 어둠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두려워지고 있다고요.”
와이엇은 한참 떠들어대고 나서 다시 고르지 못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것은 공포에 질린 사람의 호흡이었다. --- p.31~32

웨슬리가 잠에 막 빠져들려고 할 때,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쉭쉭거리는 소리와 악을 쓰는 소리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들려왔다. 웨슬리는 동물들이 그렇게 일제히 내지르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호랑이들이 사자들을 자극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럴 때면 대부분의 동물이 으르렁대곤 했다. 그러면 발을 디디고 있는 땅이 부르르 진저리를 친다. 하지만 웨슬리가 손전등을 거머쥐고 이동주택 밖으로 걸어 나가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포효 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 고양잇과 동물들 가운데 가장 몸집이 작은 티나가 낮게 쉭쉭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산 얼룩무늬 살쾡이인 티나의 우리는 이동주택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는 불빛을 낮춰 티나를 비춰보다가 녀석이 등을 활처럼 구부리고 꼬리를 빳빳이 치켜든 채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녀석은 웨슬리에게서 시선을 돌려 저쪽에 있는 도로와 그 너머의 등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방이 캄캄했고 누구도 그 도로를 따라 내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녀석은 대체 왜…….
바로 그 순간, 웨슬리는 그것을 보았다. 이상한 푸른 불빛 하나가 등대의 전면을 이리저리 비춰보고 있었다. 구조센터의 모든 동물이 그것을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까짓 불빛 따위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던 녀석들이었다.
--- p.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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