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간밤의 사건 사고 악당이 악당인 이유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네 가지 사실과 한 가지 의문 거울 속에 비친 모습 거짓말 속에 개 범죄와 야근 악당의 귀환 덫 다시 한밤중에 악당을 물리치는 법 악당의 무게 작가의 말 |
글이현
관심작가 알림신청以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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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오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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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미터. 악당은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선 채 아무 말 없이 우리를 빤히 보았다. 우리는 늘 조용히 마주 보기만 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말 같은 건 하지 않아도 좋았다.
--- 본문 중에서 “그 개가 뭘 잘못했어? 사람은 이유 없이 개를 괴롭혀도 되고, 개는 사람한테 절대 대들면 안 되는 거야? 그런 법이 어딨어?” --- 본문 중에서 나도 안다. 악당은 개다. 사람과 개는 다르다. 우리는 생김새도 다르고, 사는 방법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 단지 그렇게 다를 뿐이다. 개에게도 목숨은 하나밖에 없다. 죽고 싶지 않을 거다. 만약 죽게 된다면, 몹시 두렵고 아프고 또 슬플 거다. 그런 건 개나 사람이나 다름없다. 내 생각은 그렇다. --- 본문 중에서 개는 네 다리로 흙바닥을 굳게 딛고 서 있었다. 컴퍼스로 그린 원처럼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 듯 안정된 자세였다. 검은 구슬 같은 두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보았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이, 딱 그런 말이 생각났다. 무표정한 얼굴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표정이었다. ---p.28 저 붉은 스프레이는 도대체 누구 짓일까. 지금까지는 험상궂은 자국이 악당을 더 악당답게 만든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멋진 흉터가 아니라 그냥 끔찍한 흉터일 뿐이다. 스프레이니까 분명 사람의 짓이다. 누군가,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일부러 악당의 몸에다 붉은 줄을 그어 버린 것이다. 수련회 때 자는 애들 얼굴에 그린 낙서처럼 장난스럽지도 않고, 연예인의 문신처럼 멋지지도 않다. 실수로 그린 것도 아니다. 악의적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악의, 그건 아주 나쁜 뜻이라는 말이다. 누군가 아주아주 나쁜 뜻으로 악당의 옆구리에 칼에 베인 것 같은 자국을 남긴 것이다. ---pp.121~122 웃음은 사람의 인상을 좋게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생 각이 틀렸다. 황 사장 아저씨의 웃는 얼굴은 너무도 잔인해 보였다. 그게 바로 진짜 악당의 얼굴이었다. 악당. 녀석에게 그런 이름을 붙여 준 게 후회스럽다. ---p.123 어딘가 개들을 위한 세상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에서는 개가 주인이 되어 사람을 키울지도 모른다. 그러면 사람은 개들에게 꼼짝 못하고 당하겠지. 나쁜 개를 만나면 길에 버려지고, 나쁜 개가 옆구리에 붉은 스프레이 자국을 남겨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고, 죄 없이 두들겨 맞아도 변명 한 번 못해 보고 안락사당하게 되겠지. 개도 사람도 다 행복한 세상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p.144 내가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계단을 수없이 올라 봐도 그 답을 알 수는 없을 거다. 어쩌면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은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p.145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여러 친구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서로 다른 얼굴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교실과 같다. 한 사람이 한 자리씩, 그것이 교실의 법칙이다. 이를 테면 까마귀 한 자리, 반달가슴곰 한 자리, 개구리 한 자리, 쉬리 한 자리 그리고 사람도 한 자리. 물론 우리의 ‘악당’에게도 한 자리. --- 「작가의 말」 중에서 |
위기에 빠진 ‘악당’을 구하라! 열두 살 소심한 소년의 고군분투기
수용이의 별명은 ‘아토피’였다. 어릴 적부터 아토피를 앓아 온 탓에 맘 놓고 뛰놀지도, 친구들 앞에 나서지도 못했다. 그런 수용이에게 아무 말 없이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악당은 선망의 존재다. 그런 악당이 위기에 빠졌다. 인적이 드문 새벽에 부동산집 황 사장의 목덜미를 물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옆구리에 난 붉은 자국 덕분에 악당이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수용이는 악당이 그랬을 리 없다고 확신한다. 자신과 늘 일정한 거리를 지키는 악당이, 밥을 가져다줘도 서늘한 눈동자로 쳐다볼 뿐 사람을 반기지도 위협하지도 않는 악당이 그랬다면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 것이다. 악당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내성적이었던 아이 수용이는 180도 변한다.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사건을 파헤치고 혼자 경찰서에 찾아가 악당을 변호한다. 악당이 어찌되든 나 몰라라 하는 어른들에게 소리 높여 따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수용이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들개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어른들…. 수용이는 악당보다 더 악당 같은 어른들을 보며 ‘진짜 악당’은 사실 따로 있음을 깨닫는다. 간결하면서도 거침없는 문장은 야성에 매료된 5학년 남자아이의 솔직한 마음과 닮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쉽게 읽히는 작가의 글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림이 어우러지면서 감동이 더해진다. 찡한 감동과 함께 가슴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진짜 악당’은 따로 있다! 세상의 모든 악당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 작가는 실제로 반려견과 산책하던 중 차가운 눈빛의 들개를 마주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일까. 정말 위협적인 존재는 자신과 다른 존재는 잠재적인 위험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 작품은 사람의 생명만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생명의 존재를 가벼이 취급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진짜 악당은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끔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세상에는 각자의 자리가 있으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고 지켜 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자라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는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