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두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작가 쉰네 순 뢰에스에게 일어났다. 그녀는 브라게 상을 받았고 그녀를 낳아준 친부모를 만났다.
- 저는 말을 아주 많이 해요. 그리고 모순된 말을 해요. 언제나요.
쉰네 순 뢰에스는 말을 많이 할 뿐만 아니라, 빨리 말한다. 짧은 문장들이 멈추지 않고 터져 나오며, 손을 입 앞에 댄 채 짧고 크게 미소를 짓는다.
우리는 지금 베르겐의 어느 카페에 앉아 그녀의 브라게 상 수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수상자 발표 당시 그녀는 레드 와인 석 잔을 마신 채, 초조함에 떨고 있던 다른 후보자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고 한다.
- 저에게는 한 가지 계획이 있었어요.
그녀는 경직된 미소를 보인다.
- 수상 못한 사람들이 경직된 미소를 지은 채 앉아 있는 오스카 상 시상식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만일 제가 그들처럼 미소를 짓는 대신 기절을 했다면 정말 멋졌을 텐데. 운 없는 패자가 돼서 바닥으로 쓰러지는 거예요. 그게 제 계획이었어요. 기절하는 거.
그녀는 기절하지 않아도 되었다. 청소년도서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이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조울증을 앓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흡인력이 큰 작품이다.
초반부 소녀의 광란의 시기에서부터 우리는 그녀의 우울한 면을 혹독하게 만난다. 문장들은 짧아지고, 어둡고, 냉정하고, 닫혀 있다. 사람들은 계속 진도를 나가야 한다.
- 제 친구들 중 몇은 거기까지 읽었을 때 우울해졌다는군요.
그녀의 말이다.
- 이해가 가네요.
- 그렇지만 나아지는 거죠, 그때.
뢰에스는 책을 두 권 냈고, 두 책 모두 정신치료를 소재로 한다. 4년 동안 그녀는 하우켈란 병원의 정신의학과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지금은 정신치료 분야의 특수교육을 이수중이다.
- 왜 정신치료냐고요? 왜냐하면 저는 광기에 관심이 많거든요. 저는 언제나 정신치료에 대한 열정이 강했지만, 지금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잠시 쉬려고 해요. 정신질환자들 곁에서 일하는 것은 힘드니까요. 이젠 우린 누구든지 받아들여요. 길에서 환자들이 바로 오기도 하죠,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 아이고.
- 사람들은 정신병동에서 강제로 억류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런데 사실 병원에서 자해하거나 퇴원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가 없지요. 그렇다니까요.
- 사람들은 그때 도움을 필요로 하나요?
- 살면서 누구나 한두 번은 자살 충동을 느끼잖아요. 그렇다고 모두가 정신과에 입원할 필요는 없어요. 그건 틀린 생각 같아요. 말하기 조금 어려워요. 제가 거기에서 일하니까 말이지요.
쉰네와 시그비엔은 생후 7개월 때 서울에서 외스트폴의 시프트베트로 입양되었다. 이번 가을에 쉰네는 생부모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돌아갔다.
쉰네와 시그비엔이 태어난 후, 생모는 병이 들었고, 시그비엔은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다. 치료에는 많은 돈이 들었다. 치료비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두 아이는 멀리 입양되었다. 쉰네는 재회가 어땠는지 말한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생부는 무릎을 꿇은 채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며 울었다.
- 재회는 분명, 매우 강렬한 느낌을 안겨주었어요. 그렇죠. 친엄마는 예쁜 분이었는데 친아버지는 트라우마가 많은 분이었어요. 친아버지는 전쟁에서 형제들을 잃었고, 우릴 입양 보내게 되었으니까요.
- 그분은 아버지로서 참으로 비극적인 일들을 겪으셨군요.
- 맞아요. 저는 우리가 그분들에게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유대감을 그분들이 우리에게 느낀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 그분들은 우리 삶에 들어올 수 없으니까요. 친아버지는 제가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공부하길 바라세요. 하지만 그분이 저한테 그걸 강요할 수는 없죠.
- 그분들과 단절된 기분이 드나요?
-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런 기분은 절대 들지 않아요. 이제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하겠죠. ‘냉정하고 냉소적일 수 있지 않을까?’ 딱 보이네요. 그렇지만 저는 냉정하거나 냉소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이런 것을 현실주의라고 하죠.
- 지금 당신의 친부모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 성탄절 카드를 보내드리려고 해요. 그 이상은 아니에요. 서먹함이 들 때 다시 만나러 가려고요.
- 혹시 당신에게 한국인의 특성이 있나요? 웃을 때 입에 손을 대고 있지 않아요?
- 그런가요? 제가 피식 하고 웃나요? 지금은 완전히 불안상태인데. 그렇지만 아… 그래요! 성급한 편이죠. 제가 하는 것 전부, 빨리 하는 편이에요. 저는 에너지가 넘쳐요, 그리고 빨리 생각하고 빨리 말하고 빨리 걸어요. 그런 게 아시아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기도 하네요. 서울의 속도를 생각하면, 어떤 면에서는 집에 온 느낌도 들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쓰는 것도 빠르다.
- 거의 자동판매기처럼 글을 써내려가요. 쓰고 쓰고 또 쓰고요. 3~4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긴장감이 들어요. 그러면 저는 지우죠. 많이요.
- 지금은 무엇을 쓰고 있나요?
- 청소년을 위한 책을 하나 쓰고 있어요. 그리고 성인을 위한 책도요. 진짜 두꺼운 책이 될 거예요. 벽돌 한 장 정도일까요? 가능한 한 두껍게 낼 생각이에요, 헤헤.
(2002년 11월 30일자 『다그블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