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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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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620g | 140*210*25mm
ISBN13 9788954639408
ISBN10 895463940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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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죽음에 대한 기억이 죽음에 도둑맞은 삶에 대한 기억보다 훨씬 오래간다는 것은 기이하다. --- p.31

이제 와서 돌아보니 자기네 가족이 어려움을 겪은 이 분류라는 문제는, 잼이냐 젤리냐의 문제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 같다고 라헬은 생각했다. 어쩌면 암무, 에스타, 그리고 그녀가 그런 분류 기준을 벗어나는 최악의 경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그랬다. 그들 모두 규칙을 어겼다. 모두 금지된 땅에 발을 들였다. 모두 법을 어겼다,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정해놓은 법칙을. 그리고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를 정해놓은. 할머니를 할머니로, 삼촌을 삼촌으로, 어머니를 어머니로, 사촌을 사촌으로, 잼을 잼으로, 젤리를 젤리로 만드는 그 법칙을. 외삼촌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애인이 되고, 사촌은 죽어서 장례식을 치르던 시절이었다.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되고 불가능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시절이었다. --- p.50~51

사실상 소피 몰이 아예메넴에 오면서 그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게 옳을 것이다. 어쩌면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 몇십 시간이 모든 삶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럴 때 그 몇십 시간을 불탄 집에서 꺼낸 물건들?까맣게 탄 시계, 그을린 사진들, 눌어붙은 가구들?처럼 폐허에서 부활시켜 자세히 살펴봐야만 한다는 것도. 보존시켜야 한다는 것도. 설명해야만 한다는 것도. 작은 사건들, 평범한 것들은 부서지고 재구성된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갑자기 그것들은 한 이야기의 빛바랜 뼈대가 된다. --- p.53

무엇이 암무를 이렇게 ‘위태로운 칼날’ 위에 서게 했는가? 예측불가능한 이런 분위기를 풍기게 했는가? 그것은 내면에서 벌어진 싸움이었다. 하나로 섞일 수 없는 기질. 어머니의 무한한 애정과 자살폭탄범의 무모한 분노. 그것이 마음속에서 커졌고, 결국에는 낮에 그녀의 아이들이 사랑했던 그 남자를 밤에 그녀가 사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낮에 탔던 배를 밤에 타도록 했다. 에스타가 앉았던, 라헬이 발견했던 그 배를. --- p.68

어떤 것들은 그 자체에 벌이 딸려 있다. 붙박이 옷장이 달린 침실처럼. 곧 그들 모두 그 벌에 관해 알게 될 것이다. 벌이 각기 다른 크기로 온다는 것을. 어떤 벌은 침실의 붙박이 옷장처럼 너무나 크다는 것을. 평생을 그 안에서, 어두운 선반 사이를 헤맬 수도 있다는 것을. --- p.162~3

그 짧은 순간, 고개를 들자 벨루타는 그전까지 본 적이 없었던 것을 보았다. 너무나도 까마득하게 한계를 벗어나 있었던 것들, 역사라는 눈가리개에 가려져 있어 보기 힘들었던 것들을. 간단한 것들. 예를 들면, 라헬의 어머니가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미소를 지을 때면 깊게 볼우물이 패고 눈에서 미소가 사라지고도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것을. 그녀의 갈색 팔이 둥글고 탄탄하고 완벽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어깨는 빛이 났지만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본다는 것도. 그녀에게 선물을 줄 때 이젠 더이상 자신에게 손이 닿지 않도록 손바닥 위에 올려서 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배와 상자. 작은 풍차. 그만이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님도 알았다. 그녀 역시 그에게 줄 선물이 있음을. 이러한 깨달음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단번에 그를 베었다. 차갑고, 또한 뜨거웠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 p.245~6

‘위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들은 것이고 다시 듣고 싶은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든 이야기로 들어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스릴과 교묘한 결말로 현혹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놀래키지도 않는다. ‘위대한 이야기들’은 지금 사는 집처럼 친숙하다. 혹은 연인의 살냄새처럼. 결말을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귀기울인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대한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누가 살고, 누가 죽고, 누가 사랑을 찾고, 누가 사랑을 찾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알고 싶어한다. 그것이 ‘위대한 이야기들’의 신비이자 마법이다. --- p.319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 일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것은 불합리하다. --- p.365

더 나중에도, 이날 이후 이어진 열세 번의 밤 동안에도, 본능적으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큰 것들’은 안에 도사리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들에게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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