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 소녀들은 혁명의 딸들로, 여성해방운동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첫 세대이다. 이들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투쟁을 통해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미국 수정헌법 19조를 얻어냈다. 또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 로우 대 웨이드 대법원 판결도 앞장서서 이끌어냈다.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스포츠 활동에 참가할 권리를 얻게 된 것도 그들의 투쟁의 결과였다. 이 투사들은 오늘날 여성들이 프로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고, 피임약을 손쉽게 구하고, 아이비리그 대학과 웨스트포인트(하버드와 미국 사관학교들은 1970년대 중반까지 여학생을 받지 않았다)에 진학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심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동등권을 얻기 위한 이 움직임이 우리 딸들로 하여금 이젠 세대는 생각하지 못했던 자아관을 갖도록 만들었다. 오늘날 소녀들은 여성의 지위가 사상 최고 수준인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연구한 알파걸 집단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축은 1980년대 말에 태어난 아이들로, 바로 이때가 대학에서 여학생 숫자가 남학생보다 많아지기 시작한 때로 일종의 전환기였다. 알파걸들은 여성의 상승세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 p.23-24
아버지의 영향
현대 사회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지원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법원은 공동양육 판결을 내리고, 남자들의 근무시간(주로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제 덕분에)은 이전보다 더 유연해졌다. 미디어에서는 자녀의 생활에 적극 참여하는 아버지의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 대상인 알파걸들과 비알파걸들과의 사이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차이점 중 하나가 아버지와의 관계였다. 알파걸들 4명 중 3명은 아빠와의 관계가 아주 좋다고 했고 그저 그렇거나 좋지 않다고 한 아이들은 소수였다. 알파걸들은 아빠에게서 인정과 신뢰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심지어 감정 문제가지 아빠와 의논할 수 있다고 말한 아이들도 많았다.
딸과 친밀한 관계를 이룩함으로써 아버지들은 딸들에게 남성적 방식을 전달하게 되고, 이 전통적인 남성적 방식은 많은 알파걸들 심리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됐다.
--- p.51
남성의 쇠퇴
헤리티지 재단 같은 보수단체들은 여자들이 점점 세지고 경제적으로 남자들한테 덜 의존하는 현상을 한탄한다. 그들은 1960년대부터 여성들의 직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혼율이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편보다 소득이 더 많은 여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이혼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일반적으로 남편이 아내보다 돈을 더 많이 벌 경우에는 이혼에 이를 가능성이 낮다. 실제로 여성들의 소득이 늘어날수록 결혼생활의 매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맞다. 결혼생활은 대개 여자보다 남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 p.184
여학생들의 상승 추세에 따라 교육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남학생들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2004년 로라 부시 여사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남자 아이들로부터 시선을 돌려버렸고, 그 아이들을 방치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영국의 배리 쉬먼 의원은 2004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소년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해도 그 아이들은 여전히 개미굴 위에서 뒹굴며 빈둥댈 것이라고 말했다. 쉬먼 의원은 영국 A레벨 고사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앞선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학생들의 학업 성적에 너무 연연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오히려 이 현상을 축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주 똑똑한 아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여자 아이들이라는 것뿐이죠.”
--- p.185-186
알파걸의 직업선택
최고 경영자 자리를 포함하여 비즈니스계 전 영역에서 여성의 리더십 역할이 상승하고 있다. 1972년 미국에서 행정관리직에 있는 여성 비율은 18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에 이르러서는 그 비율이 46퍼센트로 올라갔다.
《포춘》 500대 기업에서 여성 기업간부(15.7퍼센트)와 CE)(1.4퍼센트) 비율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CEO 비율은 기업 세계에서 여성들이 남자와 진정한 동격을 이루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서서히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요 기업 이사회에 진출하는 여성 비율은 알파걸 중 제일 나이 많은 아이들이 정년이 되는 시점까지 내다보더라도 노르웨이 의회가 2008년까지 달성하도록 명령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 p.227-228
알파걸들은 회사에 취직하는 대신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여성 창업은 이미 새로운 추세이기도 하다. 한 영리한 알파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GE, 포드, IBM 같은 회사에 제가 맞지 않는다면 그건 저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그 사람들 문제지요.”
여성기업연구센터(CWBR)에 따르면 여성 창업은 남성의 2배에 달하며 많은 여성들은 기업에서의 경험을 연수 기회로 삼는다고 한다. 기업들이 새로운 분위기에 맞추지 못하고, 윤리적인 합의와 평등을 원칙으로 하는 근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손실이 될 것이다.
기업과 정계에서 부패를 몰아내는 데 오늘날의 알파걸 세대들은 우리에게 가장 큰 희망이다. 그들의 지성, 의지, 통솔력이 강한 윤리의식과 결합돼 기존 제도들을 수단방법 안 가리는 마키아벨리식에서 좀 더 정직하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전환시키는 데 이바지할 것을 기대해 본다.
--- p.232-233
알파걸의 사랑과 인생
미국 사회는 알파걸들에게 큰 투자를 했다. 알파걸들의 발전을 위해 엄청난 양의 사회문화·경제적 자원을 쏟아부었다. 이들의 성장기는 미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국내 상황도 안정된 시기였다. 9·11 테러공격의 충격파와 그에 이은 미국의 군사 행동도 알파걸들의 복지에 쏟는 사회의 관심을 제한하지 못했다. 알파걸들은 역사상 가장 우수하고 영리한 세대이다.
어떤 알파걸들은 필요해서 일을 하고, 어떤 알파걸들은 본인들이 원해서 일을 할 것이다. 어떤 알파걸들은 싱글맘이 되고, 일부는 레즈비언 부부로 아이를 낳거나 입양을 해 양부모가 다 엄마인 가정을 이루기도 할 것이다. 어떤 알파걸들은 직장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고, 어떤 알파걸들은 젊은 나이에 결혼생활로 뛰어들기도 할 것이다.
--- p.257