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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보이

에코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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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96쪽 | 775g | 136*200*42mm
ISBN13 9788937818639
ISBN10 893781863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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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정현선
홍익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했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남들보다 먼저 읽고자 외국어를 배웠고, 익힌 언어를 십분 활용해 영어 강사 및 영어 도서 출판 기획자로 일했다.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독자들에게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낯선 언어와 쉼 없이 씨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휴먼 : 어느 외계인의 기록》 《한 권으로 읽는 구름책》 《하이 파이낸셔》 《환경을 지키는 영웅들》 《핫 버튼》 《우리 아기 첫 두뇌발달 놀이》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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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3살 이후 처음으로 마인드 로그를 쓴다. 정신을 집중해 생각을 기록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싶다.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클라우드빌에 갔던 날, 마츠모토 부인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의 사실.’ 지금부터 쓸 이야기는 그날 있었던 사실이다. 어쩐지 속이 좋지 않다. 그날 일은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한다.
(…중략…)
어쨌거나 그날은 여느 때처럼 습하고 우중충한 수요일이었다. 4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지만 그다지 상관없었다. 영국 북부에 살면 이런 비쯤은 개의치 않게 된다. 1년 중 4분의 3은 줄곧 물속에 잠겨 있었으니까.
부모님이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렸다. 말다툼이 아니라 서로를 괜히 트집 잡는 소리였다. 이유는 들리지 않았지만 보나마나 알리사 때문일 것이다. 알리사는 우리 집 에코다.
--- pp.12~13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았지만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빠 서재 쪽으로 향했다. (…중략…) 아빠는 책상 옆 가상 현실 포드로 들어가 입구를 잠갔을 것이다. 창문을 조금 열어서 흙 내음 섞인 시원한 물 냄새가 흘러 들어오게 했을 것이다. 아빠가 좋아하는 냄새니까. 아빠는 정신없이 책을 쓰고 있을 것이다. 몇 주째 그 일에 매달렸으니까.
정말 그뿐이기를 얼마나 빌었던가.
“아빠?”
기묘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손, 손바닥을 펼친 손과 결혼반지가 보였다.
아빠의 손이었다.
그리고 아빠의 팔이었다.
(…중략…)
부모님이, 너무도 잔인하고 케케묵은 방식으로 살해되어 있었다.
도구는 칼이었다.
주방에서 가져온 칼이 틀림없었다.
아빠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자가 세탁 기능을 갖춘 엄마의 정장을 물들였다가 직물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피가 얼마나 흥건했던지 홍차나 커피쯤은 말끔히 처리하던 카펫조차 전부 흡수하지 못했다.
--- pp.47~48
대니얼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창문을 열라고 손짓했지만 나는 열지 않았다. 아무리 신경 패치를 붙였어도 창문을 여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쯤은 판단할 수 있었다. 대니얼은 알아볼 수도 없는 말을 입 모양으로 뻐끔거리더니, 창문 바로 옆을 지나는 금속 빗물관을 타고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강인한 몸으로 어떤 인간보다도 빠르게 벽을 타고 올라왔지만, 겁이 나지는 않았다. 내 뇌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차분했다. 마치 책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인 듯, 나와는 아무 상관없고 실제 내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듯, 나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중략…)
대니얼이 나를 바라보았다. 주변이 어두운 데다 신경 패치를 붙였는데도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달랐다. 지금까지 본 에코들과 달리 위험하고 강렬했다. 알리사보다 더. 대니얼은 빗물관을 붙든 채 잠시 그대로 있었지만, 이내 빨간 머리 에코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대니얼은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아래로 내려갔다.
--- pp.80~81
“도와주세요! 삼촌! 살려 주세요!”
돌풍에 온몸이 마구 날렸다. 바람은 내가 죽기를 바라는 듯했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삼촌이 있었다. 삼촌이 서 있었다. 빗줄기로 얼룩진 검은 형상. 삼촌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됐다, 오드리! 내가 잡았다, 내가 잡았어, 내가 널 잡았어.”
그 말이 삼촌 손만큼이나 단단하게 나를 붙들었다. 삼촌은 아빠보다 몸집이 작고 힘이 부족했지만, 사투 끝에 나를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차에 올라 전속력으로 달렸다. 클라우드빌의 갱단도, 중고 경비 드로이드도 더는 우리를 방해할 수 없었다.
이제 세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첫째,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영 틀렸다. 둘째, 자살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세 번째, 더는 삼촌을 의심할 수 없었다.
--- pp.117~118
“내 말 잘 들어.”
대니얼은 내게 바짝 다가들며 속삭였다.
“알리사는 너까지 죽이도록 되어 있었어. 네 가족 모두를 죽이려 했던 거야.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지. 네가 살아남았거든.”
(…중략…)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너도 오작동을 일으켜서 날 죽일지 어떻게 알아?”
대니얼은 고개를 저었다. 초조한 몸짓이었지만 눈빛은 사람처럼 부드러웠다.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넌 벌써 죽었을 거야, 안 그래? 내 말 믿어. 오작동 따위는 없었어. 다만 네가 계획과 다르게 행동했던 거야. 넌 그 남자 생각보다 더 강인한 아이니까.”
“그 남자? 알리사는 여자였어.”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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