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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민음의 시-1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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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331g | 124*210*20mm
ISBN13 9788937406973
ISBN10 8937406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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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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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속 깊은 곳으로 가면 무가당 담배 클럽이 있다네, 어떤 사람들은 그걸 애연가 클럽으로 알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끊으려는 금연 동맹 정도로 아는데, 무가당 담배 클럽은 도심에 호랑이를 풀어놓기 위한 시민연합과 차라리 성격이 비슷하다네, 얼음이 물이 되고 종달새가 우는 봄이 오면 무가당 담배 클럽에서는 무슨 일이 이렁나고 있나, 아는 사람은 다 알지, 무가당 담배 클럽에서 봄을 맞이하여 첫번째로 하는 일은 지난 겨울 읽던 책들을 절구통에 빻아서 떡을 만들어 먹는 일, 겨우내 얼어붙었던 얼음 맥주의 강을 망치로 부수어 마시는 일 그리고 그 강물 속에서 술에 절어 겨울잠을 자던 술고래들을 낚시하는 것, (후략)
--- pp. 28
-도대체 이건 뭔가(창밖엔 자욱히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나는 쌍둥이 구름에 관한 시를 쓰려다가 잠시 보류하고 비 내리는 창밖 깊은 숲, 시베리아 호랑이에 관한 시를 다시 써보네

-시베리아 호랑이에 관한 시,

지금 창바껜 포구, 비 만는 단풍나무들
그 푸른 나문닙 소겐 도대체 뭐가 인나
--- pp. 86~87
4 만항재

아무리 달려도 이정표가 나타나지 않아 뒤돌아보면 좁은 산길 아래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나무들의 물결. 허공의 바다를 털털거리며 지난다. 갈매기 한 마리 날지 않는 이곳은 전생에 무슨 바다였나. 길이 좁아질수록 생각들은 날아가고, 길이 험해질수록 더욱 깊어지는 그리움의 계곡. 엄나무들은 엄숙하게 머리를 길렀지만 식솔들 이글고 산 중턱까지 와서 정착한 낙엽송, 참나무 이주민들. 아무리 달려도 너에게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아 어느새 다다른 하늘 밑, 침묵은 끝나지 않고 바람 끝에 매달려 와서 끝내 만항재, 해발 1,330미터라고 씌어진 곳에서 불어가는 음악, 페루, 나비, 바람.
그것이 내 이름이다.
--- pp.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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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셔도 목마르고,
아무리 걸어도 끝이 없는
나는, 사막이다
사막의 무사이다
거기다 이제는 눈까지 멀어
음악만이 나를, 자꾸만, 어디론가, 끌고 간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것이
지금까지의 삶이었다면
이제는 끌려가면서도
맹글어지는 것이
내 삶이고
시 나부랭이고
의무 같은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여전히 사막이다
사막의 음악이다
--- 2001년 가을, 박정대
박정대의 시는 <정통 집시>의 영혼에서 흘러나온 충만한 악질처럼, 미묘하고 아름답고 미끄럽다. 어둡게 타오르다 스러지는 청춘의 재처럼, 모든 경험의 끝인 슬픔처럼.
--- 허혜정(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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