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사랑하고 아끼시는 목사님! 삼위일체이신 주를 위하여 얼마나 고생하십니까? [로마서] 8장 18절을 항상 생각하시며 천국의 위로를 넘치게 받으실 줄 믿습니다. 이곳에 있는 못난 동생은 주님께 기도하며 아룁니다. 육적인 형편이나 영적인 교제는 매일 즐겁습니다. 목사님은 거의 일 년 동안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가고 계시네요. 그래도 주의 권능과 이적 속에서 목사님이 건강하신 것에 한없이 감사드립니다. 목사님을 위해 늘 기도합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명령이 귀중하니 안심하고 순종하시면 좋겠습니다. 그곳의 규칙을 따르시면서 성삼위 하나님과 동행하시기를 축원합니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으나 영적으로 교제함에 감사하고, 저와 목사님에게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1941년 9월 발신: 정일광 | 수신: 손양원」중에서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장에 가서 돈을 번다고 하니 한편으로 좋고 고마운 말이나, 네 나이 아직 어리니까 돈 버는 것보다 공부할 시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돈은 다음에도 벌 수 있으나, 공부할 때를 놓치면 나이를 먹은 뒤에는 다시 공부하기 어렵다. 만사가 다 때를 놓치면 못쓰는 법 이다. 기왕 늦었으니 내년을 기약하고 일하며 틈틈이 공부하도록 해라. 옛날에 이름난 큰 선생은 빈곤하여 공부할 수 없자 주경야독(晝耕夜讀), 즉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글을 읽어 입신출세하여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너도 기도와 성경 읽기는 물론이거니와 좋은 책을 구하여 자습하도록 해라. 공부하기 좋은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함을 잊지 말거라. 만약 때를 놓치면 후회한들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대한 신앙의 인격을 갖는 것이다. 그러려면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죄를 지으면 죄의 종이 되는 법이다. 죄를 짓고서는 위대한 신앙의 인격자가 될 수 없다. 죄는 어릴 적부터 절대 시작하지도 말아야 한다. 어릴 때에 몸에 익힌 죄의 버릇은 성장한 뒤에 아무리 노력해도 고치기 어려운 법이다. 아버지 말을 잘 듣고 깨달아 꼭 조심해서 수양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바라고 있다.
동인아! 아버지는 네가 장래에 부모에게 좋은 옷과 음식으로 공양하는 것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을 학수고대한다.
---「1942년 6월 13일 발신: 손양원 | 수신: 손동인」중에서
밤마다 꿈에서 당신이 근심하며 아픈 것을 봅니다. 아마 걱정에 눌려 병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근심과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걱정이란 병 중에 병이요, 죄 중에 큰 죄입니다. 우리가 보통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거나 손과 발이 아프면 병인 줄 알지만, 근심으로 인해 병이 생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도둑질이나 살인이나 간음은 죄인 줄 알지만, 걱정이 죄가 되는 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모든 죄 중에 제일 큰 죄가 불신의 죄 아닌가요? 믿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죄가 됩니다. 모든 염려를 주께 맡기면 주께서 권고해 주신다고 했는데, 주님께 맡기지 않고 마음으로 근심하는 것이 불순종입니다. 육신의 생각은 근심을 일으키고, 근심이 쌓이면 병이 되는 것입니다. 영적 생각은 자족한 마음을 갖게 하고, 자족할 줄 아는 것은 큰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걱정은 병 가운데 큰 병이고, 죄 가운데 큰 죄입니다. 자족하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보다 낫습니다. 내가 항상 말하지만, 고난은 참으로 큰 복입니다. 꿀 같이 달게 받읍시다. 참고 견디면 이보다 큰 복이 없을 것입니다. 고난은 곧 연단하는 것이니, 고난을 거치지 않고 되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든 기구도 그렇고 부자나 학자나 성인군자가 다 고난의 산물이 아니겠습니까. 고난은 성공의 어머니입니다. 고난은 복을 거두는 씨가 됩니다. 고난을 받으면서 자기의 지난 죄를 깨닫고 용서받는 은혜를 누립니다. 세상과 벗하여 죄 가운데 있는 자에게 고난의 채찍을 가하면 그는 하나님께 점점 가까이 나아가게 됩니다. 육체의 염려와 세상 생각은 우리의 신앙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돌밭이요, 가시덤불입니다. 그래서 걱정 근심은 우리가 받은 구원의 즐거움을 빼앗고, 하늘의 영광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립니다.
---「1942년 10월 14일 발신: 손양원 | 수신: 정양순」중에서
객지에서 ‘떠도는 몸’으로 옷과 음식에 곤란을 겪으며 연약한 몸들이 얼마나 고생하느냐? 진작 소식을 알리려고 하다가, 서울로 이감 가서 하려고 기다리던 것이 벌써 3개월이 지났구나. 너희들이 땅을 조금 사서 곡식을 심어 재미를 본다고 하니 매우 감사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얼마나 고생이 많겠느냐. 그러나 조금도 염려 말고 안심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누이야! 나는 솔로몬의 부귀보다 욥의 고난이 더욱 귀해 보이고, 솔로몬의 지혜보다 욥의 인내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솔로몬의 부귀와 지혜는 나중에 죄악에 빠지는 매개물이 되었으나, 욥의 고난과 인내는 최후의 행복이 되었단다. 사람의 행복이란 최후에 어찌 되는지 살펴보아야 아는 것이고, 참다운 지혜란 죄악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나는 솔로몬을 통해서 얻은 은혜가 많지만, 욥을 통하여 얻은 수확이 더욱 많다. 더구나 우리를 동정하고 위로해 줄 사람은 호화로운 저택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던 솔로몬이 아니라 온몸에 난 악창으로 인해 신음하고 고통받은 욥이 아니겠느냐. 사랑하는 누이야! 그대도 욥의 고난을 잘 생각해 보고 그 인내를 체득하여 그 같은 고난을 최후까지 극복하는 자가 되기를 이 오빠는 바란다.
-p.62 《1943년 9월 4일 발신: 손양원 | 수신: 손양선」중에서
옛 성인의 글에 “나무가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효도를 하려고 해도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2라는 문구가 있다. 자식이 아무리 부모에게 효도하고자 해도 부모가 그때까지 살아 기다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람 목숨의 기한을 알 수 없는 내가 너희에게 효행을 다하도록 간절히 권유하는 이유다. 너희를 믿지 못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나는 너희를 태산 같이, 육지 같이 믿는다. 무엇보다도 나를 대신하여, 나아가 내가 할 몫까지 더하여 팔순의 할아버지를 잘 모시기 바란다. 훗날에 오늘 효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간절한 부탁이다. 선을 행하는 것도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후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할머니께 효를 다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거든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고 살아 계신 할아버지께 효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너희의 성심을 믿는 바, 내가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행하고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안심한다. 이로써 너희들은 복을 받아라! 이런 효가 임금을 향할 때 충(忠)이 되는 것이다. 효자는 충신이 되고, 충신은 효자가 되는 것이 도덕의 중심이자 근본인 것이다. 동인(東印)은 내년이면 군에 입대하게 되는데 충(忠)으로써 명령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효행에 임해라. 충과 효의 큰 도덕에 거슬림이 없도록 배우기를 힘쓰라. 불효자인 나는 스스로 탄식하고 있다. 효자를 사랑하는 부모의 심정, 작은 정성에도 크게 만족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효행과 같이 쉬운 길이 천하에 없지만, 부모님께 족한 효행을 드리지 못하는 나는 스스로 한탄하고 있다. 어머니에게 효도하지 못해 후회하면서도, 살아 계신 아버지께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꼴이라니……. 아~ 나 같은 불효자가 천하에 또 어디 있을까!
---「1944년 6월 22일 발신: 손양원 | 수신: 정양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