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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의 연인

루마니아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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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94쪽 | 57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7403705
ISBN10 893740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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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여! 신비로운 검은 눈동자, 무쇠처럼 검은 머리, 잘 익은 밀빛 피부...... 내 마음 속의 그대는 전나무처럼 푸르다. 우리가 헤어져 있는 동안, 세월은 나에게만 와서 나만 홀로 늙어버렸다. 예전에 부드러운 금발과 복숭아빛 두 뺨은 이제 간 데 없다. 바닷빛 눈동자는 신비를 잃고 금빛 머리칼은 푸석한 잿빛으로 변해 버렸다. 여기, 움푹해진 눈과 창백해진 뺨과 고집스러워진 입매를 가진, 그대의 연인 비슷한 늙은 연인이 있다. 은발이 되어 버린 아우비따를 그대는 용서할까
그대를 만나기 전엔 나는 마음놓고 늙지도 못한다.
p. 391
러시아 말과 루마니아 말을 섞어 쓰는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런 식이 된다.
한강물 달다. 서울 사람들 한강물 먹다. 서울 집에 사람 키만한 물독. 물장수 물 긷가. 조선의 겨울 춥다. 한강 얼음. 한강에서 썰매 타다.
그의 말에는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 그런데 왜 뻬냔 집이 아니고 서울 집일까. 뻬냔과 서울은 서로 전쟁하는 적이 아닌가?
"디렉터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
묻고 보니 이상한 질문이 되고 말았다. 역시나 이상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나는 조선 사람입니다."
준은 즉시 농담을 철회했다. 내 질문을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뻬냔 사람입니다. 본래는 서울 사람입니다."
더 혼란스러워졌다. 본래 서울 사람이 어떻게 뻬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pp. 57~58
'닭고기, 감자, 양파를 냄비에 넣는다. 잠깐, 그전에 양념장을 만든다."
준은 햇감자를 통째로 넣고 맵게 끓이는 어머니의 닭도리탕 맛을 기억해 배느라고 눈을 감았다. 생각나는 대로 양념들의 이름을 불렀다. ...... 간장, 고춧가루, 마늘, 청주, 붉은 고추, 파란 고추...... 무슨 시처럼 읊조렸다.
준이 번쩍 눈을 떴다.
"간장이 없잖아."
간장 대신 소금을 넣으면 안 되나요?
"절대로"
고춧가루 대신 후춧가루를 넣으면 안 될까요?
"천만에"
하는 수 없이 식당 부엌으로 조선 양념을 얻으러 갔다. 준이 따라나섰다.
p.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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